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나의 주식이 바뀔 때가 많다.

밥순이에서 옥수수순이로.

 

원주 새벽시장에 갔더니 요즘 옥수수가 한창이다.

강원도 살면서 정말 맛있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옥수수다.

찰옥수수,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백 찰옥수수다.

 

강원도 옥수수 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옥수수는 '홍천 찰옥수수'라고

얼마 전 나와 원주 친구는 의견통일을 했다.

 

*

예전 학산 텃밭에서 농사를 짓던 첫해, 미백 옥수수를 심었는데

그해 옥수수가 어찌나 잘됐는지 내가 생각해도 대단했었다.

 

미백은 맛도 좋지만 생김도 너무 가지런하고 빛깔도 고와서

그해 나는 농사꾼이 다 된 양 우쭐했었다.

 

동네분들이

옥수수수염이 '개꼬리'처럼 되었을 때

옥수수를 따야 한다고 해서

매일매일 옥수수 꼭지를 들춰보다가

처음 수확한 옥수수를 

더위와 씨름하며 맛있게 찐 다음,

농고 옆에 있는 '강릉보육원'에 주고 왔다.

 

나는 나의 첫 작품을 가장 좋은 일에 쓰고 싶어

마트에서 과자와 라면등을 더해

찐 옥수수와 함께 아이들에게

가져갔던 것이다.

 

 

오늘도 새벽시장에 나가

갓 따온 옥수수 껍질을 벗겨내고 속껍질 한두 개를 남겨 

집에 가져왔다.

 

소금과 당원을 조금 넣고 푹푹 삶은 다음

차게 식혀서

냉동실에 쟁여두었다.

 

냉장고를 볼 때마다 마음이 든든하다.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옥수수가 있어서.

 

여름이 무르익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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