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직장 산악회에 가입해서

강릉 주변의 산행에  열심히 참여했건만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부터는 일행에게 누가 될까 두려워 산행을 꺼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대산은 가끔씩 혼자라도 가서 전나무숲을 보거나

적멸보궁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얼마 전엔 태백 근처까지 출사를 갔건만  태백산 산행은 엄두도 못 내고

그냥 돌아서기도 했는데...

 

 

 

 

 

 

아무튼

새로 마음을 다지고 배낭엔 작은 렌즈만 넣어 무게를 최소화시키고

천천히 태백산 천제단까지 등반하기로 했다.

 

 

 

 

 

 

 

이미 새벽에 올라 일출을 본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었지만

중간에 따뜻한 커피도 한 잔 하면서

천천히 올랐다.

 

간이 휴게소를 지나 오르막에 이르러서는

허리가 휘어져 네발로 갔다.

 

 

 

 

 

 

 

 

정상에 도착하니 12월의 매서운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파란 하늘과 저 멀리까지 이어지는 산 능선의

아름다움에 추위는 물론

고된 줄도 몰랐다.

 

 

 

 

 

 

 

 

 

좋은 일이야

(시인: 이성부)

 

산에 빠져서 외롭게 된

그대를 보면

마치 그물에 갇힌 한 마리 고기 같아

스스로 몸을 던져 자유를 움켜쥐고

스스로 몸을 던져 자유의 그물에 갇힌

그대 외로운 발버둥

아름답게 빛나는 노래

나에게도 잘 보이지

 

산에 갇히는 것 좋은 일이야

사랑하는 사람에게 빠져서

갇히는 것은 더더욱 좋은 일이야

평등의 넉넉한 들판이거나

고즈넉한 산비탈 저 위에서 나를 꼼꼼히 돌아보는 일

좋은 일이야

갇혀서 외로운 것 좋은 일이야 

 

 

산을 오르다 보면 호흡에 집중하게 되고

자신의 심장 소리에 집중하게 되기도 하고

무거운 발걸음에 집중하기도 한다.

 

숨이 벅차다가도  어쩌다 부는 바람에

잠시 몸을 맡길 때면

마음은 한없이 단순해지고 고요해진다.

 

그래서 어떤 이는 산으로 神을 만나러 오고

또 어떤이는 그리운 이를 만나러 오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을 만나러 온다.

 

 

고즈넉한 산비탈 저 위에서

나를 꼼꼼히 돌아보는 일

 참, 기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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