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5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무심히 바느질을 하고 있는 스님을 보았다. 마침 스님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일어나기에 얼른 그 자리에 앉아 스님을 관찰? 했다. 이토록 소란스럽고 정신없는 와중에 마치 홀로인 듯 바느질을 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뒤 나는 이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조심스레 '사진을 찍어도 되냐'라고 여쭈었다. 스님은 가방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바느질을 멈추고 잠깐 기다려 주셨다. 찍을게 뭐가 있냐고 하시며... 나는 '요새 이런 장면은 보기 힘들어서요...'하고 답한 후 무례함을 좀 모면해 보고자 몇 마디 더 여쭈었다.
스님은 토굴에 산다는 말 외엔 별말씀이 없으시다가 내가 일체유심조는 스님이 쓰셨어요? 했더니 그제야 마음 안에 땅도 있고 하늘도 있다며 몇 마디 더 하셨다.
낡은 배낭 여기저기를 깁고, 일체유심조를 쓴 천을 덧대었으며, 옷은 여기저기 성한 곳 없이 기운 스님의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덕분에 나는 서울 가는 버스 안에서 한참을 일체유심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너무나 흔한 말이지만 오늘은 왠지 달리 읽혔다. 요새 나는 그 변화무쌍한 마음을 어찌할지 몰라 바라만 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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