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이민 시장은 소수민족에 빠져 '중국 오지'를 겁도 없이 드나들던 시절에 갔었다. 후이민은 징홍에서도 서너 시간, 비포장 길을 끝도 없이 달려 자칫하면 지나쳐버렸을 작은 길가의 마을에 있었다. 버스에 함께 탄 사람들과 닭과 개를 뚫고 대만에서 산 캐리어를 들고서야 내린 마을 어귀엔 정체불명의 쓰레기와 배설물이 한가득. 왜 하필 캐리어를 갖고 왔을까? 이제 배낭을 메고 오지를 다니기엔 너무 약해진 체력, 음식 조절에 실패해 여행 때면 으레 걸리는 장염에 지쳐 좀 편해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그렇지만 여긴 중국의 오지 중의 오지. 캐리어와는 안 어울리는 곳.
중요한건 숙소가 안 보인다. 큰일이다. 몇 시간을 쭈그리고 앉아있던 탓에 버스에서부터 지친 나는 캐리어를 끌고 똥밭을 살짝살짝 피해 가며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여긴 너무 작은 마을이라 사람도 별로 안 보인다. 마음이 급해진다. 이 불길한 예감은 뭘까? 일단 캐리어를 포기하자. 똥이 묻든말든 덜거덕덜거덕 바퀴소리를 내며 돌아다녀 본다. 오후의 해가 뉘엿뉘엿 사선으로 비추기 시작했고 마음이 살짝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동네 사람들이 그늘 진 처마 밑에서, 어디서 나타난 중국인 같지는 않은, 좀 세련된 도시 여자(?)가 똥밭에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모습을 힐끔거리는 게 뒤통수에 느껴진다. 일단 구멍가게에서 물을 한병 사고 숙소를 물어본다. 구멍가게 샤우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킨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심정으로 도저히 숙소라고 할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 허름한 골목집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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