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동백을 보러 백련사에 갔다가

여름에 배롱나무를 보러 다시 오리라 다짐했다.

 

그날, 붉디붉은 동백을 실컷 보고

지친 다리도 쉴 겸 '만경 다실'에 기대앉아

뜨거운 대추차를 시켜놓고 물끄러미 밖을 바라보다가

그만 창 앞에 오도카니 서 있는 배롱나무를 보았기 때문이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배롱나무에 꽃이 피면 

새벽에 집을 나서 호젓하게 꽃사태를 즐길 만큼 장관이라 하신다.

물론 그즈음은 빨간 동백 때문에 여간 행복하지 않다고 미소 짓는 모습도

나로 하여금 여름을 기약하게 만들었고...

 

하여,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

새벽에 차를 몰아 그 먼길을 한치 의심도 않고 달려갔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동백은 백련사에서,

가장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 배롱나무꽃은 또 백련사에서 보았다.

 

백일홍 보다가 지친 다리를 쉴 겸

다시 또  '만경 다실'에 앉아 찻잔을 앞에 놓고

봄에 눈도장 찍은 그 자리에서 작년보다 훨씬 더 많이 피었다는 배롱나무꽃을 본다.

 

멋진 배롱나무 자태에 지나가던 스님도 포즈를 취해 주시고,

찻집 사장님은 손님 뒤처리를 부리나케 하시더니,

배롱나무 곁을 천천히 돌다가, 우러러보다 하시며 꽃사태를 만끽하신다.

 

평소 잘 안 입는 하늘거리는 원피스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쓴 나에게

사진작가분들이 모델 좀 하라는 간청(?)에 못 이겨

그만 나도 붉은 꽃 자락 한곁에서 폼을 잡으며

뜨거운 여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감격의 '배롱 투어'를 마무리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hyl2OBB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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