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컬러

김훈의 자전거여행과 '목련'

by 푸른연꽃은 2019. 1. 30.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

 

목련은 자의식에 가득 차 있다.

그 꽃은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하늘을 향해 봉우리를 치켜올린다.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목련꽃은 냉큼 죽지 않고 한꺼번에 통째로 툭 떨어지지도 않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

 

목련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암 환자처럼,

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펄썩, 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다.

그 무거운 소리로 목련은 살아있는 동안의 중량감을 마감한다.

 

봄의 꽃들은 바람이 데려가거나 흙이 데려간다.

 

가벼운 꽃은 가볍게 죽고 무거운 꽃은 무겁게 죽는데,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간것이다.

 

 

 

 

 

 

'사진 > 컬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국장미 시그마dp2s  (0) 2019.01.30
백합  (0) 2019.01.30
순간의 꽃  (0) 2018.01.21
소돌해수욕장  (0) 2011.09.08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야!  (0) 2011.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