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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오래 쓴 물건 - 1. 캐리어

by 푸른연꽃은 2025. 3. 19.

 

오랫동안 나의 여행에 함께했던 여행용 캐리어를 버리기로 했다. 기록을 보니 2010년 여름에 이마트에서 10여만 원을 주고 구입한 걸로 기억한다. 나는 오지여행을 좋아해서 주로 배낭을 이용했는데 그즈음엔 여행을 좀 쉬고 있어서 이미 낡은 배낭은 버린 상태였다. 아무튼 나는 하은이와 칭하이성 여행을 준비하며 두 사람 몫의 짐을 넣을 캐리어가 필요했고 처음으로 장만한 캐리어가 바로 이 '던롭 캐리어'인 것이다.

 

2010년 당시 칭하이성은 다른 중국의 성보다 좀 더 낙후되어 있었고 내가 예약한 숙소는 9층이었는데 하필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9층까지 무거운 캐리어를 옮기느라 죽을뻔했다. 돌아와 보니 엘리베이터 없는 중국을 돌아다니느라 벌써 손잡이는 까지고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그래도 얼마나 튼튼한지 아무리 부딪쳐도 흠집 하나 없이 온전해서 나름 잘 샀다고 생각하며 사용했다.

 

아무튼 칭하이성을 시작으로 이 캐리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나라와 지역을 나와 함께 했고 작년 11월 베트남여행까지 함께 마무리했다. 사실 가방 내부는 너무 깨끗하고 튼튼하지만 옛날모델이라 많이 무겁고 바퀴가 뒷면에 두 개만 있어 항상 가방을 기울여야 이동이 가능하는 등 치명적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방은 때도 잘 안 타고 튼튼하고 수납력도 좋다. 가끔 공항을 오갈 때마다 멋진 캐리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망가지지도 않았는데 다음에 사지 뭐.' '이번 여행까지만 하고 사지 뭐 ~' 등등 차일피일 미루다 14년이 지난 것이다.

 

 

아파트 쓰레기장에 버리고 관리실에 신고하니 수거비 4천 원을 달라고 한다. 버릴 때도 돈 드는 가방이다.

 

나의 오래된 캐리어야, 그동안 고마웠어! 이젠 무거운 짐 안 져도 되니 편히 쉬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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