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일 : 2004년 5월 31일

높이 : 1444M

경로 : 방태산 자연휴양림 제1주차장~ 주억봉

거리 : 편도 약 4km (오전 8시에 도착하니 차단기가 내려져 있어서 관리소 입구에서 출발했음)

주차 : 방태산 자연휴양림 1 주차장(오전 9시 가능) 혹은 마당바위 유료주차장 (5000원), 2 주차장 사용 못함

특징 : 1. 초반은 완만하고 정상즈음은 가파름

           2. 정상 가까이는 완만. 숲길이라 그늘이 많음

           3. 화장실 없음(1 주차장에 있으나 ~~)

           4. 현재 휴양림 신축 공사 중이라 오전 9시에 주차차단기를 열어줌

           5. 정상 표지석은 신, 구 2개임

 

 

 

 

 

방태산 주억봉은 3번째 도전이다. 아주 오래전 직장 동료들과 방태산 계곡에 왔다가 너무 좋아서 등산하려 하니 높아서 못 간다고 말려서 못했고, 작년 산림청 100대 명산을 준비하며 하필 비가 오는 날을 골라 입구까지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다시 3번째 도전을 준비하며 1444미터급의 높은 산에 거리는 왕복 8킬로 가까이라 사실 걱정이 되었다. 파스와 무릎보호대까지 마치 한라산 등반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나는 넉넉히 8시간을 잡고 등산을 시작했다.

 

처음엔 너무나 시원한 계곡과 물소리가 마치 무릉도원 같아 룰루랄라 즐거웠다. 내가 가장 먼저 출발했고 뒤이어 2명의 남자분이 나를 앞질러 갔다. 중간즈음부터 시작된 경사가 제법 가파르지만 무사리 정상도착! 거리가 있어서 힘들었지 방태산은 매우 점잖은 산이라 너무 좋았다.

 

-방태산에서 본 것-

 

앵초, 참나물, 산동백, 분홍찔레

 

 

그리고, 정상에서 본 산능선은 높은 산에 와야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하산 중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보았던 계곡은 가을을 다시 기다리게 했다.

 

지난 늦가을에 횡성 호수둘레길 5구간을 걷고 왔었다. 이번에도 5구간을 걷고 싶어 주차는 망향의 동산에 하고 찹쌀떡 한 개와 우유를 간식으로 챙겼다.

 

햇살이 제법 따갑지만 숲길은 짙은 녹음과 그림자가 드리워서 시원하고 상쾌하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입장료는 2000원인데 횡성주민은 1000원이고, 오늘은 특히 횡성여성은 무료란다. 티켓박스의 매표원은 원주에서 왔다니까 아쉬워하며 소금산에 가면 횡성사람도 할인이 안 된다고 하셔서, 강원도민은 입장료를 안 받았으면 좋겠다고 서로 의견통일을 했다.

 

매표인 아줌마는 오다가 본 노랑버스 근처에 농장이 있다고 하며 서슴없이 내게 가끔 들르라고 한다. 꽃을 좋아해서 꽃도 많이 심고 과일나무도 많이 심었는데 사과가 특히 맛있다고 하신다.

 

오늘도 풀 뽑느라 힘들었다는 등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한 보따리 풀어놓아 한참을 지체했지만, 평일에 와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이라 오히려 감사했다. 

 

 

 

5구간은 호수를 보며 걸을 수 있어 가장 인기가 많고, 전망대에서 B코스로 연계하면 연이어 호수를 볼 수 있어 더 좋다. 

 

 

호수는 고요하고 뻐꾸기와 각종 새들이 날아다녀 이곳이 상수원 보호구역임을 일깨운다. 요사이 우리나라에 부쩍 늘어난 가마우지 몇 마리가 열심히 먹이를 찾느라 자맥질을 하는 한가로운 풍경.

 

호수 둘레길엔 복숭아나무를 심어 이제 제법 알이 굵어진 복숭아가 달려있다.

 

 

오랜만에 많이 걸었더니 다리도 아프고 피곤해서 오는 길에 수박 한 덩이를 사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크게 한입 베어 물었더니 단물이 가득하다! 

 

바야흐로 여름.

고선생이 근무지가 바뀌었다고 했다.

 

내가 강원도 살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 그곳이 그녀가 새로 부임한 곳이다( 일부러 본인이 원했다고 한다.)

며칠 전 모처럼 시간이 난다고 해서 그녀의 근무지를 찾아 일찍 길을 나섰다.

 

가는 내내 산길과 차 한대 없는 터널을 몇 개씩 지났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산길. 길을 잘못 들었나 싶어 자꾸 내비를 확인하며 가길 1시간 30분.

 

 

가다가 보이는 깨끗한 시냇물이 좋아 차를 세워 물소리도 듣고, 벌써 싹이 나온 감자밭을 어슬렁거려본다.

정말 강원도 풍경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눈에 밟히듯 흔하게 보던 정겨운 풍경들!

 

 

 

그리고 도착한 그녀의 근무지 00 고등학교

 

 

시골학교라 학생수가 적고 학급도 적어 담임을 한다고 했다.

한 반에 4명이나 5명이 전부.

 

 

동료선생님이 기르는 버섯도 따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삼봉약수터에서 약수도 담았다.

 

작은 마을에 있는 작은 성당도 보고 작은 마을에 어울리는 작은 식당에서 맛있는 알밥도 먹고,

마침 예고한 대로 비가 조금씩 왔지만 가칠봉 산책을 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라 비가 조금씩 왔지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파란 이끼와 관중, 고사리가 지천이고 물은 어찌나 맑은지 다음에 또 오고 싶다. 아니 와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오는 길에 칡소폭포와 홍천 은행나무숲도 보았다.

 

 

고선생은 여전했다.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고 사람에 대한 사랑과 신에게로 향한 신실한 믿음과

늘 평정을 유지하는 모습은 수행을 게을리하지 않은 때문이리라.

 

다음을 약속하고 아쉬운 작별을 하며 오는 길엔 아쉬움만큼이나 세찬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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