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13. 토. 갬
어제 늦게 잤음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눈이 떠졌다. 밤엔 문을 열고 자다가 추워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잤다. 평창의 밤과 새벽은 쌀쌀하다.
옷을 챙겨 입고 산책을 갔다. 비가 안 와서 오랜만에 잣공장 근처 '느므즈므 둘레길'로 접어들었다. 콸콸대며 흐르는 강과 새들의 노랫소리, 해오라기와 재두루미, 까마귀, 비둘기, 종종 마주치는 호박밭주인, 진돗개와 산책하는 견주, 이어폰을 끼고 아침 달리기를 하는 소녀. 이들이 내가 산책길에 만나는 사람들이다. 아, 부부색소폰집의 토끼도 있다. 물론 우리 숙소의 복실이와 가끔 만나는 길고양이도 있고.
새벽의 산내음과 물소리, 맑은 공기는 아주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 비가 잦아 산 어디선가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면 나는 가져간 작은 카메라로 먼 산을 응시하며 시간을 보낸다. 렌즈로 보는 것보다 멍하니 바라보는 일이 더 많긴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양배추밭에서 일하고 있던 베트남 노동자들을 만났다. 마침 길가에 나와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가니 명랑한 인사가 이어진다. 어쩜 이렇게 붙임성이 좋담. 나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들이 먹고 있던 음식을 들여다 본다. 이건 닭고기? 돼지고기? 토마토? 안 통하는 언어지만 애써 설명하더니 토마토를 먹어보라고 한다.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 만나면 조리법을 꼭 물어봐야겠다.
오전 9시엔 마들렌 만들기 실습이다. 마들렌은 카페에서나 먹어보고 좀 달아서 즐기지는 않았다. 사무장이 토요일이라 쉬는 까닭에 우리와 함께했다.
레시피대로 계량을 하고 오븐에 굽고 봉투에 담아 성공적으로 오늘 미션을 완성했다. 예전에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이어서 제과제빵에 도전하려 했었기에 마들렌 만들기는 그리 어렵진 않았다.
이제 평창살이가 한주 남았다. 집으로 올 때 그동안 가져간 짐을 대충 정리해서 가져왔다. 담주에 한꺼번에 가져가기가 좀 버거울 것 같아서이다. 한 달 반이 좀 긴 듯도 하고 짧은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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