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사 답사는 요사채 뒤쪽 산자락에 자리잡은 영산암까지 다녀와야 제맛을 알게 된다. 영산암은 유명한 암자인데 누가 일러주는 사람이 없어 그냥 지나쳐버리는 이들이 많아 안타깝다. 영산암은 안에 들어가지 않고 낮은 돌담 너머로 안마당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뜻깊은 답사가 될 수 있다.
영산암은 낡고 낡은 누마루인 우화루밑으로 대문이 나 있고 안에 들어서면 서너채의 승방이 분방하게 배치되어 있다. 안마당은 굴곡과 표정이 많아 봉정사 대웅전이나 극락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일부러 가산을 만들고 괴석과 굽은 향나무를 심고 여름꽃도 갖가지, 관상수도 갖가지다. 뭔가 부산스럽고 분주하면서도 질서와 묘미를 찾으려고 한 흔적이 역력하다.
나는 이렇게 감정의 표정이 많이 담긴 마당을 본적이 없다. 그렇다고 이것이 요사스럽거나 번잡스럽게 느껴지지 않으니 그것이 신기할 뿐이다. 수도처인 영산암 앞마당은 일상의 편안함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산사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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