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마음에 둔 곳은 '한라산 백록담'이었다.

나는 올해 산을 다니기로 마음먹고 여건이 되는대로 등산을 했다.

한해를 이제 한 달여 남겨 두고 가장 힘든 코스인 한라산을 준비하며

과연 허약체질인 내가 해 낼 수 있을까?를 몇 번이고 되물었다.

많은 생각끝에

결국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결정했다.

 

늘 그렇듯 꼭 정상을 밟아야만 등산인가!

산을 가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고 간소한 복장과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하는 과정

그 자체가 산을 가는 가장 소중한 의미란 것이 내 생각이다.

 

나의 경우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 처음엔 머릿속이 꽤 복잡하다.

힘들기도 하고 잡념도 따라오고,

그 고비를 지나고 나면 오직 걷고 오를 뿐,

모든 것에서 해방되는 기쁨이 따라온다.

이 기쁨과 가벼워짐을 알고 난 후

나는 산행이 더욱 즐거워졌다.

 

한라산은 무리였지만 가는 데까지 라는 보험을 들고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택시로 성판악에 갔다.  입산 시각은 6시.

겨울이라 캄캄한 등산로 초입엔 다이소에서 산 헤드렌턴을 켜고 갔다.

내 뒤에 서 있던 2,3,4번째 사람들이 쏜살같이 나를 앞질러 가버리자

마음이 흔들렸다.

뒤쳐질 거란 두려움과, 낙오돼서 119에 실리면 어쩌나 등등.

전혀 상관없는 잡념임에도

순간순간 별별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내 건강과 내 발걸음의 속도를 남과 비교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는

산을 오르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하지만 늘 반복되는 남과의 비교는 결국 등산을 망치게 되고 몸을 망치게 된다.

 

다시 나를 바라보고 나에게 집중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무사히 진달래 대피소까지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잠시 화장실만 다녀오고 출발했다.

 

한라산은 의외로 지난번 다녀온 치악산보다 완만해서 걱정한 만큼은 아니었다.

눈 덮인 한라산 정상이 아득히 보이는 지점에서부터는 아이젠을 신고 걸었다.

내 호흡에만 집중하며 천천히 오르다 보니

어느덧 삼대가 복을 지어야 본다는 푸른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는 한라산 백록담에 도착했다.

 

정상엔 거센 바람이 불어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지만,

잠깐 인증사진을 찍고 나는 바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그 엄청난 바람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라면과 음식을 먹느라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진달래 대피소에 내려와 늦은 점심으로 차가운 김밥을 반만 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내려가는 길은 정말 지루했다.

등산은 내리막이 더 힘들기에 미리 파스를 붙이고 무릎보호대까지 했지만,

계속되는 지루한 내리막에 무릎이 아파왔다.

 

무리하지 않으려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긴 내리막을 지나고 

드디어 하산을 완료 시간은 3시 40분.

새벽 3시에 일어나 6시부터 시작한 산행이 오후 3시 40분에 끝났다.

나의 산행에 또 한 번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겼다.

 

281번 버스로 서귀포 숙소로 돌아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무릎에 다시 파스를 붙인 후 꿀잠을 자고 일어나니

몸이 개운하다.

 

앞으로도 나는

가는 데까지 가는 산행을 계속할 것이다.

 

* 등산 자료

1. 준비물 : 헤드렌턴, 물, 장갑, 아이젠, 바람막이, 점심

2. 가는 방법 : 서귀포- 성판악까지 택시(요금 25000원)

                            성판악 가는 버스 281번(첫차는 이마트 앞 6시 10분 출발)

3. 주의할 점 :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해야 함

 

 

 

* 남해 금산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금산(錦山)은 해발고도 705m로 소금강, 남해금강이라고도 한다. 본래 신라 원효대사의 기도처로서 보광산이라 하였는데 태조 이성계가 등극하기 전 이 산에서 수도하면서 기원한 결과 왕좌에 오르게 되자 비단 금(錦)자를 써서 금산으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 정상에서 남해의 크고 작은 섬과 넓은 바다를 한 눈에 굽어볼 수 있어 삼남지방의 경승명산지로 꼽힌다. 정상에는 강화보문사, 낙산사 홍련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처의 하나인 보리암이 있다. 이곳에 쌍홍문, 사선대, 음성굴, 상사암 등이 있다.

 

* 등산코스 : 복곡2주차장(일찍도착해야 주차가능)-보리암-쌍홍문-사선대-금산정상-원점회귀

 

 

* 거제의 최남단 남부면 저구리에 위치한 망산은 해발 397m의 작은 산이다. 망산은 잦은 왜구의 침입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산 정상에 올라 왜구를 감시하기 위해 망을 보았다 하여 망산으로 불린다. 망산 일대는 한려해상공원으로 산 정상에 오르면 대소병대도, 가왕도 등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로 이름난 한려수도의 크고 작은 섬들과 천혜의 자연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망산의 정상부는 남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인 넓적한 암반지대로 사방이 트여있고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망산의 마지막 기운을 다한 산줄기가 반도 형상으로 뻗어 절경을 이루고 있다.(안내문 중에서)

 

* 등산코스 : 명사해수욕장 주차장-망산 정상-원점회귀(편도 1.5km) 나는 왕복 3시간 소요

* 유의사항 : 비록 거리는 짧으나 바위구간도 있고 오르막 경사가 심한 편이다. 정상까지 물,화장실 없다.

* 장점 : 정상까지 그늘로 이루어져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정상에서 보는 바다가 매우 아름답다.

* 경로 : 주차장에 주차 후 이정표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서면 '놀러와 팬션'이 보인다-놀러와 팬션 위쪽으로 조금 올                  라가면 망산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안내표지가 불친절하지만 작은 동네라 금방 찾을 수 있다)

 

  

 

*

출발지 : 청량사

경유 : 청량사 주차장-청량사-하늘다리-장인봉-원점회귀(편도 약 1.5KM)

유의점 : 정상까지 계단으로 가야 함. 화장실 없음. 주차비와 사찰 관람료 없음. 낙엽이 많이 쌓여 미끄러움.

 

**

매번 청량사만 보고 돌아오곤 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의 시간적 여유도 있고, 며칠 더 있으면 단풍 보러 오는 사람들로 산이 시끄러워질 것 같아

조금 일찍 청량사에 도착했다.

 

늘 그렇지만 등산에 자신이 없어 가장 간소하게 배낭을 꾸렸다.

고구마 한 개, 물 조금, 경주빵 한 개, 사과 반쪽, 초콜릿 한 개, 카메라, 경량 점퍼. 

다른 날과 달리 하나를 더 챙겼는데 바로 셀카봉.

혹시라도 정상까지 간다면 인증샷을 찍기 위해서다.

 

길은 청량사 초입부터 계속 오르막이다.

숲길이라 시야확보도 안되고, 이른 시간이라 사람도 없다.

끊임없이 오르는 길은 지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무념무상에 가깝게 된다.

내가 산을 좋아하고 산을 오르는 가장 큰 이유다.

아무 생각이 없다. 

그냥 오를뿐.

 

제법 오르니 반가운 '하늘다리'가 나왔다.

대부분 이곳에서 간식을 먹는데 나는 사진만 찍고 다시 장인봉으로 향했다.

열심히 올라 온 계단을 다시 내려가 허탈해지고 허무할 즈음, 그만큼을 다시 오르면 장인봉이 있다.

정상엔 아무것도 없고 밋밋하다. 그냥 내려가기로 한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절창이다.

고은 시인은 등산을 많이 한 사람일까?

스캔들로 얼룩진 시인과 시는 별개일까??

힘겨운 오르막길에서 놓친 경치와 단풍과 소소한 바람 속의 낙화를 본다.

자연 걸음이 느려진다.

 

조심조심 내려가는데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많이 올라오신다.

잠깐이지만, 나도 저 나이에 이곳에 올 수 있을까? 생각을 해 본다.

 

하신길에 다시 본 청량사는 누군가 또 비질을 해 놓아서 마당이 말끔하다.

그의 정성이 너무 아름다워 청량사가 더 좋아진다.

 

배가 고프고 힘들지만 절집에 붙어 있는 찻집에 들렀다.

이름하여 '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다.

권해 주신 뜨거운 대추차를 마시며

창밖에 노란 단풍이 햇살에 부서지는 모습을 천천히 바라본다.

 

나의 절 탐방은 절집에 있는 찻집에서 주로 마무리한다.

절집에 있는 찻집은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 해 있다.

전남 강진 백련사 찻집이 가장 그러하다.

 

가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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