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는 구들마을 사무장이 기르는 고양이다. 이름이 '제로'인 것은 제로를 만났을 때 사무장이 마침 '제로콜라'를 마시고 있었다나 뭐라나?  그래서 '제로'가 되었다고 한다.

 

제로는 고양이지만 정말 강아지보다 더 살갑고 친근하다. 언젠가 카페에서 제로와 놀아주었는데 어찌나 동작이 빠른지 혀를 내둘렀다. 또 언젠가는 새벽에 새들이 하도 시끄럽게 울어서 나가봤더니 제로가 살금살금 새들을 향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다른 새들이 제로를 조심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제로는 먹이를 노릴 때만큼은 얼마나 신중하고 조용하게 움직이는지 우리는 제로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얼마 전, 장선생이 두고 간 황태포를 주려고 복실이에게 갔었다. 복실이는 황태맛을 보더니 미친 듯 날뛰었다. 나는 복실이의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가만히 앉아있었는데 어디선가 야옹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제로가 저에게도 황태를 달라는 것이었다. 복실이 몫을 빼앗으려 하지도 않고 얌전히 앉아서 야옹거리기는 제로가 너무 예뻐서 몇 개를 주었다. 너무 착한 제로다. 주인인 사무장의 집에 박쥐도 잡아다 주고 카페에 모임이 있으면 어찌 아는지 꼭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주던 제로! 평창살이하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던 제로! 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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