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집에 갔다가 새벽에 일어나 산책하려고 나서니
동생이 따라나선다.
이왕이면 멋진 곳으로 가자 해서
비둘기낭에 갔다.
비둘기낭은 너무 멋진 장소로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했다.
선덕여왕에서 나왔을 땐 금방 알아보고 즐거워했다.
한탄강 일원인 비둘기낭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 지질공원이다.
마침 이른 새벽이고 장마철이라
아무도 없이 한적했다.
폭포가 전부 내 것이었다.
아쉽게도 물이 너무 많아
내려가는 길을 막아서 가까이 갈 수 없었다는 거.
근래 들어 한탄강 주변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 갔던 한탄강이 아니다.
주변에 각종 오락시설이며 카페, 음식점
래프팅장, 야영장.
잔도길까지.
장마 때문에 물이 많이 불어서
강은 매우 위험해 보였다.
물 흐름이 어찌나 거센지
때로 현기증이 날 때도 있다.
어른이 된 지금 보아도 한탄강은 멋지다.
한참을 보다가
중국의 황하가 생각이 났다.
하지만,
한탄강은 장마 때만 흐리고 평소엔 푸르고 맑다.
한탄강이 지질공원이 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아 참 다행이다.
잘 보존했으면 좋겠다.
비둘기낭 주변엔 새로 다리가 놓였고
그 밑을 흐르는 도도한 물줄기에 압도되어
나는 다리가 떨려 서둘러 돌아왔다.
내친김에 동생이 삼부연폭포도 가자고 해서
GO! GO!
역시 아무도 없다.
물이 불어 여기 폭포도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삼부연폭포.
돌아가신 아버지와 두 번 왔었고,
지금은 다 큰 조카가 꼬맹이였을 때도 왔었던
작은 추억들이 있는 곳이다.
주변에 있는 충현탑은
이미 오래전 세상을 떠난 성당 오빠와 오랜 친구들과
한겨울 눈을 맞으며 함께 다녀온 곳이다.
너무 이른 나이에 예기치 못한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착한 성당 오빠 때문에
우리들은 한참 힘들었었다.
하늘이 하는 일을 우리 인간은 잘 모른다.
안다한들 어찌할 수도 없다.
오래전 일이라 잊고 지냈는데
삼부연폭포를 가다가 충렬탑 이정표를 보니
문뜩 옛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폭포는 우렁찬 굉음을 내며 한없이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 엄청난 모습에 다른 생각은 할 겨를이 없다.
때로 거대한 자연을 마주하면 할 말을 잃고,
그저 가만히 바라볼 뿐.
物我一體,
흉내를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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