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월 3일. 수. 비
계속 비가 온다. 많이 오진 않지만 소나기처럼 오다가 잠깐식 쉬고 또 쏟아지고를 반복한다. 아침 산책에도 우산을 들고 다녀왔다. 그래도 비 맞으며 하는 우중 산책은 운치 있고 좋다.
돌아와서 구 선생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궁이에 불을 때려고 하니 도와주신다. 무뚝뚝할 정도로 과묵하고 조용한 분인데 이럴 때 보면 자상해 보이기도 한다. 어제일 때문에 나름 생각이 깊어진 듯하다. 아무튼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불을 때는데 일단 솔잎과 잔나뭇가지를 넣고 신문지와 마른 장작을 얼기설기 넣은 후 눈이 빨개지도록 부채질을 했다. 며칠 전 불을 못 피우고 중단하는 모녀를 봐서 나는 손에 물집이 잡혀도 계속 부채질을 했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을 보며 불멍을 하자니 초등학교 때 윤실이네 집에서 소죽 쑤기 위해 때던 왕겨아궁이가 생각났다. 내가 매일 윤실이네 집에 가서 풍로를 돌리며 불을 지폈는데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지금 윤실이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너무 오래전 일이다.
아무튼 아궁이에 3시간 동안 불을 지폈는데도 내 작은 방은 따뜻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멈추고 기다려봤지만 결국 방안에 온기는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방안에 널어 둔 빨래가 뽀송하게 마르고 문을 닫고 잤는데도 공기가 쾌적하고 습기가 없다. 참 구들의 힘이란 대단하다. 이 장마철에 장작 몇 개로 뽀송뽀송한 방을 만들어 주다니. 덕분에 깊이 잠들 수 있었다.
비가 많이 와서 종일 영농활동이 취소됐다.
덕분에 고선생과 요가선생님과 점심을 먹고 평온 AI박물관에서 김태성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작은 전시관이었지만 이곳 평창으로 둥지를 옮겨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와 짧지만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고선생은 며칠 뒤 학교에 강사로 초빙하기로 하고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모빌이라는 장르를 통해 재미있는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 작품의 제목이 '용서와 위로에 대한 간청'이다. 물론 특정 종교를 갖고 있진 않다고 했다. 예수 옆에 있는 부처작품도 제목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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