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5
오랜만에 고선생이 연락을 했다. 평창 황토구들마을 체험활동 입소를 권유한다. 바람도 쏘일 겸 길을 나섰다. 평창 IC에서 10분 정도 걸렸는데 오늘은 거주하게 될 방과 주변을 둘러보고 결정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구들마을 사무장으로 고선생과 친분이 있는 황선생님과의 첫 만남이다. 왜냐하면 고선생이 평소 자세하게 설명해 주어서 대충 어떤 분인지 짐작은 가고 왠지 나와 잘 맞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고선생도 그 부분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아무튼 평창구들마을을 잠깐 돌아보았는데 내가 머물 소나무방은 아주 작고, 화장실이 실외에 있으며 공동 주방을 사용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통나무로 잘 지어진 집과 계곡물소리가 들리는 아름다운 산촌에 자리한 이곳을 나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미 입소한 분들 4명과 나까지 5명의 인원이 3달간 함께 할 것이다. 나는 중간입소라 1달 반 정도의 기간이 남았다.
구들마을을 돌아보고 황선생님께 전화를 하니 집주소를 보내며 집으로 와달라고 한다. 5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그녀의 집에 도착하자 산으로 둘러싸인 외딴 숲속에 집이 보였다. 황선생님은 내가 길을 잃을까 염려하셨는지 마중을 나오셨는데 첫눈에 매우 아름답고 단정한 느낌이 들었다. 친절하면서도 분명한 음성으로 내게 인사를 건네고 얼마 뒤 고선생이 도착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입소하겠다는 뜻을 보였고 두 사람은 매우 반가워했다.
저녁 후 황선생님의 요가이야기와 수련, 고선생의 건강 관련 이야기와 신앙 등 이야기는 끝이 없이 이어졌고 늦은 자정이지만 황선생님의 주도하에 오랜만에 명상도 할 수 있었다.
밖에 나가 캄캄한 밤하늘의 북두칠성과 별자리를 이야기하다 차를 마시기도 하며 새벽 2시가 될 때까지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나는 피곤한 줄도 몰랐다.
벌써 여름이지만 이곳 평창은 저녁이 되니 쌀쌀해졌고 선생님의 황토흙집은 난방을 해서 매우 따뜻했다.
2024.6.6
새벽 5시에 눈이 떠진 나는 어젯밤 함께 본 별들의 세상이 어찌 변했나 싶어 마당으로 나갔고 새벽의 맑은 공기와 새들의 합창은 이곳이 매우 평화로운 곳임을 절로 느끼게 해 주었다.
내가 일찍 일어난김에 마당의 잡초를 정리하고 있으려니 선생님이 나와서 반가워하셨다. 아마도 풀 때문에 번거로왔나 보다. 고선생은 출근을 하고 나는 마당일을 하다 쉬고 있는데 아랫마을에 친구분이 열무를 몇 단 들고 방문했다. 함께 차를 마시다 보니 전남 강진에서 찻집을 하다가 이곳 평창에 터를 잡고 펜션을 운영한다는 김씨는 어찌나 말을 재밌게 하고 친절한지.... 아무튼 김씨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잊어버릴까 염려가 되어 언젠가는 기록으로 남겨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씨가 돌아가고 선생님이 아점메뉴로 황탯국과 잣죽을 고르라 해서 난 당연히 잣죽을 원했고 얼마 뒤 극진한 아침을 먹게 되었다. 올리브유를 두른 토마토, 텃밭에서 갓 따온 상추와 부추로 가볍게 만든 샐러드는 건강한 맛이었고 잣죽은 어젯밤의 피곤도 잊을 만큼 맛있었다.
설거지와 마당의 잡초를 어느 정도 정리해 드리고 늦은 오후에 나는 다시 원주로 돌아왔다. 선생님이 하루 더 있으라 했지만 준비할 것이 많아 마음이 바빴다. 오는 10일이 입소날자이지만 나는 9일 오후에 미리 입소하기로 하고 마트와 시장을 오가며 준비물을 챙겼다.
어제 선생님이 하신 말씀들이 얼핏 생각났다. 내가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다고... 그러고 보니 만남을 주선한 고선생과 나의 인연도 결코 가볍지 않다. 그리고 내년쯤으로 잠정계획하고 있던 나의 이런저런 계획들이 조금 앞당겨지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아마도 이번 만남과 체험활동이 내게 큰 의미로 남을 것임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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