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에 도착한 날부터 내내 마음이 조급했다. 과연 조장을 볼 수 있을는지... 꼭 봤으면 하는 바람 아닌 바람.

이유는 삶과 죽음, 또는 고통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던 때라 그랬었나보다 라고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나는 조장을 꼭 보고 싶었다.

여러 군데 수소문한 결과 드리궁틸 사원에서 매달? 월요일에 조장이 치러진다는 정보를 접하곤 일행 몇몇과 함께 새벽 4시에 지프차를 탔다.

 

아직도 나는 그날 새벽의 매서운 추위가 살 속에 스며드는 음산함을 또렷이 기억한다.

캄캄한 속에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앞을 볼 수 없는 외딴 길을 차는 기우뚱 거리며 불안한 내 마음만큼이나 흔들렸던 것이다.

가끔씩 길이 무너져 있어서 길 아닌 길로 접어들고 긴장 속에서도 내 의식은 잠깐씩 선 잠 속 어딘가를 헤매고 있었다.    

 

 

 

  

비는 오지만 날이 훤해질 무렵 산을 오르는 차 안에서 바라본 풍경은 평화롭고 조용하기만 한 전원(田園).

이런 곳 어디에서 조장이 치러진단 말인가? 운전기사는 산꼭대기의 사원을 가리키며 저곳으로 간다고 일러준다. 

 

사원에 도착하자 벌써 5구의 시체가 마당에 뉘어 있었다.

고도가 높은 곳이라 나는 숨이 막혔고 심장은 조장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두근거렸다.

 

사원 마당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라마들의 독경이 한 시간 정도 이어지고

비가 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당의 주검들은 흰 천 하나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조장은 사원의 위쪽 조장터에서 이루어지는데 나는 가장 끝에서 아주 느린 걸음으로 그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천진난만한 아이들 무리의 성가신 간섭을 받으며 걷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독수리들의 눈과 마주칠 때면 

공포를 맛보곤 했다.      

 

 

 

내가 조장터에 도착했을 땐 이미 독경이 끝나고 무수히 많은 독수리들이 보는 앞에서 주검들이 잘리고 있었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일을 하는 라마의 흰 옷과 흩어지는 살점과 보는 이들의 경직된 표정들이

이 낯선 장례풍경의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작게 잘라진 주검은 일제히 날아 오른 독수리에 의해 순식간에 먹혀 사라지고

단단한 뼈는 다시 또 바수어져 독수리들에 의해 남김없이 사라져 버릴 때까지

나는 솟구치는 울음을 주체할 수 없어 울고 또 울었다. 

 

 

 

  (티벳 조장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며 원할경우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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