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사와 고양이

-대흥사는 백제시대에 창건했으며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후 서산대사 휴정스님의 의발이 전해지고, 서산대사의 법맥을 이는 13대 종사와 13대 강사가 배출되면서 禪과 敎를 겸비한 팔도의 종원이 되었다. 1789년에는 정조대왕으로부터 '표충사'편액을 하사 받아 서산대사의 충의를 기리게 되었다. 천분의 부처님을 모신 천불전과 서산대사 부도 등의 성보문화재가 있다.

 

-2021년 5월 14일 새벽 5시, 일찍 기상해서 준비를 마치고 6시에 가련봉 등산을 위해 대흥사 일주문을 들어섰다. 어제처럼 기온은 높지만(낮기온 32도) 안개가 낀 듯 날이 흐렸다.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이라 풀냄새와 나무 냄새,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언제나 그렇듯 미지의 산이라 조금의 두려움과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교차한다. 날이 점점 흐리더니 사찰 공사로 정신이 없는 대흥사를 지나고 숲길로 들어서자 어둠이 더 짙어진다.

나는 대흥사-일지암-만안재-가련봉-대흥사 코스로 길을 잡았다.

10시 전에 퇴실해야 하는데 등산 후 씻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단 코스로 정한것이다.

 

-지난번에 왔던 일지암 이정표까지는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경사가 높긴 하지만 수월했다. 이후 돌길과 가파른 구간이 군데군데 있었다. 아직 등산 초보에 저질체력인 나를 다독이며 머릿속을 떠도는 온갖 잡념도 하나씩 둘씩 내려놓고 호흡에 집중해 본다. 그렇게 오르다 보니 만안재에 도착했다. 숲에서 밖으로 나온 만일재 풍경은 정 반대의 모습이었다. 안개가 자욱하고 사방으로 드믄드믄 산 아랫마을과 바다가 그림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진 비바람에 허리를 펴지도 못하겠고 연신 머리칼이 얼굴을 때려 고개도 들 수 없다. 

 

-만안재부터는 길이 험하고 더 가파르다. 안개와 바람 때문에 시야가 가려 언뜻 공포스럽기조차 하다. 이런 등산은 선자령에서 겪어봤지만 여긴 초행이니 좀 더 걱정스럽다. 예전엔 밧줄이나 자일을 이용했는지 바위 곳곳에 흔적이 남아있다. 드디어 가련봉 이정표가 보이고 땅 떠러 지지만 안개에 가려 지척이 구분 안 되는 가련봉 정상에 닿았다. 인간 승리다. 막바지엔 네발로 기어올랐으니 말이다.

 

가련봉 정상

 

- 내려가는 길은 훨씬 수월했다. 시간을 보니 왕복 4시간 걸렸다. 체력도 부족했고, 일지암에 다시 들러 사진 찍느라 허비한 시간도 포함한 것이니 다른 이들은 좀 더 빨리 다녀올 수 있을 듯하다. 암튼 너무 기뻐서 날아갈 듯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등산은 나의 취미생활로 자리매김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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