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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여행(국내)

동해여행-북평5일장(북평민속5일장)과 그녀의 청국장!

by 푸른연꽃은 2022. 2. 21.

 

동해 북평장은 전국 3대 5일장에 속한다고 하는데 3일 8일에 장이 선다.

정식 이름은 '북평 민속 5일장'이다.

 

주변에 무료주차장이 있고 자리가 없을 땐

시장을 중심으로 돌다 보면 골목길에 한자리 정도는 찾을 수 있다.

큰 장이라 이른 시간이나 오후 외에는 자리가 부족하고

특히 주말이 낀 장날은 더욱 주차하기 어려우니 일찍 가는 게 좋다.

 

내가 강릉에 둥지를 틀고 주변 장날의 매력에 빠진 것이 

20여 년 전이다.

정선장도 재밌고, 임계장이나 양양장, 태백장, 원통장, 홍천장, 봉평장, 진부장, 주문진장등

근처에 있는 5일장이 재미있어서 열심히 찾아다녔다.

 

요새 우리나라 장은 대부분 엇비슷한 물건이 많지만,

계절에 따라 그 지역 특산물이나 산지에서 나오는 신선한 물건을 보는 재미가 어찌나 쏠쏠하던지.

이젠 여행을 가도 그 지역 장을 돌아보는 게 나의 루틴이 되었다.

 

한참 중국 오지여행을 할 때도 나는 중국 소수민족들이 산에서 내려오는 장날에 맞춰

먼먼 외진 곳을 마다하지 않고 돌아다녔다. 그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지금도 나는 중국 장날이 사라지지 않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코로나가 풀리면 다시 찾아볼 수 있길 고대하며.......

 

아무튼 내가 본 장날의 규모 중 북평장은 단연 최고다.

규모가 크고, 바다와 육지가 함께 있어 나오는 물건이 다양하기까지 하다.

동해안에서 나오는 계절 생선과 주변 산에서 나오는 나물이며 채소의 종류가 많고

가격도 괜찮다.

 

처음 북평장에서 맛본 메밀묵은 잊을 수가 없다.

이후 나는 메밀묵 마니아가 됐고 지금도 가끔 즐기는 음식이 됐다.

 

북평장의 튀김은 매우 다양한데 나는 특히 단호박 튀김과 오징어튀김을 좋아한다.

메밀전과 메밀전병은 말해 뭐할까!

4천 원짜리 잔치국수는 최고!

오징어 물회와 장칼국수, 뜨끈한 국밥, 각종 과일 등등

한 바퀴 돌며 사 먹다 보면 배가 부르다.

 

아무래도 바다와 접해 있는 이곳에서 가장 활기찬 곳은

생선을 파는 곳이다.

각종 건어물과 뜻밖에 만나게 되는 거대한 물곰이나 대형문어, 대형 아귀, 대형 상어,

때로 고래 등을 보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깨끗하게 말린 명태나 창난젓갈, 오징어젓갈은 꽤 유명하다.

예전에 흔했던 오징어는 근해에서 잘 안 잡히지만 오징어가 나는 철이면

즉석에서 회를 쳐 주기도 한다.

 

나는 한때 이곳 동해 북평에서 1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

마침 직장이 북평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장이 서는 날이면 퇴근하자마자 달려갔다.

퇴근 즈음엔 파장이라 거의 물건이 없기도 하지만,

다행히 싸게 파는 물건도 많아서 나름 즐거운 장구경을 할 수 있었다.

 

여름엔 정선 등지에서 나오는 미백 옥수수와 감자 등이 좋고

할머니들이 심심풀이로 가지고 나오는 각종 반찬이나 장아찌류를 보는 것도 재밌다.

가지고 나온 물건을 통해 올해는 어떤 농사가 잘됐는지 가늠해 보기도 하고,

시골 반찬거리는 어떤 게 있는지 잊혔던 반찬거리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북평장엔 유난히 많은 할머니표 청국장이 있다.

경상도와 붙어 있어 그런지 막장이나 홈메이드 청국장도 꽤 많다.

2월이면 메주며 된장이며 청국장을 가지고 나온 아줌마 할머니들이 더 많아진다.

 

10여 년 전쯤 한 아줌마에게 청국장을 사려고 값을 물으니 

손가락으로 값을 보여준다. (말은 못 하시지만 듣는 것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근처 가게 아저씨가 거의 통역하다시피 하며

연신 '이 집 청국장이 최고'라고 치켜세우신다.

 

이 아줌마 청국장은 주변 아줌마나 할머니표 보다 사실 조금 비쌌다.

하지만, 호기심에 한번 사본 청국장은 정말 맛있어서

장날이면 꼭 사 오는 물건이 되었다.

일이 있어서 한참을 못 갈 형편이면,

미리 사서 냉동실에 쟁여두고 먹는 청국장.

 

한 번은 맛있는 이유가 궁금해서 살펴보니

고춧가루와 마늘이 들어있었다. 이게 비법인가 보다 했다.

콩도 국산콩이라는데 내가 증명할 방법은 없다.

 

아무튼 이번 장날엔 오랜만에 아줌마를 찾아 청국장도 사고

안부를 물으며 웃음꽃을 피웠다.(말을 못 하니까 웃음과 미소로)

내 마스크를 벗겨보고 얼굴을 확인한 아줌마는 그제야 기억이 나는지

한참을 웃으신다.

결국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오랜만에 만나 깔깔 거리며 함께 셀카도 찍었다.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할머니가 '내 것도 맛있다'라고

내게 넌지시 말을 건네기에

나는 그만 미안한 마음에 '단골이라서요!'하고 멋쩍게 웃었다.

 

아줌마가 너무 유명해지자 순식간에 주변은 청국장 파는 이가 늘어났다.

결국 맛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난 계속 '원조' 청국장을 애용할 생각이다.

 

이날도 내가 단골인 줄 모르는 어떤 아저씨가 

'이 집 청국장이 여기서 제일 맛있다'라고 칭찬을 늘어놓으며 두 봉지를 사셨다.(한 봉지에 만원)

아마 나처럼 단골인가 보다.

 

주변 할머니들의 질투에도 아랑곳없이 아줌마 청국장은

12시가 되면 거의 다 팔려 나간다.

누군가가 한꺼번에 대량으로 사가버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낭패니 일찍 가야 한다.

 

북평장에 꼭 와야 할 이유 중 하나가 청국장 때문이라면

그걸 사러 거기까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청국장이 다 똑같은 청국장이 아니다.

내가 가서 아줌마의 안부를 묻고, 거래하며 얼굴과 맛을 기억하고 있는 

나의 장날 표 soul food이기 때문이다.

 

때로 청국장에 조미료를 넣었나? 하고 의심도 했는데

이젠 그냥 먹기로 했다.

맛있으면 얼굴 봤으면 된 거니까.

 

*나의 청국장 끓이는 팁 : 일단 청국장이 맛있어야 하고, 꼭 신김치 국물을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