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7
새벽 5시. 양산 통도사로 향했다. 해마다 나의 봄은 매화로 시작하는데 3월이 지나서야 통도사 매화가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올해는 추위로 인해 개화소식이 한 달 정도 늦는다고 한다.
지난 기록을 찾아보니 2021년 2월 8일 통도사에 다녀왔다. 정말 한 달이 늦은셈이다. 그때는 날씨도 좋았고 꽃도 탐스러웠다.
< 2021.2.8 통도사>
통도사에 도착하니 아직 꽃이 덜 피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걸 보니 아마 주말 이후가 절정일 듯싶다. 사진을 찍으려 꽃에 다가가니 사방에 매화향이 가득하다. 나는 주변을 서성이며 한껏 매향을 누려본다. 이토록 작고 여린 꽃잎에서 피어나는 향기라니.... 참으로 대단하다. 매화는 아무리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기에 이렇게 먼 길을 달려와 고단한 이에게만 나누어주고 누릴 수 있게 하는가! 아마도 매화의 향기는 지난겨울을 잘 견뎌낸 자의 정수이리라. 그래서 오래전부터 선비들의 우상이 되었고.
당나라 정술성은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獨凌寒氣發 한기를 이기고 홀로 피어나지
不遂衆花開 뭇 꽃을 쫓아 피지 않는구나
원나라 정윤단은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歲寒氷雪裏 세한의 빙설 속
獨見一枝來 가지 하나에 꽃핀 것 보니
不比凡桃李 복숭아꽃 오얏꽃 비할바가 아니네
春風無數開 춘풍에 무수한 개화 없어도.
그렇다. 만개하지 않아도 봄을 알리기엔 너무 충분한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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