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서점은 숲 속에 숨어 있어 찾기 힘들었다.
두어 번 길을 잃고서야 발견한 늦은 오후의 서점,
누군가의 자동차에 누워 오수를 즐기는 고양이가 먼저 보였다.
발을 만져도 귀찮은 듯 계속 자고 있는 고양이.
출입문처럼 생긴 곳으로 들어서니
어둠과 낮은 촉수의 전등,
그리고 쉴 새 없이 들리는 계곡 물소리.
영화 '내부자들'로 유명해진 새한서점의
이 어둠과 소리가 참 낯설다.
곳곳에 붙어 있는 사진 찍지 말라는 경고와
영상 찍는 곳이 아니라는 글귀들 또한 당황스럽다.
벌써 사진을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그 많은 영상과 사진은......
카메라를 들고 흑백으로 몇 장 찍으며 두려움에 떨었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주인이 내 카메라를 보았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지? 주인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게 예의다.
주인은 말없이 가버렸다.
천천히 책을 살펴보았다.
대학교재, 채지충의 고전만화, 각종 기관지, 첫 월급 타고 월부로 샀던 세계 여행지 등등
내가 아낌없이 버린 책들이 추억을 소환하며 기울어진 서가 귀퉁이에 있었다.
책과 함께 나의 젊은 시절이 떠 올랐다.
그 책을 샀던 시간들이 또렷이 떠 올랐다.
음악이나 사진만 추억과 함께 하는 줄 알았는데
이 숲 속 헌책방에서 나의 젊은 날이 소환될 줄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
갑자기 전화가 와서 얼떨결에 밖으로 나왔다가 그냥 돌아섰다.
몇몇의 사람들이 길을 잃고 헤매다가 내게 묻는다.
책방이 어디 있냐고?
추억이 길을 잃으면 다시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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