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와서 첫 번째 맞이하는 봄이지만 여러 가지 바쁜 일이 겹쳐 꽃이 질까 서둘러 아침산책에 나섰다. 벌써 울타리엔 빨간 장미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아파트 아래쪽 주택가엔 주변이 텃밭으로 둘러싸인 곳인데 텃밭을 안 하고 꽃밭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었다. 양귀비,물망초, 끈끈이대나물, 독일붓꽃, 장미, 바이올렛 등등이 심겨 있다. 분명 나처럼 꽃을 좋아하는 분일 것이라 생각하니 은근히 궁금하다.
새로 이사온 집은 오래전 지은 아파트라 장미넝쿨이 제법 굵직하다. 내가 붉은 장미송이들이 탐스러워 사진을 찍자 이를 지켜보던 동네 할아버지 한분이 '여기가 더 꽃이 많다'며 귀여운 참견을 하신다. 이곳에서 10년을 넘게 살았다며 며칠 전 길을 자꾸 침범하는 묵은 장미줄기를 잘라 꽃이 줄었다는 소식도 전해주셨다. 장미가시에 찔려 사람들이 싫어한다며...
수다쟁이 할아버지 덕분에 근처의 꽃밭주인이 누구인지, 손바닥만 한 정원의 주인은 누구인지, 텃밭은 어찌 운영되는지 등등 마을 소식을 잔뜩 들을 수 있어 즐거웠다. 암튼 동네마다 울타리엔 장미가, 아파트 숲엔 병꽃나무, 수국, 마가렛이 지천이다. 어느덧 봄은 가고 그 자리엔 여름이 대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