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6.20. 금. 34도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산책을 갔다. 평창살이 중 두 번째로 좋은 시간이다. 물론 첫 번째는 요가와 명상시간, 그리고 두 번째는 이른 아침 나 홀로 산책시간이다. 오는 길에 미리 보아두었던 뽕나무에서 오디를 잔뜩 따먹었다. 오늘은 제법 많이 먹었는데 주말을 보내고 비가 온다고 하니 다음 주엔 없을 확률이 높다.
숙소에 돌아와 정리를 하고 가벼운 아침을 먹었다.
쑥송편과 두부와 토마토, 그리고 요즘 흠뻑 빠진 페퍼민트차. 꿀을 조금 넣었더니 더 맛있다. 집에도 빨리 옮겨 심어야 할 텐데 요새 사실 너무 바쁘다. 숙소 주변 옥수수밭두둑에 요가샘이 심었다는 페퍼민트를 며칠 전 장 샘이 예초기로 잘라서 지금은 살아남은 몇 개로 아껴가며 따오고 있다. 아쉽다. 워낙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나 한 달은 족히 걸려야 할 것이다. 재작년 모로코에서 민트차에 반한 이후 줄곳 민트를 사려고 했는데 대부분 티백이라 사놓고 먹진 않고 있다. 내가 직접 말려야겠다.
오전이지만 태양열이 장난 아니다. 어쩐 일인지 요가샘이 바쁘게 움직인다. 내가 민트차 좀 드릴까요? 했더니 그러라고 하시며 또 분주하다. 내가 민트차와 토마토를 주니 다 드시곤 노인정에 와서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신다. 기증한 물품을 전달하는 사진을 남겨야 한다며... 그래서 늘 구들마을 입구를 지나며 보아온 노인정을 처음 들어가 보았다. 동네 노인들이 다 모였는데 다들 연로하시다. 김치와 염색약, 떡 등을 기부받았고 나눠가셨다.
오전 8시에 퇴비 만들기 체험이 있어 요가샘 집 뒷산에 모였는데 망초와 잡초가 무성해 다들 놀랐다. 요가샘 혼자 망초를 다 베고 길을 튼 뒤 산길을 조금 올라 낙엽을 모았다. 가져간 포대로 5개를 담아야 한다고 했는데 팀원들은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다.
내가 텃밭 10여 년을 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흙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이, 영양을 취하는 곳이 흙속이고 보면 미생물이 살아 있는 오염되지 않은 흙에서 생산된 먹거리가 우리 몸에도 좋은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요새 대부분은 양계장에서 나온 계분이나, 축사에서 나온 가축분을 퇴비로 쓴다. 먼 옛날 인분이 매우 좋은 거름이었듯 동물의 분뇨가 좋긴 하지만 이제 옛말이 되었다. 양계장의 닭들에게 항생제를 먹이고 가축들 또한 평생 항생제와 전염병 예방차원의 약을 먹인다. 그런 가축의 변에 많은 양의 항생제가 담겨있고 그것을 퇴비로 쓰는 경우 오히려 토양은 더 훼손된다.
내가 짓던 텃밭은 3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비료와 잔류농약에서 자유롭게 되었고 흙에 지렁이도 가득했다.
이런 흙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의 사람들에게 구들마을에서 준비한 부엽토퇴비 만들기는 이들에게 강도 높은 노동으로 보였을 것이다. 결국 원샘 엄마가 화난 표정으로 요새 누가 이렇게 퇴비를 만들어요. 그러다 다 죽어요~~~ 하곤 말문을 닫아 버렸다. 횡성에서 텃밭을 한다면서 또 그렇게 때 묻지 않은 강원도의 자연을 좋아하면서 어떻게 환경오염이나 땅살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지 놀라울 뿐이다.
귀찮아서 힘들어서, 경제적인 이유로, 수월성 때문에 지금 지구가 아픈 것 아닌가? 아울러 퇴비를 만들기 전에 요가샘이나 사무장의 자세한 설명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다.
아무튼 안 쓰는 근육을 써서 온몸이 다 쑤신다. 무사히? 퇴비 만들기를 마치고 서울대 학식을 먹으러 갔다. 메뉴는 냉면이었다. 시원한 곳에서 냉면을 먹고 더위를 식힌 후 일찍 원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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