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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아름다운 가게' 에서 아름다운 소비를 배우다

by 푸른연꽃은 2025. 3. 23.

요즘 들어 신나는 일이 하나 생겼다. 장구경이 그것이다. 원주 장날은 2일, 7일인데 장을 핑계로 걷기도 하고 중앙시장 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가게'에 들러 기부를 하거나 물건구경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이러저러하게 사은품으로 받거나 더 이상 내게 쓸모없는 물건들을 하나둘씩 가지고 나가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시계라디오와 원목시계, 마이크, 휴대용 건전지와 나무 공기를 가져갔다. 물건마다 언제 누가 줬는지, 왜 샀는지 기억이 또렷하지만 이 물건들의 공통점은 지금은 안 쓴다는 것. 그래서 과감히 더 낡기 전에 기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지난번엔 모아둔 책을 기부했고, 또 그 저번엔 옷가지와 그릇을 기부를 했다. 기부금 영수증은 하은이에게 등록해 놓았다. 기부를 마치고 나면 나는 천천히  '아름다운 가게' 내부를 흥미롭게 둘러본다. 가게는 봉사자들이 잘 운영하고 있는데 너무 많은 물건이 두서없이 진열되어 있어 처음엔 좀 의아했다. 더구나 좀처럼 사용할 것 같지 않은 낡은 물건, 또는 너무 값싸보이는 물건, 너무 유행이 뒤쳐진 물건 등 왜 기부를 했을까 싶을 정도의 물건들이 많아 눈에 거슬렸다. 하지만 자주 드나들다 보니 천 원이나 이천 원 정도의 아주 싼 가격에 그 물건들이 팔려가는 것을 보고 또 누군가에게는 지금 필요한 물건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우리는 한순간도 물건 없이는 생존하기 어렵게 되었다. 게다가 물질만능주의와 상업적 자본주의에 물들어 너무나 많은 물건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린다. 나 또한 많은 물욕으로 인해 과소비 또는 환경오염을 촉발시키는 소비생활을 오랫동안 해 왔던 터라 갑자기 물건을 줄이거나 소박한 소비생활을 하기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하면 되지, 꼭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조금씩 물건도 줄이고 소비도 줄이려 노력하는 중이다.

 

며칠 전 장날,  그날도 나는 장구경 가는 길에 '아름다운 가게'에 들렀다. 봄이 되니 매장에 새 옷들이 좀 많았는데 웬일인지 사람들도 많아 나도 덩달아 옷구경을 했다. 그러다 눈이 번쩍 드였다. 세상에나!  하나는 순면 100% 남방 4천 원, 또 하나는 빈폴 모 100% 카디건 15,000원짜리가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아니 이게 웬 횡재람! 너무 좋아 싱글벙글하며 얼른 값을 치르고 집에 돌아와 입어보니 찰떡처럼 잘 맞는다. 이 옷을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한 분께 정말 감사드린다. 이날 이후로 나는 장에 갈 때마다 누군가에겐 필요한 하지만 나에겐 필요 없는 물건이 뭐가 있을까 하고 살림 구석구석을 살펴보게 되었다. 그리고 평소 박스를 정해두고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할 물건들을 생각날 때마다 넣어두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아름다운 소비를 배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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