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같은 오후의 시간을 벌어

강릉에서 비교적 가까운 보현사에 갔다.

가는 길에 하늘이 흐린것 같아

모처럼의 홀로 출사가 걱정 됐지만

비가 와도 괜찮아..

 

cd에 음악을 걸어 놓고

낯 익은 국도를 지나 한참 녹음이 지고 있는

대관령 자락을 눈여겨 보며

굽이굽이 돌아 보현사에 막 도착하니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윈도우 브러쉬만 작동시킨채

셔터를 누른다.

 

 

 

소나기가 멈추자

숲내음이 마구마구 퍼지기 시작했다.

 

 

 

이곳은

나무와 돌과 풀잎들이

마구 몸 흔들며

춤추는 숲이 되었다.

 

 

사진을 배우겠다고 나서서

처음으로 찍어보았던

부도탑.

 

이생을 떠나 저승에 간 사람들의

돌무더기에서

난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맺었다.

 

 

 

대웅전을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혹시라도 만나면

잘못이라도 빌어야 할것 같은 ,

두 눈이 부리부리한

저 분의 눈길에서

간신히 놓여나기만 하면

 

 

 

저 길 끝에

내 마음 놓아 둘

피안의 세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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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시간을 내어 외출을 했습니다. 며칠 째 계속되는 불면증과 함께 따라다니는 우울증이이번 외출로 다스려질까 하는 기대를 안고서요... 장소는 마다가스카르.. 전에 사 둔 책 <마다가스카르 이야기>의 저자가 운영하는카페 겸 스튜디오입니다. <천사들이 머무는 신비의 땅>이라는 부제에 알맞게이 책 속엔 아이들의 사진이 제법 많습니다.  

 신미식씨의 책 표지 입니다.맑은 아이의 눈동자가 인상적입니다. 실내에 표지속 아이 사진이 내부에 크게장식되어 있습니다. 

 내부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건 빨간 전화박스! 

  그 외에 주로 저자의 사진이 엽서 혹은 액자에 담겨 놓여 있고오래된 타자기와 악기들,아, 바오밥 나무 모양의 장식품이 있었는데빠졌어요... 

  벽면을 이용하여 사진전시도 할 수 있는 갤러리가 있구요, 

 ( 제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여행과 관련있는 책과 사진집들이 많이 구비되어 있고요,또 구매도 가능하답니다. 

 어디에 앉아도 책과 엽서와 사진이 아주 잘 보이는 실내와 혼자가면줄인형이 흔들거리며말을 걸어 오는 마다가스카르. 

 이곳에서 마다가스카르의 매력에 빠져들어오늘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잊지 마세요 떠나지 못한 사람들의.. 안부묻는 엽서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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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 돌아오는 여행

  

 

  

 

 

 

 

중국 여행을 시작한 지 벌써 10여 년이 되어간다.

북경과 몽골을 시작으로 실크로드와 티벳까지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내가 주로 다닌 곳은 중국의 오지라고 할 수 있는 곳, 즉 변두리다

 

중국의 오지엔 대부분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었고 그들의 소박한 삶은

내가 그동안 간과해버린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들의 삶을 보면서 여행자인 내게도 많은 변화가 왔다.

살아가는데 물질적인 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나는 배낭을 꾸릴 때 마다 느낀다.  

 

내 어깨에 올릴 만큼의 짐만 가지면 되는데 왜 그렇게 많은 욕심을 내는 걸까?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무게는

그야말로 내 것이 아니며 내 것이 될 수 도 없는 짐일뿐!

 

더 큰 평수의 집으로 유혹하는 수많은 광고, 유행 따라 바뀌는 가구들, 전자제품들,

그 모든 걸 소유하려면 끝이 없을 것 같고 늘 새로운 유행을 찾아 잡지를 뒤적이고 

물품을 구입하는 일에 열중하던 걸 그만 멈추고 싶어 졌을 때,

난 여행을 만났고 그 행선지는 중국이었다. 

 

중국 여행은 내게 많은 것을 보여주었고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해 주었다. 

항주行 기차에서 먹을거리를 계속 권하던 귀여운 먹보 찬이,  

휴게소에서 말없이 펌프 물을 길어주던 이름 모를 소녀.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만난 보름달과 달콤한 수박을 잘라주던 위그루 청년,

 

닝낭가는 길에 목청껏 노래를 불러 피곤함을 덜어주던 이족 청년과

창산(蒼山)을 오를 때 탔던 나의 개구쟁이 말(馬).  

 

말이 통하지 않자 필담(筆談)으로 열심히 화평리 시장을 설명하던 북경 아줌마와. 

사진 찍는 걸 피하기는커녕 사진을 찍어 달라고 끈질기게 쫓아오던 카스의 무서운 동네 꼬마들. 

그리고,

머리카락이 죄다 뽑힐 것 같았던 시골 미용실의 머리 감기! 

 

고기를 즐기지 않는 내게 양고기의 맛을 알게 한 내몽고의 어린양(羊)과

실크로드의 갈증을 멈추게 해 준 하미의 하미果.  

그뿐이랴? 고산증 때문에 너무 머리가 아파서 한 발짝 옮기기도 힘들 때

오체투지를 하며 먼 길을 온 순례자들이

내게 건네 준 수요우차(버터차) 한잔이 그대로 약이 되어 나를 회복시켜 준 일.  

 

표를 못 구해 밤새도록 서서 가느라 다리는 퉁퉁 붓고 얼굴은 때 국물이 줄줄 흘러 상거지가 된 일.  

위그루족과 꽁안(公安)과의 살얼음 같은 긴장을 목격한 일과

여행 후 마이너스된 통장에 주눅들은 일.  

 

10년 만에 내린 사막의 비로 사막에서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일과  

이상기온으로 최악의 추위를 만나 동태가 될 뻔 했던 계림의 새벽. 

하지만 늘 나의 여행길에 함께 한 묵주(黙珠)와 고마운 바람과 하늘의 태양과 한 잔의 차(茶)와

나뭇잎의 흔들림까지 포함해서

그 속에서 열심히 살고 있던 소박한 사람들!

그 모든 것들이 내가 중국을 여행하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던 소중한 것들이다.  

 

중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런 것들은

나를 괴롭히기도 하고 불편하게도 했지만 오히려 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고,

마음을 비울 줄도 알게 했으며,

남에게 손을 내밀 줄도,

내미는 손을 뿌리치지 않는 마음도 갖게 해 주었다.  

 

여행은 나로 하여금 나를 돌아보는 글을 쓰게 했고,

사진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는 심미안도 갖게 했으며,

작은 일에 감사하고, 자연에게 겸손해하며,

떠날 때와 돌아올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불혹이 다 된 나이에 시작한 나의 중국 여행은

내가 이 生의 여행자이며 언젠가는 떠나 온 그곳으로 가기 위해

저들처럼 소박한 삶을 살다가 여행을 하듯 가볍게 떠나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나침반도 없고 지도도 없는 그곳으로의 여행은

중국 여행을 통해 익숙해진 탓에 조금은 수월하리라. 

 

난 오늘도 리틀 티베트를 가기 위해 배낭을 찾는다.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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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오후시간이 비었습니다.

                                                하루 중 낮에 자유를 얻는 일이 金처럼 귀하지만

                                                   오늘은 금처럼 귀한 오후의 몇 시간을 얻었습니다.

 

잠깐 동안 행선지를 고민하다가

오래전에 다녀 온 언덕위의 바다 라는 재즈카페를 떠올렸습니다.

작은 窓이 유난히 예쁘고 그 뒤로 푸른 바다가 보이는 곳입니다.

 

 

 

 

 

 

 카페의 내부도 그렇지만 밖에서 보는 언덕위의 바다도  참 아름답습니다. 주인이 직접 인테리어를 하셨다고 하구요

 이국적인 분위기는 아마도 주인장께서 여행을 즐겨하시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언덕위의 바다 카페의 내부 모습입니다. 

 

 

 

 

 

 

 

 

  

 

 

 

여기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입니다.

아주 작은 窓이 있고 날씨가 좋은 날은 파아란 바다가 窓만큼 보이구요.

작아서 마음이 더 넓어지는, 그런 자리입니다.

 

제가 주문한 찻잔이 주인을 잃고 혼자 있네요.

이곳에서는 커피와 기타 등등의 茶를 마실 수 있는데

가격은 보통 5천원 내외입니다.

  

 

  

 

오늘은 날이 흐려서 파아란 바다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작은 창으로 보이는 파란 바다가 참으로 멋진 곳인데...

 

<가는 길>

강릉을 기점으로 속초로 가는 7번 국도에 있습니다.

주문진을 지나 휴휴암이라는 절이 있는데 바로 옆이랍니다.

 

 

지난 여름에 지나다 들렀는데

문을 닫았네요.

강릉으로 이사하셨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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