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요가선생님이 번역하신 행복하게 사는 기술을 읽고 있다. 지난 한달살이 중 고선생에게 빌려 잠깐 읽다가 너무 좋아서 교보문고에서 주문했다. 그동안 바쁘다 보니 잠깐씩 읽다가 미뤄졌는데 이곳 다낭에 가져와서 조금씩 아껴가며 읽고 있다. 그냥 읽고 덮기엔 너무 좋은 책이라 조금씩 발췌해 보기로 한다.

 

서문 중에서,

스와미 라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만들어낸 고통의 늪에 빠져 있다. 일상적인 삶과 영성이라고 여기는 것을 갈라놓는 높고 두꺼운 벽을 스스로 쌓아 놓고는 그 벽을 허물려고 애쓰며 완전히 지쳐있다. 너는 신의 창조물이다. 그리고 행복은 너의 창조물이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알게 되면 과거를 애통해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인생이 아름다운 노래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 노래의 리듬과 멜로디를 즐기게 될 것이다. 네게 머물고 있는 창조주의 창조성이 네가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네 안에서 흐르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너는 더 이상 세상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찾아 헤매지 않을 것이고 세상 안에서 자유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스와미 라마의 가르침은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고 깨닫게 되면 우리는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행복하게 사는 기술>은 지금 행복하기를 배우는 안내서입니다.

-히말라야협회의 영적 지도자 판티트 라즈마니 티구나이트 Pandit Rajimani Tigunait, Ph.D-

 

 

2024.8.9. 비

 

여름이지만 정말 덥다. 평창은 그나마 시원해서 다시 원주로 갈 때마다 기온차이를 확연히 느끼게 된다.

 

평창에 도착했더니 선생님께서 어제 싱가포르에서 손님이 오셨다고 한다. 함께 점심을 준비하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손님부부가 복실이를 산책시키고 오신 거다. 두 분은 싱가포르에서 어제 도착하셨고 바로 평창 요가샘을 보러 오셨다고 한다. 참 각별한 손님인가 보다. 두 분은 선생님이 인도에 있을 때 알던 분이고 스와미 라마와 스와미 베다 두 스승을 다 알고 계신다고 한다. 물론 연세가 있으시니 그럴 확률이 높지만, 평창에 와서도 관광은 하지 않고 구들마을 주변을 산책하며 조용하게 여행을 즐기고 계신 걸 보면 보통 평범한 분은 아닌 듯하다.

 

점심으로 콩국수와 한식을 준비했는데 두 분은 정성껏 드시고 뒷정리까지 하려고 하셨다. 연세가 7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데 사모님은 아직 싱가포르에서 변호사로 일할만큼 건강해 보인다. 단지 우리의 좌식생활 때문에 무릎이 많이 불편한 것 빼고는 식사도 잘하시고 입에 맞지 않을 것 같은 한식도 잘 드신다.

 

오후엔 고선생과 정교수도 합류했고 함께 저녁을 먹은 후 긴 시간 '융쾅'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고선생이 융쾅선생님께 스와미라마를 처음 만났던 정황을 여쭙는 것이 계기가 되어 한 시간 넘게 스와미 라마와 명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융쾅선생님의 목소리는 매우 온화하면서도 낮고 따듯했다. 요가선생님은 우리를 위해 동시통역을 해 주셨다. 다음은 그날 내가 들은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찍은 후 대충 정리한 것이다.

 

 

* 스와미라마와의 만남에 대하여(융쾅)

 

-  스와미라마 주변엔 늘 사람들이 많았고 나는 그와 특별한 개인교류라고 할 만한 게 없습니다. 하지만 신실하게 꾸준히 명상을 한다면 스승과 같은 레벨의 의식으로 그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신실하게 준비하고 신을 만나고자 할 때 신은 우리를 만나주십니다. 신과의 만남은 당신의 마음과 의식 수준에 달려있습니다.

 

-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신을 만들고 그러한 신을 만나려고 합니다. 내 틀 안에 있는 신을 만나려고 합니다. 내가 준비되어있지 않으면 신은 만나지 못합니다. 우리는 신에게 무엇을 구할 때도 내가 한정지은대로 , 당신이 오시는 대로가 아닌 내가 원하는 대로 오라고 합니다. 물론 우리가 원하는 것도 괜찮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대로 신이 우리에게 오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신이 원하는 대로 접속할 수 있도록 나를 확장해야 합니다.

 

- 나는 평소 크리슈나나 예수, 부처에게 기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너머에 있는  진리와 만나고 싶다고 기도했습니다. 나의 기도는 굉장히 심플했습니다. 그리고 신에게 무엇을 해달라고 하지 않고 내가 신을 향해 터닝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신의 특징인 '사랑, 기쁨, 진리'를 향해 기도했습니다. 그래서 스와미 라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학생이 준비되면 스승이 나타납니다. 그분을 만나려 한다면 진정성과 진실함, 결단력 같은 마음의 힘이 중요합니다.

(요가선생님의 스승께서도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명상할 때와 같음을 유지하고 호흡을 지켜보아야 한다고 하셨고 굳은 결단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강조하셨다고 덧붙였다.)

 

- 1986년 스와미 라마가 싱가포르에 오셔서 나도 사람들과 함께 명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늘 하던 대로 사랑, 기쁨, 진리를 생각하며 명상을 했는데 기쁨과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고 명상 중에 마음이 아주 고요해졌으며 계속 집중하게 되었고 몸은 더욱 반듯하게 펴졌습니다. 우주의 신성한 에너지가 몸에 들어올 때 우리는 몸이 반듯하게 세워집니다. 우리가 먼저 밖을 정돈하고 안을 정돈하면 내면의 힘이 다시 밖으로 흘러나오기 때문입니다. 스와미 라마가 싱가포르에 왔을 때 나는 그분에 대해 잘 몰랐으나 매우 흥미로운 분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분과 명상 중에 나는 더욱 고요해지고 그가 최고의 존재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그분은 넘버원이었습니다.

 

- 처음엔 이 모든 것이 그분의 에너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내가 이전부터 계속해오던 사랑, 기쁨, 진리를 탐구했기에 그분을 만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의 이야기엔 별로 관심이 없었으나 내면은 점점 고요해지고 평화로워진 것처럼 여러분도 그런 방법으로 스와미라마를 만날 수 있습니다. 스와미라마의 이야기가 끝난 후 유명한 철학교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 나는 스와미라마가 이야기했을 때 느낀 아름다운 내적충만이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푸우~하고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라마는 내면으로부터 말하고 교수는 지성을 통해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고선생은 융쾅선생님의 이야기가 끝난 후 본인도 융쾅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파장을 함께 느꼈다고 했다.

 

오늘 뜻밖에 손님으로 오신 융쾅선생님으로부터 스와미 라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특별한 인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지금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사람들을 만나고 뜻밖의 나를 만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일까?

 

긴 이야기를 듣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모임을 마무리하려 할 때 융쾅선생님이 뜻밖에 오늘 오후 9시에 당신이 명상지도를 해 주시겠다고 제안하셨다. 내일 아침에 떠난다고 하시면서... 우리는 너무 놀랍기도 하고 너무 좋아서 미소가 만발했다. 설거지를 빨리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9시가 되자 우리는 강당에 자리를 마련하고 융쾅선생님과 함께 명상을 했다. ( 명상 중에 나는 매우 중요한 경험을 두 번째로 했다. 지난번 명상에서는 첫 번째 의미 있는 체험을 했고 이번이 두 번째다. 매우 기쁘고 행복한 체험이라 기록해 둔다.)

명상이 끝난 후 융쾅선생님은 다리가 아프다고 양해를 구하시더니 의자에 앉으셨고 이어 질문을 받겠다고 하셨다. 이야기 중에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마음이 복잡하거나 힘들 때 등산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요해져서 돌아오는데 그것이 혹시 고통을 마주하는 것이 아닌 회피하는 것인가? 에 대해 물었고 융쾅선생님은 등산도 좋은 방법이라고 하셨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 나중에 고선생과 좀 더 이야기할 필요성을 느꼈다) 

 

 

밤이 깊어 선생님 부부는 숙소로 가시고 우리는 좀 더 얘기를 나누다가 강당에서 함께 잤다. 새벽 빗소리에 눈이 떠졌고 선생님부부는 6시에 평창역으로 가셨다. 올 11월쯤 다시 올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놓고...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무례? 함을 무릅쓰고 동영상을 찍어두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복실이는 구들마을에서 기르는 개다. 구들마을 입구 산밑에 집이 있는데 목줄이 길어서 나름 동선은 길다. 내가 아침 산책을 가려면 복실이 집을 지나쳐야 하는데 어느 땐 짖고 어느 땐 본 척도 안 한다. 언젠가 복실이 집 근처에 있는 페퍼민트를 따러 가까이 갔더니 어찌나 짖는지 난감했는데 내가 손을 내밀자 언제 짖었냐는 듯 금세 다가와 애교를 부린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제일 좋아한다. 가끔 콩물도 주고 닭고기도 주고 황태포도 주었는데 배은망덕하게도 복실이는 아무 때나 뜬금없이 나를 보고 짖는다. 선생님께 복실이의 괘씸함에 대해 얘기했더니 놀아달라고 짖는 거라고 해석해 주었다. 그래도 나는 복실이가 괘씸해서 못 본 척 며칠을 보내다가 다시 갔더니 발라당 누워서 애교를 부린다. 복실아! 나랑 밀당하는 거지?

 

한 번은 매일 묶여있는 복실이가 하도 불쌍해서 사무장에게 내가 산책시키면 어떨까요? 했더니 작년에 어떤 입소자가 복실이 산책시키러 나갔다가 복실이가 하도 나대서 혼났다는, 즉 복실이에게 끌려다니느라 온 동네를 헤맸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려줬다. 구 선생은 나름 복실이를 잘 제어해서 가끔 산책을 시킨다. 아무튼 복실이는 대부분 묶여있다.

 

반면, 고양이 제로는 우리가 고기회식을 하거나 모임이 있으면 어느 틈에 나타나서 맛있는 것도 얻어먹고 사랑도 듬뿍 받는다. 둘이 비교가 돼서 나는 늘 묶여있는 복실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산책도 못할 만큼 나대는 복실이라니 나도 포기하고 가끔 복실이에게 먹이만 주고 쓰다듬어주는 걸로 만족했다.

 

시골엔 진드기가 많아서 나도 물린 경험이 있는데 복실이는 사무장이 잊지 않고 약을 잘 뿌려준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목을 긁고 있어서 살펴보니 털 속에 진드기가 보였다. 털이 많고 길어서 이름이 복실이가 된듯한데 진드기를 보니 큰일이다 싶었다. 이후 비도 계속 오고, 바쁜 일이 생겨서 복실이와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진드기는 어찌 됐는지 확인도 못하고 그만 퇴소를 하고 말았다. 닭고기를 주니 어찌나 좋아하던지... 지금도 날뛰며 기뻐하던 복실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제로는 구들마을 사무장이 기르는 고양이다. 이름이 '제로'인 것은 제로를 만났을 때 사무장이 마침 '제로콜라'를 마시고 있었다나 뭐라나?  그래서 '제로'가 되었다고 한다.

 

제로는 고양이지만 정말 강아지보다 더 살갑고 친근하다. 언젠가 카페에서 제로와 놀아주었는데 어찌나 동작이 빠른지 혀를 내둘렀다. 또 언젠가는 새벽에 새들이 하도 시끄럽게 울어서 나가봤더니 제로가 살금살금 새들을 향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다른 새들이 제로를 조심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제로는 먹이를 노릴 때만큼은 얼마나 신중하고 조용하게 움직이는지 우리는 제로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얼마 전, 장선생이 두고 간 황태포를 주려고 복실이에게 갔었다. 복실이는 황태맛을 보더니 미친 듯 날뛰었다. 나는 복실이의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가만히 앉아있었는데 어디선가 야옹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제로가 저에게도 황태를 달라는 것이었다. 복실이 몫을 빼앗으려 하지도 않고 얌전히 앉아서 야옹거리기는 제로가 너무 예뻐서 몇 개를 주었다. 너무 착한 제로다. 주인인 사무장의 집에 박쥐도 잡아다 주고 카페에 모임이 있으면 어찌 아는지 꼭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주던 제로! 평창살이하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던 제로! 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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