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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여행(국내)

꽃에게 달려갔다 - 백련사 애기동백

by 푸른연꽃은 2025. 3. 22.

 

2025. 3.20.

 

유난히 긴 겨울, 3월이 한참이나 지났건만 여전히 바람은 차다. 작년이나 재작년 이맘때엔 벌써 남도에 꽃사태가 벌어지곤 했었는데 아직, 아직이란다. 그래도 나는 조바심에 쩔쩔매다 결국 강진 백련사에 다녀오기로 했다.

 

늦은 출발이라 오후 3시 가까이 되어 백련사에 도착하니 동백은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중이었다. 간간히 양지쪽 만개한 몇 그루의 동백나무가 있지만 대부분은 작년 이맘때에 훨씬 못 미치는 개화상태. 그래도 추위를 견디고 피어난 동백이 기특하기만 하다. 이곳 백련사 동백은 애기동백이라 꽃이 작다. 푸른 초록의 잎에 둘러싸이면 더욱 작아 보이는데 다만, 붉은 꽃잎 덕에 그만큼 더 도드라져 보이긴 한다.

 

절마당에 있는 홍매화는 매년 동백보다 먼저 개화하곤 그 자리를 동백에게 넘겨주는데, 이번엔 동백의 늦은 개화로 인해 홍매화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목아래 심어 둔 작은 수선화도 활짝 피어있고 내가 좋아하는 부도탑 주변의 숲길도 고즈넉하다.

 

 

강진 백련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절집 중 하나이고 그래서 먼먼 강진으로의 여행은 항상 즐겁기만 하다. 다산초당으로 가는 길의 작은 차밭도 정겹다. 다산이 이곳을 좋아했다는데 아마도 이곳의 호젓하고도 멋진 아취가 한몫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었던 다산의 귀양살이가 이곳 강진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았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고.

 

유홍준 님이  강진과 해남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1장 1절로 삼은 것 또한 예사롭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그 많은 유적지 중 하필 이곳을 꼽은 이유야 분명 있겠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던 나는 정말 강진이 좋다.

 

작년 월출산 아래를 지나다가 만난 '어쩌다 유채밭'의 노란 꽃물결도 좋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아직은 아무것도 없는 초록의 들판도 좋고, 강진 마량의 갈대숲과 소박한 담장 위로 흐드러진 매화며 노란 산수유도 좋다. 이 모든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이 해마다 나를 이곳으로 이끄는 바, 나는 정말 강진을 좋아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