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동생이다.

하지만 그냥 친구가 됐다.

 

내가 학산에 작은 집을 마련하고 집을 고치고 마당을 만들고

텃밭에 바질과 블루베리를 심을 즈음

그녀는 과감히 직장을 접고

그녀 또한 명주군왕 릉 근처에 시골집을 마련했다.

 

나는 내가 아끼던 묵은 기와에 그린 그림과

내가 아끼던 휘어진 옹기항아리와

내가 아끼던 파란 수국과

내가 아끼던 토분을 주었다.

그녀와 그녀의 집에 딱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게 밥을 차려주는 친구다.

나를 위해 밥을 짓고 나물을 삶고

찌개를 끓인다.

 

며칠 전 대관령에 날이 풀려 쑥이 나왔다고 그녀가 전화를 했다.

나는 부리나케 그녀의 집으로 갔다. 

그녀는 내가 안 가본 바우길로 안내했다.

쑥을 얘기하면서 걷기를 준비한것이다.

 

중간에 너무 멋진

내가 정말 좋아할 만한 뷰를 가진 곳에 서서는

크게 손짓을 했다.

정말 감탄할 만한 멋진 장소였다.

 

봄볕에 흥이 나서 콧노래를 부르다 보니

어느새 그녀는 자리를 깔고 있었다.

 

작은 개울물 소리가

마치 찻잔에 차를 따르는 소리로 들릴만큼 멋진 곳에

자리를 잡고 그녀는 먹을거리를 펼쳐놓았다.

나를 위해 소풍 자리를 마련한

그녀는 나의 친구다.

 

그녀의 집은 햇빛이 가득하다.

하지만 대관령 바람이 지나가는 무시무시한 소리도 들린다.

그곳에서 바람과 햇빛과 꽃과 나무,

그리고 자신과 더불어 살고 있다.

우린 서로를 가리키며 도대체 무서운 게 뭐냐며 서로를 놀린다.

 

요즘 그녀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가고 있는 모습이

참 대견하고

또 부럽다.

 

햇살을 마주하고 나는 그녀와 긴 얘기를 했다.

 

그리고 침묵과 혼자 있음이 더 필요함을 느낄 때쯤 

헤어졌다.

 

그녀가 찾는 그것이

내가 찾는 그것이 될 수 있길 기원해본다.

 

집에 돌아와 나는 그녀가 나눠주어 더욱 많아진 쑥을 넣고

쑥 버무리를 했다.

 

쑥을 씻다가 두릅 3개를 보았다.

그녀가 첫 두릅이라며 따 준 거다.

 

쑥과 올해의 첫 두릅을 입에 넣으니 향기가 진하다.

 

그녀와 함께 한 봄이 무르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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