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심사에 배롱나무꽃을 보러 갔다.
개심사엔 두 그루의 멋진 배롱나무가 있는데
하나는 경내 입구 연못가에 있고, 팔상전 아래에 150년 된 배롱나무도 있다.
도착한 날, 경내 입구의 배롱나무는 꽃잎이 떨어져 연못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팔상전 앞의 배롱나무는 주변 건물에 치이고 벚나무와 가까이 붙어 있어 제대로 나뭇가지를 뻗지 못하고 있었다.
배롱나무를 보러 갔지만
나는 휘어진 나무 기둥을 더 오래 보고 왔다.
심검당과 범종루의 기둥들은 모두 휘어진 그대로 쓰였다.
휘어진 것도 그렇거니와 오랜 풍화에 나무의 결이 그대로 파이고 결이 드러나 있었다.
이 모습을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이렇게 적었다.
'아무런 예비지식이 없어도 보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집은 심검당이다. 대웅보전과 같은 시기에 지었고 다만 부엌채만 증축한 것으로 생각되는 이 집은 그 기둥이 얼마나 크고 힘차게 휘었는지 모른다. 이 절집 종루의 기둥 또한 기상천외의 모습이다. 그 모두가 자연스러움을 거역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고 순종한 마음의 소산이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주름을 그대로 노출시켰고 그래서 아름답다는 것이다.
낡음과 휘어짐, 갈라짐과 닳아짐의 변화를 거역하지 않고 자연에 순종한 아름다움.
개심사 나무 기둥은 오래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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