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역사박물관에서 이어지는 토요 인문학 강좌에 다녀왔다.
지난 8월 '장자 철학 -자유로운 마음, 타자와의 어울림' 강좌가 너무 좋아서
열일을 제치고 오늘 다시 찾았다.
주제는 고려대 박종천 교수의
'종교영화로 보는 고통과 구원, <곡성><밀양>의 두 가지 시선'이다.
영화 밀양은 예전에 보고
이번 강좌를 위해 며칠 전 다시 봤다.
오래전 보았을 때와 또 다른 느낌과 생각, 깨달음이 생겼다.
아마 같은 책을 시간차를 두고 읽었을 때와 같은 느낌일 게다.
영화 곡성은 보질 못했다.
나는 무서운 영화나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영화를 보지 못한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다.
그래서 곡성을 본 주변 지인들에게 줄거리나 그들이 본 곡성의 의미를 묻고
간접경험을 했다.
다행히 며칠 전 TV 채널을 돌리다가
정말 우연히 곡성에 관한 영화평론을 보게 되어 도움이 됐다.
영화 곡성과 밀양은
너무 무겁고 어려운 내용의 영화이고,
며칠 전 가까운 이의 죽음으로 인해
종교에 대해 한껏 예민해 있는 나는
이번 강연을 듣기 위해 여행 일정도 변경했다.
*
강연의 큰 흐름은 두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로 설명되었다.
인간은 보이는 것에 현혹되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의심한다.
그리고 결국 보이는 것에 집착하고 파멸한다는 것.
사실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공기가 그렇고, 사랑이 그러하다.
영화 곡성에서
낚시를 위해 지렁이를 꿰는 첫 장면은 보이는 것에 집착하고 믿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곡성에서 보이는 카메라는 이런 '보이는 미끼'에 걸린 인간을
몽타주 기법으로 처리한 감독의 의도가 보인다고도 했다.
* 강연을 듣기 위해 영화 <밀양>을 다시 보았다.
밀양을 Secret Sunshine으로 영역한 도입부에서
이미 인간은 신의 영역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감독의 의도가 읽혔다.
강연에서 새로 얻은 것은
내가 주의 깊게 보았던 송강호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오늘 강연이 매우 즐거울 수 있었다.
*신은 신의 말로 얘기하지 않는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으로 드러낸다.
*신은 보이는 행동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살짝 권유하거나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오랜만에 즐거운 강연을 들어 오늘 하루가 뿌듯하다.
다음 강연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