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선생님의 출장에 동행했다. 선생님이 연수에 참가하는 동안 나는 영월투어에 나섰다. 고심 끝에 인도미술박물관으로 정했다. 영월에 몇 번 들렀지만 인도미술박물관은 처음이다. 민화박물관과 책박물관도 둘러보려 했는데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사람들을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라 다음기회로 미루었다.

 

인도미술박물관은 폐교자리에 박여송 관장이 인도를 다니며 모은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티켓을 끊자 직원이 관장님이 지금 설명을 하고 있으니 가서 들으라고 재촉한다. 관장님은 나이가 제법 있어 보였지만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쳤는데 인도미술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대단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관장님은 먼저 온 두 분에게 인도의 미술에 대해 설명하고 계셨고 나는 여러 미술품 중 그림자를 보기 위한 등잔에 시선이 멈췄다. 관장님이 빛을 비추자 새와 동물들이 하얀 벽에 그림자를 이루며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선명한 윤곽을 보여 주었다.

 

 

 

 

이곳엔 다양한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손으로 직접 만든 여성들의 작품이 가장 아름다웠다. 바느질을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어느나라던 여인들의 삶이 순탄치 않아 보여 마음이 아프지만 고된 노동으로 탄생한 아름다운 핸드메이드 작품들은 그래서 더 귀하고 아름다웠다.

 

 

 

 

피카소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그림도 있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자수작품들! 너무나 정교하고 섬세하다.

 

 

작품을 감상하고 관장님께 짜이를 시켰더니(6천원) 인도에 갔었냐고 물으시곤 인도의 음식도 맛보겠냐고 하신다. 당연히  맛보겠다고 하니 접시 가득 맛있는 음식을 가져오셨다.

 

인도 갠지스강의 일출을 보고 추위에 떨며 마셨던 뜨거운 짜이, 새벽 열차에서 불면의 밤을 보내고 난 뒤 추위에 웅크리고 앉아 짜이 파는 소년을 불러 마신 달콤하고 따뜻한 짜이, 어느 땐 그 맛이 그리워 인도에 다시 가고 싶기도 하다. 이곳 미술관의 짜이는 약간 싱거운듯 했지만 함께 나온 토마토소스와 고수대신 넣었다는 관장님표 참나물소스는 정말 맛있었다. 그래서 레시피북을 사서 돌아오는 길에 요가샘을 졸라 인도요리를 배우기로 잠정 허락을 받았다.

 

아무튼 내가 짜이를 시키는 동안 한 무리의 단체손님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카톡의 여행자클럽에서 만난 여인들로 어찌나 유쾌하던지... . 그러더니 미술관에서 파는 인도스카프를 하나씩 사곤 페이즐리와 연꽃문양에 색을 칠하며 또 즐거워했다. 무엇보다 무료로 제공하는 인도사리를 입고 인도콘셉트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더니 급기야 내게까지 옷을 입히고 사진을 찍어주며 즐거워했다. 그녀들의 수다에 혼이나가 점심도 굶고 놀다 보니 3시가 되어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이번 인도미술박물관 탐방은 의외의 사람들을 만나 좀 산만했으나 그만큼 또 즐거웠다. 벌써 함께 여행하자고 카톡안내도 보내왔다. 그림을 잘 그리는 회원과 인스타그램의 인기 사진작가, 인제에서 온 민화선생님까지 다양한 곳에서 유쾌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나도 덩달아 유쾌하고 즐거워졌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 자신의 길을 꾸준히 가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가을의 하루를 보내고 왔다.

 

 

강릉에 살 때 엄마집을 가려면 으레 지나가던 횡성, 그곳에 미술관 자작나무숲이 있다. 언젠가 횡성 풍수원성당과 함께 들렀던 곳, 원종호관장이 직접 심고 가꾸었다는 미술관은 벌써 10여 년의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많이 쇠락해 있었다. 입장료에 음료값이 포함되어 잠깐 앉아 비치되어 있는 사진집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방의걸은 끊임없는 사유를 통해 삶과 자연의 모습을 함축적인 모습으로 표현하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롭고 현대적인 표현이 그 안에 생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공(空), 해맞이, 산 등 그동안 방의걸이 보여줬던 핵심 연작이 치열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팸플릿 참조)

 

 

1. 여명

 

 

 

 

2. 공 空

 

 

 

 

 

3. 비(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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