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랏에 가던 날,

 

몹시 지치고 힘들어 무심히 걷고 있었는데

두 소녀가 나를 보더니 hi!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너무 귀여워서 쳐다보니

포즈까지 취하고

급기야 내게 오라고 손짓까지 한다.

 

튀르키예말을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답답한 노릇이었지만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의미로 읽혔다.

 

아이는 빠르게 철창이 있는 반지하로 들어가더니

공책을 가지고 와서 읽기 시작했다.

 

소녀는 한국어공부를 하고 있었고

내가 한국사람으로 보였는지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그리곤 튀르키예어로 

숫자를 읽기 시작했다.

 

하나,

툴,

셑트.

넽트....

 

내가 다시 읽어주며 발음을 교정해 주자 어찌나 좋아하던지.

 

 

블랙핑크를 좋아한다는 이 소녀에게

나는 제니를 좋아한다고 말해주었다.

 

기뻐 날뛰던 소녀는

언젠가 한국에 가보고 싶다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한 뒤

반지하 집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손에는 장난감 기타가 들려있었고

소녀는 나를 위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소녀들이 얼마나 순수하고 명랑하던지... ,

난 그만,

여행의 고단함을 잊고 말았다.

 

시간이 늦어 통역하던 아줌마의 초대도 사양하고

소녀의 이름도 안 물어본 나의 불찰을 탓하며

숙소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소녀들의 노래와

서툰 한국말을 하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소녀들의 꿈이 꼭 이루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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