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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에서 하루일정으로 소흥을 돌아보는 것은 무리였다. 시간이 부족했고 날씨는 더웠다. 나는 오래전 중국이 개방되던 8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회자되었던 루쉰의 책을 접했었다.
희망_루쉰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걸어가고
사람이 많이 다니게 되면
그곳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그 당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던 루쉰의 글이다. 젊은 날의 명언으로 기억되는 루쉰. 민주화의 진통을 겪던 그 시기와 맞물려 희망에 대해 길에 대해 이만큼 힘이 되는 글이 또 있었을까 싶다. 그래서 상해에서 1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찾았던 소흥이었다.
서예 좀 한다 하면 모를 수 없는 왕희지의 흔적을 찾아 서성고리도 찾았지만 많이 아쉬웠다. 왕희지의 '난정집서(蘭亭集序)'는 내가 좋아하는 정약용의 '죽란시사첩서(竹欄詩社帖序)와 함께 지금도 가끔씩 들여다보는 문장이다. 문장의 아름다움도 그렇고 함께 모여 돈독함을 나누던 사람들의 우애도 부럽다. 생각을 나누고 그 시간을 잊지 않으려 글로 남겨둔 아름다운 사람들의 기록.
이곳에서 루쉰과 왕희지를 빼고 단연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작은 수로였다. 우전에 비해 규모도 작고 물빛도 그저 그랬지만 짙푸른 나무와 운치 있는 작은 배는 나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루쉰과 왕희지는 책과 문장으로 다시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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