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운영하던 책방이 망해서

제주로 이주하셨다는 사장님의 담담한 이야기가

오히려 더 마음을 울리는 세화의 작은 책방

'풀무질'

 

책방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낮은 담에 둘러싸인 제주 텃밭을 구경하며 걸었다.

 

책방'풀무질'은 

마치 돌담을 돌아서 이제 주황색 머리가 보이는 당근밭과

시금치 밭을 거쳐야만 할 것 같은 위치에 있다.

 

주인이 없어 혼자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좀 늦게 들어선 주인은 

수도가 망가졌다고 양해를 구하고 일하러 가시더니

조금 뒤 개구쟁이 강아지 '해방이와 광복이'와 함께 

책방으로 돌아오셨다.

 

 

해방이는 유기견이었다는데 어찌나 까불던지,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하지만,

앉을 때 비틀거리고, 

한쪽 귀가 접힌 걸로 보아 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래도 좋은 주인을 만났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책방은 주인의 오랜 경험 탓이지 다양한 책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제주 관련 책과 지도까지 잘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정원가의 열두 달'이란 책을 샀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혼자 깔깔대며 단숨에 읽었다.

 

주인 은종복 씨도

좋은 책이라며 당신이 쓴 글을 공유해주셨다.

 

[또밖또북]《정원가의 열두 달》을 읽고 < 또밖또북 < 연재칼럼 < 기사본문 - 제주투데이 (ijejutoday.com)

 

 

[또밖또북]《정원가의 열두 달》을 읽고 - 제주투데이

차페크는 1890년에 태어나서 1938년에 죽었다. 48살을 살았다. 그는 체코에서 태어났다. 그때는 히틀러 나치당이 세계를 손아귀에 넣으려 했다. 차페크 형제는 나치 전체주의에 반대하는 글을 쓰고

www.ijejutoday.com

 

 

책 '정원가의 열두 달'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좀 많아

다음에 시간을 내어 다루기로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책방

'밤수지맨드라미'

 

아주 작고 작은 책방이다.

 

우도처럼 작은 섬에

작은 책방 '밤수지맨드라미'가 있어

우도에 올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이곳 책방에 앉아 방명록을 읽어보았다.

 

어쩜 이렇게 이 책방을 오는 사람들은 글도 잘 쓰는지....

 

꾹꾹 눌러서 마음을 담아 쓴 방명록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 시간이 촉박해서 일찍 나와야 했지만

서운한 마음 가득하다.

 

다음에 또 제주에 오면,

우도에 와서,

'밤수지맨드라미'의 작은 의자에 앉아,

방명록 닮은

책을 읽고 싶다.

 

 

 

동백 : 영   어    카멜리아 Camellia

          우리말    동백꽃

          중국어    산다화 山茶花

          일본어    춘 椿

 

 

겨울에 제주를 간다면 당연 '동백꽃'을 보기 위함이다.

 

오래전 학산에 집을 마련하고 숙원이던 동백묘목을 심었었다.

하지만, 그해 겨울

유난히 한파가 잦더니 결국 얼어 죽고 말았다.

 

아쉬운 마음에 봄이 올 때까지 솔향수목원 온실에 가서

겨울 동백을 보고 오는것으로 마음을 겨우 달래곤 했다.

 

이번 겨울에 제주여행을 준비하며

당연히 동백을 보고자 했다.

 

세 번 제주에 오는 동안 카멜리아 힐과

서귀포 주변 곳곳에 감귤만큼이나 흔하게 피어있는

동백꽃을 보며

제주에 오길 참 잘했다 싶었다.

 

'동백은 한 송이의 개별자로서 제각기 피어나고,

제각기 떨어진다.

동백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러운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그 꽃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버린다.

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져 버린다.'

고 내가 좋아하는 김훈 작가는

동백에 대해서 말했다.

 

며칠 후,

나는 친구와 카멜리아 힐에서 덜 핀 동백을 보고 나서 성에 차지 않아

다시 따로 '동백수목원'을 찾았다.

 

며칠 사이에 카멜리아 힐보다 더 절정에 이른 '동백수목원'의 동백꽃은

탄성을 지르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수목원이라는 명칭에 어울릴만한 40~50년 된 아름드리 동백나무들이

얼마나 알차게 피었던지......

 

이제 동백꽃에 대한 갈증이 모두 풀린 듯싶다.

 

 

동백수목원을 둘러 보다가

수목원을 만든 분과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남편분이 동백에 미쳐서 4~50년 전에 동백나무를 심기 시작하셨고,

지금도 계속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하셨다.

 

조만간 아드님이 수목원 안에 찻집도 만들어 운영할 것이고

주변 정리도 더 하실 예정이라고 하시며,

 

나무가 계속 커서 다시 옮겨 심는 일이 매우 큰일이라고,

이젠 힘들어서 못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시는데

그만 나도 남일 같지 않아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분 덕분에 이렇게나 멋진 동백을 구경할 수 있어

보는 나는 좋지만,

이것을 기르고 관리하는 사람은 상상을 초월할만큼 힘들다는 것을

흙을 만져 본 나는 안다.

 

사장님, 

부디 오래오래 동백꽃 보게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 카멜리아 힐도 주인의 노력과 정성으로 동백을 키웠다고 본다.

아래 글들은 카멜리아 힐에서 찍은 내용으로 얼마나 정성이 가득한 곳인지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카멜리아 힐은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를 하면 조금 더 싸게 입장권을 살 수 있다.

카멜리아 힐에서 감귤쥬스를 마셨는데 정말 맛있었다.

 

* 개인적으로 겨울 제주도의 유럽동백 등도 아름답지만,

  봄에 여수나 거제도 등에서 피는 우리나라 빨간 동백도 정말 아름답다. 난 빨간동백이 더 좋다.

 

 

 

제주에 오기 며칠 전 제주 관련 사진을 찾아보다가

2010년 오설록에 왔다 갔다는 기록을 보았다.

 

그런데 함께 왔던 高선생 사진이 아직 남아 있었다.

 

사진들 대부분은 지웠는데....

그녀의 웃는 표정이 너무 좋아 남겨두었나 보다.

 

제주를 다녀온 다음 날, 

우연의 일치인지(?)

그녀의 말대로

나와 텔레파시가 종종 통하는지

高선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무려  한 시간 넘게 통화를 하고도 아쉬워서 다음을 기약하며 끊었는데

'오설록'은 늘 누군가와 함께하는 곳인가 보다.

이번엔 친구 張과 함께왔으니 말이다.

 

10여 년이 훌쩍 지난 후 방문한 오설록은

조금의 변화는 있지만,

차밭의 가지런함은 여전했다.

 

맑고 향기로운 茶처럼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만남도

참, 좋다.

 

 

 

* 오설록에서 운영하는 '이니스프리'에 들러 이것저것 둘러보았다.

 

오프라인 매장의 '이니스프리'를 자주 이용하기에 새로운 것은 없었지만,

제주 벌꿀과, 친구가 좋아하는 茶를 한 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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