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19. 금.

 

오늘은 평창살이를 마무리하는 날이다. 팀장이 토요일은 근무를 안 하기에 오늘 수료식을 하지만 우리들은 내일까지 이곳에 머물러도 된다고 한다. 나는 여느 때처럼 일찍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산책을 갔다. 물안개가 너무 아름답게 피어나는 강을 따라 걸으며 언제 또 올지 모를 이곳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침기온이 낮아서인지 어느 때보다 물안개는 가득했고 온갖 새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장마에도 쑥쑥 자라는 옥수수는 이미 내 키를 넘었고, 조그만 모종을 심었던 양배추는 내 손바닥보다 더 큰 잎을 내고 있었다. 늘 마주하던 주키니 호박도 얼마 전 꽃을 피우더니 팔뚝만큼 큰 호박이 주렁주렁 열렸다. 나는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렀다.

 

 

오전 9시. 팀장과 이장님이 참석한 가운데 수료식을 가졌다. 사무장은 수료증과 많은 선물을 준비했다. 수료증을 받고 보니 정말 평창을 떠날 때가 온 것처럼 느껴졌다. 

 

수료식을 마치고도 팀장은 평창안내를 열심히 해 주었다. 나는 요가샘과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요가샘은 역시 팀장과 일행을 불러 다 함께 강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분주했지만 이렇게 끝마무리를 하니 언뜻 아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잘 마무리했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칭찬도 해 주었다.

 

점심을 먹고 좀 쉬고 싶었지만 5시에 고선생이 온다고 해서 평창까지 장을 보러 갔다. 고선생은 갈치를 원했는데 갈치가 없어 찾다 보니 평창까지 간 것이다. 아무튼 갈치대신 고등어를 사고 돌아와 더덕구이, 호박나물, 두부, 복숭아 등으로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다. 다행히 고등어조림을 다 잘 먹었다.

 

9시쯤 선생님이 졸립다고 하신다. 요새 여러 가지 일로 신경이 많이 쓰여 피곤하셨나 보다. 덕분에 나도 푹 잘 수 있었다. 한밤중에 화장실 가려고 나갔다가 둥그런 보름달을 보았다. 내일이 보름이다.

 

2024. 7.18. 목. 비

 

폭우의 연속이다. 새벽 4시에 잠이 깼다. 잠이 안 와서 날씨를 검색하고 뉴스를 접하다 6시에 우산을 들고 산책을 갔다. 평창강은 물이 불어 흙탕물이 흐르고 도로 곳곳엔 토사가 흘러 어수선하다. 밭의 흙이 유실되어 온통 흙투성이가 된 길을 걷고 돌아와 텃밭 정리를 했다. 아침으로 단호박과 잣죽을 먹었다.

 

오후 2시 30분. 선진농가 방문이다. 구들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꽤 높은 지대에 있는 농가엔 이미 10여 년 전에 귀촌해서 자리가 잡힌 농가가 있었다. 직접 기른 블루베리 주스와 간식을 내주었는데 주스가 너무 맛있다. 역시 직접 딴 신선한 과일의 맛은 따라올 수가 없다.

 

전직 강사였던 부부는 구선생에게 매우 필요한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 주었다. 덩달아 우리도 재미있는 평창살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방문을 일찍 끝내고 나와 선생님은 지명씨집에 차를 마시러 갔다. 나와는 세 번째 만남인데 나는 지명씨 덕분에 진주사투리가 너무 좋아졌다. 지명씨의 사투리는 왜 이리 귀엽고 나긋나긋하게 들리는지... ㅎㅎ

 

지명씨는 치매 걸린 친정엄마를 모시고 있었는데 5시가 되자 요양원에서 엄마가 오셨다. 지명씨 엄마는 지명씨 즉 딸을 못 알아보고 계속 남에게 이야기하듯 한다. 트로트를 좋아해서 지명씨가 틀어준 전국노래자랑을 재미있게 보셨다. 지명씨 엄마는 이쁜 치매에 걸리셔서 매우 조용하고 얌전하다. 하지만 지명씨의 하루를 보며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나는 잠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오늘은 새벽부터 일어나서 그런지 일찍 숙면을 취했다. 

 

2024. 7.17. 비

 

밤새 폭우가 왔다. 산촌에서 비 오는 소리는 특히 밤에는 더욱 크다. 어딘가 물난리가 났을 것 같아 불안한 마음에 일찍 눈이 떠졌다. 새벽에 그렇게 오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엔 비가 잦아들었고 덕분에 나는 마당의 풀과 선생님 텃밭을 정리했다. 선생님 텃밭엔 애플민트와 과꽃, 붓꽃, 들깨모종이 조금 심겨있었다. 깨끗하게 잡초를 제거하니 뒤뜰이 너무 깨끗하고 이쁘다. 아점으로 곤드레밥과 미숫가루를 먹었다.

 

9시 40분에 선생님을 태우고 발왕산 케이블카를 타러 출발했다. 정상 가까이 가자 바람도 불고 비도 오고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일행들은 일회용 우비까지 입고 전망대까지 갔다 온다고 했다. 비바람이 너무 강해서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금세 옷이 젖고 신발도 젖는다.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바람이 불었고 비바람에 카메라가 젖어서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다. 나는 남기로 했다. 아까 장화를 신었어야 했는데 아쉽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저녁엔 고선생이 전화를 했다. 또 긴 얘기를 나누었다. 

 

2024. 7.16. 화 

 

지난주엔 토요일까지 행사가 있어서 이번주는 화요일부터 평창살이를 시작한다. 집에서 이런저런 뒷정리를 하고 평창에 도착하니 9시가 다 되었다. 늘 그렇듯 텃밭을 한번 둘러보고 오늘 10시에 있을 요가수업을 준비했다. 강당을 청소하고 방석 등을 준비하고 비 때문에 습해서 난방도 조금 했다. 10시에 시작해서 12시쯤 끝났다. 나는 집에서 가져온 약밥을 내어놓고 방에 들어가 낮잠삼매경에 빠졌다. 요가를 하고 나면 왜 이리 졸린지... 쿨쿨 자는 회원도 있지만 나는 차마 잘 수 없어 참다가 낮잠을 2시간쯤 잤다. 이렇게 길게 낮잠을 잔 것도 꽤 오랜만이다. 너무 잤는지 어안이 벙벙한 느낌.

 

어제가 초복이었지만 평창살이에서는 오늘 오후 장작불에 닭백숙을 끓이기로 했다. 선생님이 장작불을 잘 피워주셔서 순조롭게 백숙을 먹을 수 있었다. 나는 닭고기는 다리하나면 충분하기에 나머지는 살을 발라 복실이에게 주었다. 복실이는 내가 나타나자 냄새를 어찌 맡았는지 날뛰기 시작했다. 하도 날뛰어서 반만 그릇에 담고 나중에 좀 진정됐을 때 더 주었다.

 

오늘 설거지는 한선생이 했고 나는 얼른 정리를 해 드렸다. 오늘 내가 만든 꽈리고추찜이 맛있었는지 장선생이 칭찬일색이다. 식사 후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규칙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나는 규칙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들의 얘기에 끼지 않았다. 사람마다 생각은 참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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