태안 간월암에서 '무상무아' 법문을 듣다(라이카x-vario)
날이 흐렸다.
이런 날엔 출사를 거르지만 어쩔 수 없다.
무작정 준비 없이 찾아 간 간월암은
시간과 날씨는 별로였지만,
물때가 맞아 걸어갈 수 있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바람과 공사 소음까지 더해 머리가 어찔어찔하다.
마침 누군가의 49재가 있는지 가족들과 함께 스님들이 불공 준비를 하고 계셨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교회보다 절을 자주 찾기에 스스럼없이 적당히 앉아 쉬고 있으려니
절로 들리는 불경에 마음을 빼앗겼다.
죽은 이에게 하는 말이지만 산자에게 더 어울릴만한 내용이다.
*무상 법문집 중에서 ' 영가 전에'*
영가시어
저희들이 일심으로 염불 하니 무명 업장 소멸하고 반야지혜 드러내어 생사고해 벗어나서
해탈 열반 성취 하사 극락왕생 하옵시고 모두 성불하옵소서
사대육신 허망하여 결국에는 사라지니, 이 육신에 집착 말고 참된 도리 깨달으면
모든 고통 벗어나고 부처님을 친견하리
살아생전 애착하던 사대육신 무엇인고
한 순간에 숨 거두니 주인 없는 목석일세,
인연 따라 모인 것은 인연 따라 흩어지니 태어남도 인연이요
돌아감도 인연인걸, 그 무엇을 애착하고 그 무엇을 슬퍼하랴
몸뚱이를 가진 자는 그림자가 따르듯이 일생동안 살다 보면 죄 없다고 말 못 하랴
죄의 실체 본래 없어 마음 따라 생기나니, 마음씀이 없어질 때 죄업 역시 사라지네
죄란 생각 없어지고, 마음 또한 텅비워서 무념처에 도달하면 참회했다 말하리라
한 마음이 청정하면 온 세계가 청정하니 모든 업장 참회하여 청정으로 돌아가면
영가님이 가시는 길 광명으로 가득하리
가시는 길 천리만리 극락정토 어디인가
번뇌 망상 없어진 곳 그 자리가 극락이니, 삼독심을 버리고서 부처님께 귀의하면
무명 업장 벗어나서 극락세계 왕생하리
모든 것(제행)은 무상이요 생자는 필멸이라
태어났다 죽는 것은 모든 생명 이치이니 임금으로 태어나서 온 천하를 호령해도
결국에는 죽는 것을 영가님은 모르는가
영가시어
어디에서 이 세상에 오셨다가 가신다니, 가시는 곳 어디인 줄 아시는가
태어났다 죽는 것은 중생계의 흐름이라
이곳에서 가시면은 저 세상에 태어나니 오는 듯이 가시옵고 가는 듯이 오신다면
이 육신의 마지막을 걱정할 것 없잖는가
일가친척 많이 있고 부귀영화 높았어도 죽는 길엔 누구 하나 힘이 되지 못한다네
맺고 쌓은 모든 감정 가시는 길 짐 되오니, 염불 하는 인연으로 남김없이 놓으소서
미웠던 일 용서하고 탐욕심을 버려야만 청정하신 마음으로 불국정토 가시리라
삿된 마음 멀리하고 미혹함을 벗어나야, 반야지혜 이루시고 왕생극락 하오리다
본마음은 고요하여 예와 지금 없다 하니, 태어남은 무엇이고 돌아감은 무엇인가
부처님이 관 밖으로 양쪽 발을 보이셨고, 달마대사 총령으로 짚신 한 짝 갖고 갔네
이와 같이 높은 도리 영가님이 깨달으면, 생과사를 넘었거늘 그 무엇을 슬퍼하랴
뜬 구름이 모였다가 흩어짐이 인연이듯, 중생들의 생과사도 인연 따라 나타나니
좋은 인연 간직하고 나쁜 인연 버리시면, 태어날 때 좋은 인연 만나리라
사대육신 흩어지고 업식만을 가져가니 탐욕심을 버리시고, 미움 또한 거두시며 사견마저 버리시어
청정해진 마음으로 부처님의 품에 안겨 왕생극락하옵소서
돌고도는 생사윤회 자기 업을 따르오니, 오고 감을 슬퍼말고 환희로써 발심하여
무명 업장 밝히시면 무거운 짐 모두 벗고 , 삼악도를 뛰어넘어 극락세계 가오리다.
이 세상에 처음 올 때 영가님은 누구셨고, 사바 일생 마치시고 가시는 이 누구신가
물이 얼어 얼음 되고 얼음 녹아 물이 되듯, 이 세상의 삶과 죽음 물과 얼음 같으오니
육친으로 맺은 정을 가볍게 거두시고 청정해진 업식으로 극락왕생 하옵소서
영가시어
사바 일생 다 마치는 임종 시에 지은 죄업 남김없이 부처님께 참회하고
한 순간도 잊지 않고, 부처님을 생각하면 가고 오는 곳곳마다 그대로가 극락이니
첩첩 쌓인 푸른 산은 부처님의 도량이요,
맑은 하늘 흰구름은 부처님의 발자취며,
뭇 생명의 노랫소리 부처님의 설법이고,
대자연의 고요함은 부처님의 마음이니,
불심으로 바라보면은 온 세상이 불국토요 범부들의 마음에는 불국토가 사바로다
애착하던 사바 일생 하룻밤의 꿈과 같고, 나다 너다 모든 분별 본래부터 공이거나
빈손으로 오셨다가 빈손으로 가시거늘, 그 무엇에 얽매여서 극락왕생 못하시나
지옥세계 무너지고 맺은 원결 풀어지며 아미타불 극락세계 상품 상생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