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월 1일 월. 더움

 

오늘은 선도농가 방문의 날이다. 10시에 농가에 도착했더니 이곳은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곳이었다. 아래로 완만한 구릉이 자연스럽게 펼쳐진 곳이다.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땅을 구입했다고 해서 모두 부러워했다. 주인은 집은 짓지 않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영농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 일행이 오기 전에 벌써 부추전과 오미자차, 쑥개떡을 준비해 두셔서 맛있게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서울 살다가 귀농하셨다는데 이미 경험이 풍부하셔서 그런지 밭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밭에는 상추, 고수, 황기, 고추, 땅콩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작물을 재배하고 계셨다. 평창이 추워서 5월쯤 돼야 모종을 심고 가을걷이도 빠르다고...

 

손이 얼마나 야무진지 그 넓은 밭이 잡초하나 없이 깨끗하다. 자연에 머물기를 좋아하고 작물을 대하는 진정성이 마음에서부터 우러나는 분이라는 게 절로 느껴진다. 세상엔 참 나랑 비슷한 사람도 많구나 하고 생각하니 내 마음도 든든했다.

 

오후엔 고선생과 동료들의 요가수업이 있었다. 나는 더불어 참가했고 좋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음을 감사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서 처음 하는 분들은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모두 새로운 요가의 세계에 입문한 신기한 경험을 즐거워했다. 나도 명상에 집중하는 시간이 조금 늘어난 것 같아 좋았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는 것 또한 현실...이다.

 

 

 

 

 

 

 

2024.6.20. 금. 34도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산책을 갔다. 평창살이 중 두 번째로 좋은 시간이다. 물론 첫 번째는 요가와 명상시간, 그리고 두 번째는 이른 아침 나 홀로 산책시간이다. 오는 길에 미리 보아두었던 뽕나무에서 오디를 잔뜩 따먹었다. 오늘은 제법 많이 먹었는데 주말을 보내고 비가 온다고 하니 다음 주엔 없을 확률이 높다.

 

숙소에 돌아와 정리를 하고 가벼운 아침을 먹었다.

 

 

쑥송편과 두부와 토마토, 그리고 요즘 흠뻑 빠진 페퍼민트차. 꿀을 조금 넣었더니 더 맛있다. 집에도 빨리 옮겨 심어야 할 텐데 요새 사실 너무 바쁘다. 숙소 주변 옥수수밭두둑에 요가샘이 심었다는 페퍼민트를 며칠 전 장 샘이 예초기로 잘라서 지금은 살아남은 몇 개로 아껴가며 따오고 있다. 아쉽다. 워낙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나 한 달은 족히 걸려야 할 것이다. 재작년 모로코에서 민트차에 반한 이후 줄곳 민트를 사려고 했는데 대부분 티백이라 사놓고 먹진 않고 있다. 내가 직접 말려야겠다.

 

오전이지만 태양열이 장난 아니다. 어쩐 일인지 요가샘이 바쁘게 움직인다. 내가 민트차 좀 드릴까요? 했더니 그러라고 하시며 또 분주하다. 내가 민트차와 토마토를 주니 다 드시곤 노인정에 와서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신다. 기증한 물품을 전달하는 사진을 남겨야 한다며... 그래서 늘 구들마을 입구를 지나며 보아온 노인정을 처음 들어가 보았다. 동네 노인들이 다 모였는데 다들 연로하시다. 김치와 염색약, 떡 등을 기부받았고 나눠가셨다.

 

 

 

 

 

오전 8시에 퇴비 만들기 체험이 있어 요가샘 집 뒷산에 모였는데 망초와 잡초가 무성해 다들 놀랐다. 요가샘 혼자 망초를 다 베고 길을 튼 뒤 산길을 조금 올라 낙엽을 모았다. 가져간 포대로 5개를 담아야 한다고 했는데 팀원들은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다.

 

 

내가 텃밭 10여 년을 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흙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이, 영양을 취하는 곳이 흙속이고 보면 미생물이 살아 있는 오염되지 않은 흙에서 생산된 먹거리가 우리 몸에도 좋은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요새 대부분은 양계장에서 나온 계분이나, 축사에서 나온 가축분을 퇴비로 쓴다. 먼 옛날 인분이 매우 좋은 거름이었듯 동물의 분뇨가 좋긴 하지만 이제 옛말이 되었다. 양계장의 닭들에게 항생제를 먹이고 가축들 또한 평생 항생제와 전염병 예방차원의 약을 먹인다. 그런 가축의 변에 많은 양의 항생제가 담겨있고 그것을 퇴비로 쓰는 경우 오히려 토양은 더 훼손된다.

내가 짓던 텃밭은 3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비료와 잔류농약에서 자유롭게 되었고 흙에 지렁이도 가득했다.

 

이런 흙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의 사람들에게 구들마을에서 준비한 부엽토퇴비 만들기는 이들에게 강도 높은 노동으로 보였을 것이다. 결국 원샘 엄마가 화난 표정으로 요새 누가 이렇게 퇴비를 만들어요. 그러다 다 죽어요~~~ 하곤 말문을 닫아 버렸다. 횡성에서 텃밭을 한다면서 또 그렇게 때 묻지 않은 강원도의 자연을 좋아하면서 어떻게 환경오염이나 땅살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지 놀라울 뿐이다.

귀찮아서 힘들어서, 경제적인 이유로, 수월성 때문에 지금 지구가 아픈 것 아닌가? 아울러 퇴비를 만들기 전에 요가샘이나 사무장의 자세한 설명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다.

 

아무튼 안 쓰는 근육을 써서 온몸이 다 쑤신다. 무사히? 퇴비 만들기를 마치고 서울대 학식을 먹으러 갔다. 메뉴는 냉면이었다. 시원한 곳에서 냉면을 먹고 더위를 식힌 후 일찍 원주로 왔다. 

 

2024. 6.20.34도

 

아주 오래전 백룡동굴 입구까지 왔다가 그냥 돌아간 적이 있다. 그런데 오늘 프로그램은 그 백룡동굴 탐방이다. 동굴 가는 길은 정말 환상의 풍경이었다. 무릉도원이랄까?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 잘 보전된 곳에 백룡동굴이 있었다. 백운산의 백자와 발견자 김무룡의 룡자를 따서 백룡동굴로 명명했다고 한다. 탈의장에서 정해진 안전복과 해드렌턴, 장화, 허리띠, 장갑을 착용 후 안내원을 따라 동굴로 들어갔다. 밖은 30도를 오르내리지만 동굴 안은 10도 안팎이고 너무 시원했다. 발견 이후 철저히 관리하고 있어 제대로 보존된 동굴은 원시 그 자체라 허리를 숙이고, 게걸음으로, 때론 엎드려 기거나 네발로 기어야 하는 난코스가 있어서 65세 이상은 나이제한을 두고 있다. 아무튼 내가 본 환선굴도 좋고 고씨동굴도 좋고 만장굴도 좋지만 단연 백룡동굴이 최고다. 입장료 18000원이 아깝지 않았다. 더구나 가이드의 맛깔스러운 동굴 스토리는 매우 흥미롭고 재미를 더했으며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매우 진지했다. 강력 추천!

 

2시간 코스의 동굴탐험을 마치고 함께 평창시장 맛집을 찾아갔는데 오랜만에 맛보는 옹심이 칼국수가 정말 맛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마침 평창장날이라 손님도 많았는데 다행히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진 않았다.

 

 

 

맛있는 옹심이를 먹고 마침 장날이라 장구경을 했다. 날이 더워 대충 보고 가는 길에 웰컴투동막골 세트장을 가기로 했다. 모두 그 영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세트장은 이제 인기가 시들해졌는지 깨끗하지만 낡아 있었다. 걷다 보니 오래전 봤던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그중 압권은 단연 팝콘이 터지던 장면.

 

 

우습게도 더 좋았던 것은 입구에 있던 폐광산터널이었는데  안에서 시원한 바람이 계속 불어 나왔다. 잠깐만 앉아 있어도 금세 시원해졌다.

 

 

 

숙소로 돌아와 너무 피곤해서 낮잠을 잤다. 2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요가샘과 고선생이 저녁밥을 먹으라고 깨운다. 맛있게 차려진 저녁을 대접받고 보름달구경을 하다가 요가샘 집에 가서 명상을 했다. 오늘은 꽤 긴 시간 명상을 했는데 지난번 보다 더 좋았다. 곁에서 두 사람의 집중력과 흔들림 없는 자세가 느껴져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잘은 모르지만 두 사람의 고요한 에너지가 절로 느껴져 신기하기도 했다. 자정이 깊어 고선생은 나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갔다. 밤운전이 걱정됐지만 보름달과 함께 운전해서 너무 좋았다는 문자로 도착을 알렸다. 나도 화장실을 핑계로 보름달을 한 번 더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

 

2024. 6.19. 수. 34도

 

아침산책은 평소 거리의 반쯤에서 돌아왔다. 벌써부터 햇살이 장난 아니게 눈부시다. 그늘만 이용해서 걷고 오다가 맛있는 오디나무를 발견했다. 한 움큼 따 먹고 내일아침 또 먹으러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비밀정원이 생긴 것처럼 웃음이 나온다. 

 

텃밭채소로 가벼운 아침을 먹고 오늘은 평창에 있는 평창 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귀촌교육을 받으러 안샘차를 타고 출발했다. 애써 준비한 프로그램이지만 인원이 적다. 그래도 전국에서 평창의 인기가 꽤 높다고 한다. 감동적인 것은 성공한 귀농귀촌인과의 대화였다. 전직 교장으로 유기농 사과재배에 성공한 분, 서울에서 0 하나를 잘못 보고 정착한 후 된장과 배추농사까지 다양한 품목을 계약재배에 성공한 분, 몸이 아파 평창에 왔다가 약용버섯을 길러 성공한 세 분의 고생기가 마치 드라마처럼 감동적이고 마음을 울렸다. 결국 듣던 우리까지 눈물바다가 될 정도로 고생한 끝에 지금은 다들 자리가 잡히고 오히려 귀농하려는 사람들을 안내하는 열정까지 불태우고 있는 세분을 보며 인간승리라는 생각을 했다. 귀농귀촌, 귀어하려는 분들은 나처럼 살아보기 체험이나 이런 프로그램에 참가해 현장의 소리를 들어보고 간접 경험도 해 보고 각 시도의 농촌담당 공무원의 도움을 받으면 시행착오를 좀 줄일 것 같다.

 

교육이 끝난 후 메밀로 유명한 봉평에서 막국수로 점심을 먹고 마침 봉평장날이라 구경하면서 장을 봤다. 정말 맛있는 블루베리와 송편, 찹쌀떡, 체리를 샀다. 요가샘은 찹쌀떡을 맛있게 드신다.

 

 

숙소로 오는 길에 안샘이 황창연신부님의 빌립보 생태마을을 제의했다. 너무 더운 날이라 거절할까 하다가 고선생이 부탁한 청국장가루도 살 겸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도 궁금했었기에 다녀오기로 했다. 빌립보 생태마을은 평창강이 내려다 보이는 멋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장독대가 멋지다. 날이 너무 더워 스테인드글라스가 멋진 성당도 잠깐보고 숙소로 향했다.

 

 

오후일정은 쿠킹클레스.  요가샘이 비빔밥으로 메뉴를 정해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했다. 오래간만에 구샘과 장샘도 부엌에 들어왔다. 구샘의 당근 볶기 시범에 다들 놀랐다.

 

요가선생님이 직접 가꾼 눈개승마와 곤드레나물, 텃밭에서 막 따온 상추, 부추와 담근 고추장으로 맛을 낸 비빔밥은 정말 최고였다. 물론 육식파 선생님들은 별로인 눈치다. 내가 준비한 수박을 끝으로 오늘은 사무장과 고선생도 함께 식사를 해서 더 의미가 있었다. 요가선생님이 아들을 바라보는 눈에 사랑이 가득하다.ㅎㅎ 

 

저녁을 먹은 설거지그릇이 산처럼 쌓였는데 다들 들어가 버리고 고선생과 내가 설거지를 했다. 많이 달라진 고선생을 보니 마음이 따듯해진다. 그동안 수련과 명상을 통해 더 깊어지고 배려심도 많아지고 단호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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