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7.5. 맑고 더움

 

개별탐방활동날이다. 아직 귀촌이나 귀농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나는 잠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이 기회에 평창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것 또한 진심이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봉평 하나로마트에 들러 생필품을 몇 개 샀다. 늘 그렇지만 뭔가 부족한 하나로마트. 작은 마을의 마트라는 걸 감안해야 한다. 작은 봉지의 메밀가루를 샀다. 다시 길을 나섰다. 네이버부동산에서 어제부터 찾아본 지역을 가볼까? 길가에 흔한 부동산 사무실을 둘러볼까? 하다가 일단 대화까지 가게 되었는데 어이쿠! 장날이다. 지난번에도 우연히 이곳을 들렀을 때 장날이었는데, 난 장날과 인연이 깊은가 보다. 아무튼 장구경을 하고 점심을 먹으려고 지난번에 맛있었던 옹심이칼국수집을 찾았는데 사람이 너무 많다. 장구경을 더 하다가 마늘도 사고 꽃집에서 채송화도 사고 메밀전집을 구경하다 보니 식당에 자리가 났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그런지 썰물처럼 빠져나간 가게에서 호젓하게 맛있는 옹심이 칼국수를 먹자니 옹심이 먹을 날도 얼마 안 남은듯해서 아쉬웠다. 오늘따라 더 진하고 쫀득한 옹심이칼국수를 먹고 시장골목을 지나치다 먼저 찜해둔 장화를 샀다. 비가 오락가락하니 계속 발이 젖고 아침 산책 때 신으면 좋을 것 같아서다. 좀 더 일찍 샀으면 좋았을 것을...

 

 

2024. 7.4. 더움

 

오늘은 고추장 담그기 체험활동이다. 10시에 봉황마을회관 강당에 갔더니 강사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구 선생이 한 팀이었는데 얼마나 정확한지 고춧가루, 메주가루, 조청 등을  전자저울의 눈금에 정확하게 계량했다. 고추장 재료를 모두 섞은 후 각자의 병에 담아 기념으로 가져왔다. 재작년 강봉석명인의 즉석고추장 밀키트를 사서 담근 고추장이 아직 조금 남았지만 이제 고추장 만들기도 쉬운 방법이 나왔으니 매해 도전해 봐야겠다. 맛도 좋고 언제든 필요할 때 담그면 되니 이렇게 편할 줄이야!

 

아침산책길에 소나기를 만났다. 다행히 우산을 가져갔는데 비는 또 금세 그쳤다. 강을 따라 걷다가 숙소로 오는 길이면 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꽃밭이 있다. 오늘도 지금 한창인 그 집 마당의 접시꽃에 마음이 사로잡혔다. 물론 더 다양한 빛깔의 접시꽃이 있지만 이렇게나 선명하게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고 있는 접시꽃을 보자니 그 화려함에 자꾸 눈길이 간다.

 

 

2024. 7월 3일. 수. 비

 

계속 비가 온다. 많이 오진 않지만 소나기처럼 오다가 잠깐식 쉬고 또 쏟아지고를 반복한다. 아침 산책에도 우산을 들고 다녀왔다. 그래도 비 맞으며 하는 우중 산책은 운치 있고 좋다.

 

돌아와서 구 선생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궁이에 불을 때려고 하니 도와주신다. 무뚝뚝할 정도로 과묵하고 조용한 분인데 이럴 때 보면 자상해 보이기도 한다. 어제일 때문에 나름 생각이 깊어진 듯하다. 아무튼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불을 때는데 일단 솔잎과 잔나뭇가지를 넣고 신문지와 마른 장작을 얼기설기 넣은 후 눈이 빨개지도록 부채질을 했다. 며칠 전 불을 못 피우고 중단하는 모녀를 봐서 나는 손에 물집이 잡혀도 계속 부채질을 했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을 보며 불멍을 하자니 초등학교 때  윤실이네 집에서 소죽 쑤기 위해 때던 왕겨아궁이가 생각났다. 내가 매일 윤실이네 집에 가서 풍로를 돌리며 불을 지폈는데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지금 윤실이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너무 오래전 일이다.

 

아무튼 아궁이에 3시간 동안 불을 지폈는데도 내 작은 방은 따뜻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멈추고 기다려봤지만 결국 방안에 온기는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방안에 널어 둔 빨래가 뽀송하게 마르고 문을 닫고 잤는데도 공기가 쾌적하고 습기가 없다. 참 구들의 힘이란 대단하다. 이 장마철에 장작 몇 개로 뽀송뽀송한 방을 만들어 주다니. 덕분에 깊이 잠들 수 있었다.

 

비가 많이 와서 종일 영농활동이 취소됐다.

 

덕분에 고선생과 요가선생님과 점심을 먹고 평온 AI박물관에서 김태성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작은 전시관이었지만 이곳 평창으로 둥지를 옮겨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와 짧지만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고선생은 며칠 뒤 학교에 강사로 초빙하기로 하고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모빌이라는 장르를 통해 재미있는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 작품의 제목이 '용서와 위로에 대한 간청'이다. 물론 특정 종교를 갖고 있진 않다고 했다.  예수 옆에 있는 부처작품도 제목은 같다.

 

 

 

요가선생님의 손님이 ktx를 타고 인도에서 왔다. 선생님이 인도에 머물 때 자주 머물던 집의 딸이라고 하셨다. 그 먼 인도에서 선생님 얼굴을 보자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왔다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치도 잘 먹고 항상 명랑 쾌활한 표정의 멋진 젊은이다. 내가 사둔 토마토를 보태어 선생님이 스파게티를 하고 나는 텃밭의 채소를 가득 따다가 샐러드를 만들었다. 푸짐한 한상이 차려졌고 비가 와서 갈 곳이 없던 우리는 강당에서 이야기를 하며 놀았다.

 

오후 7시엔 마을의 이장에게 건축기초 강의를 들었다. 이 시간에 매우 불편하고 불쾌한 일이 있었고 이 일은 나중에 다시 언급하기로 하자. 암튼 강의를 마치고 고선생과 선생님집에 가서 휴식 후 나는 잠깐 잠이 들었다. 그 사이 선생님과 고선생은 명상을 했고 늦은 시간 나를 숙소로 데려다주고 고선생은 홍천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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