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서만 보름정도 지내며 먹은 음식 중 쿰피르를 소개해본다.

쿰피르는 매우 큰 삶은 감자에 버터를 넣어 찰지게 한 뒤 치즈와 각종 토핑을 얹어 먹는 음식이다.

 

나는 주로 탁심광장에서 먹었는데 일단 감자의 크기에 놀라고

맛에 놀라고, 다양한 토핑을 선택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고기와 생선요리가 많은 이스탄불에서 나처럼 초식 인류에 속하는 여행자라면 한번 시도해 보길 바란다.

 

감자 위의 토핑은 원하는 대로 얹어 주는데 나는 주로 콘과 콩, 매운 고추 조금만 넣어 담백한 감자맛을 즐겼다.

버터와 치즈가 듬뿍 들어가는 이유로 좀 느끼하기는 했지만 콜라를 곁들이면 나름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탁심거리를 걷다 보면 출출해지기도 하고 앉아서 쉬고 싶을 때도 있어 자주 이용했는데

딱히 어떤 가게가 맛있다기보다는 그냥저냥 엇비슷해서 아무 곳이나 들어가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영상에서 보듯이 미리 삶아 둔 뜨끈한 감자에 빠른 손놀림으로 쿰피르를 완성하기에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다.

 

인스턴트식품에 질리거나 음식이 맞지 않아 곤란할 때 쿰피르는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

 

 

 

 

내가 이스탄불에서 먹을거리를 찾아 먹은 것은 백종원이 소개한  '카이막'이 유일하다.

유제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치즈나 우유 및 그 가공식품은 거의 먹지 않는데 워낙 널리 알려졌고 무엇보다 숙소 근처라 거리 산책 겸 '보리스인 예리'를 찾아 나섰다.

 

듣던 대로 구불구불한 튀르키예 뒷골목스러운 곳을 지나며 사진도 찍고 (덕분에 작은 골목을 보게 되어 더욱 즐거웠다.)

한참을 걷다보니 지도가 아니면, 백종원이 아니라면 아무도 안 갈 것 같은 현지인들의 작은 시장 한쪽에

카이막가게가 보였다.

 

진열장 창문에 붙은 아주 조그마한 백종원 사진이 있는것 외엔 특별할 것도 없었지만

카이막을 시키러 안에 들어가자 사진속의 주인은 별 표정 없이 열심히 일하고 계시고

음식을 나르는 아줌마는 한국인이라고 알은체를 하거나 더 친절하지도 않은

그래서 더 듬직한 분위기였다.

 

 

어떻게 시켜야할지 잘 몰라 옆좌석의 커플을 쳐다보니 연신 엄지 척하며 미소를 보낸다.

두 사람의 식탁을 컨닝해서 나도 카이막과 샐러드, 차이를 한잔 시켰다.

 

조금 뒤 아주 많은 양의 신선한 바케트빵과 꿀이 듬뿍 뿌려진 카이막, 진한 차이

그리고 고추가루가 뿌려진 신선한 피망 오이 토마토샐러드가 소박하면서도 단순하게 차려졌다.

 

 

나는 바케트빵에 카이막과 꿀을 듬뿍 발라 한입 베어물곤 깜짝 놀라

아! 뭐지? 이 부드럽고 신선하고 달콤한 이맛은!!!?

 

정말, 너무 맛있었다.

빵도 별로 안 좋아하는 나는 처음으로 저 많은 양의 바케트빵과 카이막과 차이와 오이를 다 먹어버렸다.

 

오길 잘했다!

 

카이막에 첫눈에 반해 양껏 먹고 돌아오는 길에  골목에 있던 작은 현지인마트에서 카이막과 작은 꿀을 발견했다.

 

그리곤 바케트빵도 하나 사서 자주 간식으로 카이막을 먹었다.

 

 

아쉬운 마음에 귀국할 땐 잊지않고 트렁크에 고이고이 포장해서 가져왔다.

 

한 개는 아껴둔다고 냉장 보관했지만 며칠 뒤에 보니 곰팡이가 나서 애석해하며 버렸다.

 

지금생각하니 또 아깝다.  

 

이스탄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음식은 단연 카이막이다.

카이막 때문에 또 이스탄불에 가고 싶기도 하다.

 

 

 

 

트램을 타고 에뮈네뉘에 가서

갈라타다리 위의 강태공들을 보았다.

 

비가 살짝 내리기에 잠깐 근처 책방으로 피신을 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귈하네 공원'에 들렀다.

 

나중에야 이곳이 유명한 공원임을 알았지만

나는 그때 어찌나 기뻤던지....

오며 가며 꼭 한 번씩 들러 쉬어갔다.

 

높고 키가 큰 나무그늘은 시원했고

물보라를 일으키는 분수는 여름의 낭만을 더했다.

 

여유 있게 앉아 놀거나 수다 떠는 현지 사람들,

아이들의 웃음소리,

나는 마치 언젠가 이곳에 있었던 것 같은 기시감 마저 들었다.

 

하루는 좋은 자리를 발견하곤 작정을 하고 앉아

그림도 그렸다.

 

 

 

 

 

여행 마지막 날,

호텔에서 정이 들었던 주방장 아줌마와 인사를 나누는데

그녀의 이름은  Gulten 귈텐 이었다.

 

u에 우무라우트가 있어 내가 발음이 어렵다고 하자

그녀는 귈하네 공원의 '귈'와 같다고 하며 발음을 교정해 줬다.

자신의 이름에 장미라는 뜻이 있다고 하며....

 

 

터키어로 장미는 Gul귈 이니 귈하네는 '장미의 집',  귈하네 파크는' 장미의 집 공원'인 셈이다.

지금은 장미철이 아니라 볼 수 없고

빨간 샐비어만 만발했다.

 

 

 

오후의 햇살이 조금 누그러질때를 기다려

나는 다시 길을 나섰다.

 

오늘도 좋은 하루였다.

 

 

 

 

 

17세기 초에 지어진 이 모스크는 하늘을 찌를듯한 6개의 미나레트와

중첩된 돔 지붕으로 구성되어

웅장한 외관과 함께 260여 개의 푸른빛 스테인리스 창문과

2만여 개의 이즈니크 타일로 장식된 실내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룬다.

본래의 이름보다 '블루모스크'란 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스탄불 홀리데이 참조-

 

이스탄불에 도착한 첫날,

택시를 타고 술탄아흐멧 광장을 지나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풀자마자 해는 지고 아름다운 불빛으로 신비롭기까지 한

블루 모스크를 보러 나갔다.

어두우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건 기우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스크 야경을 배경으로

각자 편한 자세로

모스크를 즐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이스탄불에 머무는 내내 이곳에서 그들과 함께 했다.

새벽엔 그 푸름의 신비로움을 함께했고

밤이면 정적을 깨는

아잔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때로,

대리석 계단에 앉아 아픈 다리를 쉬거나

블루모스크가 잘 보이는 벤치에 앉아 있노라면

세상 근심이 사라지고

여행자인 나의 마음에도 평화가 깃들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바라보는 것 만으로 이토록 마음이 편해지다니...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기는 신비한 경험.

블루모스크라서 가능한 일이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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