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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이야기29

산에 사는 산마늘 2025. 4.18. 목 피정 후 평창에 갔다. 오늘따라 요가샘이 명상시간을 주셨다. 요즘 소홀했는데 선생님과 함께하니 역시 집중이 잘 된다. 게다가 잠깐이었지만 너무 감사한 일이 생겼다. 수업 후 마리아자매님이 점심먹으러 오라고 해서 평창이도 보고 피정얘기를 나누다가 요가샘 산밭에 갔다. 선생님 산밭은 정말 무공해 청정구역에 있다. 산마늘밭엔 이제 파랗게 물오른 산마늘이 가지런히 잘 자라고 있었다. 새소리를 들으며 산마늘을 자르려니 절로 행복하다. 요가샘한테 '새소리 들으며 산마늘 자르게 해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했더니 '그렇지?' 하며 웃으신다. '이래서 여길 못 떠난다'라고 하시며. 요가샘의 스승이신 한선생님에게 드릴 산마늘과 내 것까지 챙겨서 원주에 돌아오니 한여름인 듯 덥다. 돌아와서 귀한 .. 2025. 4. 19.
평이의 탈출사건 평창이는 마리아자매님이 기르는 진돗개다. 둘이 남매인데 정식 이름은 '평이와 창이'이다. 평이가 암놈이고 창이는 수놈이다. 지난여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평창이가 너무 커서 가까이 가지 않았다. 개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큰 개는 좀 무섭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9일 요가샘과 함께 '외국인을 위한 우리 차 시음과 부침개 만들기' 행사를 도와주고 마리아집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도착하니 날씨가 너무 추워서인지 장작을 피우고 있어 실내가 아늑하다. 나무 타는 모습을 보노라면 왠지 평화롭다는 생각이 절로든다. 자매님 말로는 올 겨울 유난히 추운 평창의 겨울 때문에 처음으로 평창이와 함께 실내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개던 고양이던 동물과 한 공간에 있어본 적이 없어 내심 신경이 쓰이기도 하.. 2025. 3. 18.
평창일기 27. 행복하게 사는 기술 평창 요가선생님이 번역하신 행복하게 사는 기술을 읽고 있다. 지난 한달살이 중 고선생에게 빌려 잠깐 읽다가 너무 좋아서 교보문고에서 주문했다. 그동안 바쁘다 보니 잠깐씩 읽다가 미뤄졌는데 이곳 다낭에 가져와서 조금씩 아껴가며 읽고 있다. 그냥 읽고 덮기엔 너무 좋은 책이라 조금씩 발췌해 보기로 한다. 서문 중에서,스와미 라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만들어낸 고통의 늪에 빠져 있다. 일상적인 삶과 영성이라고 여기는 것을 갈라놓는 높고 두꺼운 벽을 스스로 쌓아 놓고는 그 벽을 허물려고 애쓰며 완전히 지쳐있다. 너는 신의 창조물이다. 그리고 행복은 너의 창조물이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알게 되면 과거를 애통해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인생이 아름다운 .. 2024. 11. 3.
평창일기 26. 싱가폴에서 오신 손님 2024.8.9. 비 여름이지만 정말 덥다. 평창은 그나마 시원해서 다시 원주로 갈 때마다 기온차이를 확연히 느끼게 된다. 평창에 도착했더니 선생님께서 어제 싱가포르에서 손님이 오셨다고 한다. 함께 점심을 준비하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손님부부가 복실이를 산책시키고 오신 거다. 두 분은 싱가포르에서 어제 도착하셨고 바로 평창 요가샘을 보러 오셨다고 한다. 참 각별한 손님인가 보다. 두 분은 선생님이 인도에 있을 때 알던 분이고 스와미 라마와 스와미 베다 두 스승을 다 알고 계신다고 한다. 물론 연세가 있으시니 그럴 확률이 높지만, 평창에 와서도 관광은 하지 않고 구들마을 주변을 산책하며 조용하게 여행을 즐기고 계신 걸 보면 보통 평범한 분은 아닌 듯하다. 점심으로 콩국수와 한식.. 2024. 9. 19.
평창일기 25. 복실이 복실이는 구들마을에서 기르는 개다. 구들마을 입구 산밑에 집이 있는데 목줄이 길어서 나름 동선은 길다. 내가 아침 산책을 가려면 복실이 집을 지나쳐야 하는데 어느 땐 짖고 어느 땐 본 척도 안 한다. 언젠가 복실이 집 근처에 있는 페퍼민트를 따러 가까이 갔더니 어찌나 짖는지 난감했는데 내가 손을 내밀자 언제 짖었냐는 듯 금세 다가와 애교를 부린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제일 좋아한다. 가끔 콩물도 주고 닭고기도 주고 황태포도 주었는데 배은망덕하게도 복실이는 아무 때나 뜬금없이 나를 보고 짖는다. 선생님께 복실이의 괘씸함에 대해 얘기했더니 놀아달라고 짖는 거라고 해석해 주었다. 그래도 나는 복실이가 괘씸해서 못 본 척 며칠을 보내다가 다시 갔더니 발라당 누워서 애교를 부린다. 복실아! 나랑 밀당하는 거지? .. 2024. 8. 3.
평창일기 24. '제로' 이야기 제로는 구들마을 사무장이 기르는 고양이다. 이름이 '제로'인 것은 제로를 만났을 때 사무장이 마침 '제로콜라'를 마시고 있었다나 뭐라나?  그래서 '제로'가 되었다고 한다. 제로는 고양이지만 정말 강아지보다 더 살갑고 친근하다. 언젠가 카페에서 제로와 놀아주었는데 어찌나 동작이 빠른지 혀를 내둘렀다. 또 언젠가는 새벽에 새들이 하도 시끄럽게 울어서 나가봤더니 제로가 살금살금 새들을 향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다른 새들이 제로를 조심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제로는 먹이를 노릴 때만큼은 얼마나 신중하고 조용하게 움직이는지 우리는 제로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얼마 전, 장선생이 두고 간 황태포를 주려고 복실이에게 갔었다. 복실이는 황태맛을 보더니 미친 듯 날뛰었다. 나는 복실이의 흥분을.. 2024.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