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文鄕) · 예향(禮鄕)으로 불리는 강릉

 

 

한 고을의 이름 앞에는 그 고을의 전통 이미지를 살려 고유의 지명(地名)과는 별도로 매김말(冠形語)을 사용한다. 千年의 古都 慶州라던가, 강릉을 문향(文鄕)강릉, 예향(禮鄕)강릉 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예이다. 文鄕江陵이란 말은 글 고장, 또는 글하는 고장, 학문을 숭상하는 고장이라는 말로 풀이할 수 있고, 禮鄕江陵 역시 道德과 禮節이 바르다는 의미와 孝行, 貞節이 뛰어나의미를 가지고 있다.

 

1. 文鄕江陵

 

 

가. 自然

 

- 일찍이 동해안은 山紫秀麗하여 예부터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강릉의 寒松亭, 鏡浦臺는 新羅 花郞들의 대표적인 순례지(巡禮地)였다. 고려시대 대표적인 문인 이인로(1152~1220)는 한송정(寒松亭)을 찾아와 여기가 四仙들이 유람하던 곳, 지금도 남은 자취 기이하구나(云是四仙縱賞地 至今遺迹眞奇哉)라 했다. 고려를 거쳐 조선에 이르러 成俔, 金時習, 鄭澈, 楊士彦은 물론 서거정(徐居正1420~1488)은 우리나라 산수의 훌륭한 경치는 관동이 첫째이고 관동에서도 강릉이 제일이다-중략- 강릉에서도 가장 좋은 명승지는 경포대 한송정, 석조, 석지, 문수대라 하였다(雲錦樓記文-惟吾東韓山水之勝 關東爲最 於關東 惟江陵爲第一-中略- 江之最勝者 曰鏡浦臺 曰寒松亭 曰石竈曰石池 曰文殊臺也)

 

 

나. 文獻資料

 

 

①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의 기록에 일찍이 강릉은 학문을 숭상하며 더박머리 아이 때부터 책을 끼고 스승을 따라 배우니 글 읽는 소리가 마을에 가득했다. 이를 게을리 하는 자는 여럿이 공동으로 내치는 벌을 가하였다.(新增東國輿地勝覽 江陵大 都護府風俗條 崇學問 自髫齕挾冊從師 絃誦之聲 滿於里閭 慢者衆共黜罰之)고 하였다.

 

② 1614년 江陵府使로 왔던 정경세는 강릉은 학문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고 풍속이 아름답기를 강원도에서 으뜸으로 본디부터 문헌의 고장이라 불러왔다(江陵鄕校誌-本府士子之盛 風俗之美 甲於一道 素稱文獻之邦)고 했다.

 

 

 

다.敎育機關

 

 

① 鄕校

 

廣汀里에 세워졌던 향교가 12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하나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향교의 기능은 奉祀와 敎育 두 기능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교육기관으로서 강릉향교는 그 규범이 嚴正하고 敎育熱이 높았을 뿐 아니라 道義와 學風을 크게 떨쳐 大廡官이란 칭호를 받았으며 전국 234개 향교 가운데 그 가치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국가문화재 보물214호로 지정되었다.

 

 

② 書院

 

서원은 조선중기 이후 士林에 의해 설립된 私設敎育機關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은 1543년에 건립된 白雲洞書院이며 강릉은 13년 뒤인 1556년 五峰書院이 건립되었다. 이후 율곡 이이를 配享한 松潭書院, 申石書院, 退谷書院있었다. 이는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서원과 가장 오래 된 서원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 밖에 서원은 아니지만 許筠의 호서장서각(湖墅藏書閣)이 있었는데 萬卷의 책을 비치하고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중국의 유명 전적을 다량 보유하고 누구나 쉽게 빌려볼 수 있게 하였던 바 최초의 사설도서관이라 할 수 있다.

 

 

라. 인물

 

전하는 말에 人傑은 地靈으로 말미암는다고 하였듯이 강릉은 글 잘하는 文風의 영향을 받아 인격과 품성이 뛰어난 사람과 학문을 닦아 立身揚名한 사람이 많이 배출 되었다.

 

 

① 강릉의 12향현(鄕賢)

鄕賢이란 그 고장이 배출한 존경받는 인물로 先聖先師를 尊崇하고 道理를 실천하여 그 덕망이 후세에 龜鑑이 되는 儒賢을 의미한다.

강릉의 12향현은 崔致雲(1444~1521), 李成茂(1370~1436), 崔應賢(1428~1507), 崔洙(1443~1472), 金潤身(1444~1521), 朴公達(1470~1552), 朴遂良(1475~1546), 崔壽峸(1487~1521), 金說(1506~?) 金譚(1522~1605), 朴億秋(1523~1590), 崔雲遇(1532~1605)이다.

 

 

 

② 司馬試 및 文科의 及第者

최근 발행된 각 고장의 市史에 수록된 것으로 살펴보면 아래 표와 같다.

 


춘 천 원 주 강 릉 비고
生員, 進士,
文科 及第者
司馬試: 217명
文 科: 56명
司馬試: 573명
文 科: 104명
司馬試: 429명
文 科: 137명
春川百年史,
原州市史,
江陵市史 참고
江原道誌 의
文武科 司馬條
84명 250명 260명 1940년 발간

 

 

 

2. 禮鄕江陵

 

 

가. 禮鄕의 意味

 

禮鄕의 의미는 단순하게 표현하기 어려우나 人倫의 道는 德에서 德은 禮에서 禮는 孝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면

禮鄕江陵이란 百行의 으뜸인 孝의 고장이라는 의미와 같다.

 

 

나. 文獻資料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이르기를 고을 풍속에 노인을 공경하는 것이 있는데 좋은 날을 가려 명승지에 노인들을 초청하여 잔치를 베풀며 위로하였다(邑俗敬老每値良辰 請老者會于勝地以慰之)하였고 1486년 巡察使로 왔던 洪貴達도 鄕校를 重修할것을 임금께 주청하면서 오직 江陵은 峻嶺과 바다 사이 후미진 곳에 있기는 하나 이곳 사람들은 禮義를 익히고 詩書를 외우니 실로 우리 東方의 鄒魯입니다(惟江陵僻在海間 其人復禮義 誦詩書實吾東之鄒與魯)고 했다. 文風도 孔子가 태어난 魯나라와 孟子가 태어난 鄒나라와 같았으니 한마디로 東方禮義之鄕이라 아뢰었던 것이다.

 

 

다. 人物

 

 

人物의 考察은 江原道 전체를 살펴 이 고장 인물과 對比하여야 하나 資料가 드물고 언급한 숫자 역시 동일자료에서 발췌한 것이 아니므로 절대적이 아님을 알려둔다.

 

 

 

<孝烈 및 旌閭數>

구 분 孝子 孝婦·烈女 旌閭 三綱行實收錄 出典
춘 천 23 5 11
鄕校實記
원 주 20 34 38
原州市史
강 릉 181 83 78 4 增修臨瀛誌
삼 척 92 73 29
三陟誌

 

라. 孝烈閣 및 祠,堂,齋

 

 

孝는 德의 근본이며 모든 가르침은 孝에서 비롯한다고 강조한 공자의 사상이 들어 온 이후 전국각지에서 수많은 효자를 낳았다. 세종 13년 江原道司 高若海의 주청으로 효자와 烈女에게 旌門이 세워졌고 祠,堂,齋 또한 先祖에 대한 敬慕와 祭享을 올리고 아울러 가문의 위상을 알림과 동시에 門中내부의 結束을 다지기 위해 建立되었다. 그 數는 아래 표와 같으며 단연 전국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孝烈閣(碑) 35
12
3
55

 

 

 

 

 * 위의 자료 대부분은 강릉시오죽헌 시립박물관의 전통문화교육 연수자료집에서 발췌했습니다.

 

 

'가끔은 여행(국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덕여왕릉  (0) 2009.08.17
강릉 단오제  (0) 2009.07.26
경포팔경  (0) 2009.07.26
토분이 아름다운 테라로사  (0) 2008.07.05
보현사  (0) 2008.05.07

경포팔경(鏡浦八景)

 

 

                                    “水面이 거울과 같이 청정하다.”해서 鏡浦라 하였다.

                                     鏡浦湖는 鏡浦臺를 중심으로 호반에 산재한 역사적 누정

                                     (鏡浦臺, 海雲亭, 鏡湖亭, 金蘭亭, 放海亭, 石蘭亭,

                                     滄浪亭, 聚瀛亭, 觴詠亭)과

                                     경포해수욕장 및 주변에 울창한 松林지대를

일괄하여 일컫는다.

 

 

 

 

1경 : 녹두일출(綠豆日出 - 녹두정의 해돋이

 

 

             綠豆亭에서 동해의 日出을 바라보는 것을 말하며,

 

옛 寒松亭으로서 경포대의 정동(正東) 방향이라고도 한다.

 웅장한 태양이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며

서서히 떠오르는 순간 신비스러울 만큼 황홀하고 아름답다고 한다.

장엄하고 경이로운 일출

을 첫째로 꼽았다.

 

 

 

 

 

 

 

 

2경 : 죽도명월(竹島明月 - 죽도의 밝은 달)

 

호수 동쪽에 있는 섬모양의 작은 산으로

 산죽(山竹)이 무성하여 竹島라 불렀다.

지금의 현대호텔 자리다.

 동쪽 수평선 넘어 솟아오르는 보름달의 달빛이

 竹島의 대나무 사이를 뚫어 그 빛이 호수에 비칠 때

 일어나는 그림 같은 장관을 竹島明月이라 하였다.

 

 

 

 

 

 

 

 

 

3경 : 강문어화(江門漁火 - 강문의 고기잡이배의 불)

 

江門은 경포대에서 동쪽 경포호수의 河口에 해당하는 곳으로서

호수와 바다를 상통 교류하기에 江門이라 했다.

 밤에 경포대에서 강문 쪽 바다를 바라보면,

오징어 잡는 고기배의 불빛이

 마치 항구의 불빛처럼 휘황찬란하게 보이는데,

 그 빛이 바다와 호수에 비치는 아름다운 모습을 말한다. 

 

 

 

 

 

4경 : 초당취연(草堂炊煙 - 초당의 저녁밥 짓는 연기)

 

草堂은 호수의 동남쪽에 있는 마을로서

 마을 둘레는 낙낙장송이 울창하며

해가 서산마루 시루봉에 기우러질 무렵이면

 집집마다 저녁을 지으며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가

 노을에 물들어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이는 풍경을 말한다.

 

 

 

 

 

 

 

 

 

 

5경 : 홍장야우(紅粧夜雨 - 홍장암의 밤비)

 

 

惠肅公(혜숙공) 박신(朴信)은 젊어서 시를 잘 짓기로 이름이 났다.

강원도 안렴사로 왔을 때 府에 있는 기생 紅粧을 사랑하여

정이 매우 깊어 소중히 생각하였으나 임기가 다 되어 돌아갔다.

그 뒤 박신이 다시 왔을 때 부윤(府尹)조운흘(趙云仡)이 말하기를

紅粧은 이미 신선이 되어 갔다고 속이니

박신이 이 말을 듣고 슬픈 나머지 스스로 정신을 가누지 못하였다.

조운흘이 안렴사를 모시고 경포에서 놀자고 하였는데

비밀리에 紅粧으로 하여금 아름답게 단장하게 하고

별도로 화선(畵船)을 준비하여 눈썹과 수염이 새하얀 노관인을 뽑아

 흰 옷으로 단장하게 하니 그 위엄스런 형상이 처용(處龍)과 같았다.

배에는 홍장을 싣고 화선 중간에 시를 써서 彩色扁額을 걸었다.

 그 詩에 이르기를 신라때 花郞仙人 安詳이 천년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풍류를 못잊었네.

듣자하니 경포에 사또가 논다기에 홍장을 싣고 다시 찾아왔네 라 하였다.

서서히 노를 저으며 포구에 들어와 물가를 배회하니

 거문고에 퉁소소리가 맑게 공중을 나는 듯 하였다.

 조운흘이 박신에게 말하기를

이곳에는 옛 신선이 놀던 자취가 남아 있는데

산꼭대기에 그들이 茶를 끓여 마시던 돌부엌이 그것이며

 십여리 떨어진 곳에 寒松亭이 있는데 이 정자에 또한 四仙碑가 있습니다.

 지금도 신선의 무리가 그 사이를 왕래하며

 꽃피는 아침이나 달뜨는 저녁이면 사람들이

 혹 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나 다만 바라만 볼 뿐 이라고 합니다.

라고 하니 박신이 말하기를

산천의 풍경이 이와같이 기이하니 그러한 정황이 없으랴? 하고

눈물을 글썽이자

 별안간 한 노인이 탄 배가 순풍을 타고 순식간에 앞으로 다가와

배를 대려고 하였다.

 형용은 이상하게 생겼으며 배안에는 紅粧이 사뿐사뿐 춤을 추고 있었다.

박신이 깜짝 놀라

이는 분명 신선가운데 인간이라하고

자세히 보니 이는 홍장이었다.

박신이 拍掌大笑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놀이를 마치고 돌아가서 詩 한편을 보내왔는데

젊은 시절 안렴사로 관동에 갔을 때 경포에서 노닌것이 꿈만 같구나,

호수에 배 띄우고 노닐고 싶으나

 주책없는 늙은이라 비웃을까 두렵네라 하였다.

朴惠肅公信少有詩譽按江原道愛府妓紅粧情頗珍重秩滿還府尹

趙石磵詿曰粧已仙去朴悼念思想頗不自聊尹邀廉使遊鏡浦密

令紅粧靚飾艶服別求畵船選老官人眉鬚皓白衣冠偉狀類處

容者主其船載紅粧于中掲彩額題詩其詩曰新羅聖代老安詳千

載風流尙未忘聞說使華遊鏡浦蘭舟聊復載紅粧徐徐擊楫入浦

口徘徊洲渚絲管淸圓如在空中尹語廉使曰此地有古仙遺跡山

頂有茶竈踞此數十里有寒松亭亭亦有四仙碑至今仙曺神儷往

來其間花朝月夕人或見之但可望不可見也朴曰山川如此風景

珠異適無情况涕泣盈睷俄而舟行順風一瞥直前老人樣船相棹

形容怪奇船中紅粧妓歌舞綽約翩翲朴愕駭曰必神仙中人也熟親

之乃紅粧一座抵掌大笑極歡而능後朴寄關東詩曰少年持節按

關東鏡浦淸遊入夢中臺下蘭舟思又乏却嬚紅紛笑衰翁

<臨瀛誌 香奩 八十七>

 

                                                                                                                                                                               

 

6경 : 증봉낙조(甑峰落照 - 시루봉의 저녁노을)

 

시루봉은 경포대 북서쪽에 있으며

그 생긴 봉우리 모양이 시루와 비슷하다 해서

 시루봉이라고 한다.

서산마루에 기우러질 무렵이면

고운구름이 시루봉 북쪽 봉우리에서 경포호수에 반영되는

 일몰의 낙조가 잔물결에 부서지는 아름다운 광경을 말한다.

 

 

 

 

 

 

                                      7경 : 환선취적(喚仙吹笛  신선들의 피리소리)

시루봉의 상선봉에 신라 선인들이 풍류를 즐기며

바둑을 놓고 놀던 곳이 있었는데

고요한 날 밝은 밤이면 어디에선가 구슬픈 피리소리가

바람결에 은은히 들려왔다고 한다.

지금도 달 밝은 밤이면 산자수명한 제일강산에

 구름 밖으로부터 피리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8경 : 한송모종(寒松暮鐘 - 한송사의 저녁 종소리)

 

寒松寺는 지금 공군비행장 동쪽에 있다.

주변에 綠豆亭이라 불리던 정자가있었는데

 화랑도의 수양도장으로 알려졌으며

 지금은 석조, 석지, 석정만 남아 있다.

 

                                                                                                                   

 

 

                                                                         

 

 

 

 

'가끔은 여행(국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릉 단오제  (0) 2009.07.26
文鄕과 禮鄕의 고장 강릉!  (0) 2009.07.26
토분이 아름다운 테라로사  (0) 2008.07.05
보현사  (0) 2008.05.07
마다가스카르 이야기  (0) 2008.02.21

 

 

 

 

 

한때는 직장 산악회에 가입해서

강릉 주변의 산행에  열심히 참여했건만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부터는 일행에게 누가 될까 두려워 산행을 꺼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대산은 가끔씩 혼자라도 가서 전나무숲을 보거나

적멸보궁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얼마 전엔 태백 근처까지 출사를 갔건만  태백산 산행은 엄두도 못 내고

그냥 돌아서기도 했는데...

 

 

 

 

 

 

아무튼

새로 마음을 다지고 배낭엔 작은 렌즈만 넣어 무게를 최소화시키고

천천히 태백산 천제단까지 등반하기로 했다.

 

 

 

 

 

 

 

이미 새벽에 올라 일출을 본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었지만

중간에 따뜻한 커피도 한 잔 하면서

천천히 올랐다.

 

간이 휴게소를 지나 오르막에 이르러서는

허리가 휘어져 네발로 갔다.

 

 

 

 

 

 

 

 

정상에 도착하니 12월의 매서운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파란 하늘과 저 멀리까지 이어지는 산 능선의

아름다움에 추위는 물론

고된 줄도 몰랐다.

 

 

 

 

 

 

 

 

 

좋은 일이야

(시인: 이성부)

 

산에 빠져서 외롭게 된

그대를 보면

마치 그물에 갇힌 한 마리 고기 같아

스스로 몸을 던져 자유를 움켜쥐고

스스로 몸을 던져 자유의 그물에 갇힌

그대 외로운 발버둥

아름답게 빛나는 노래

나에게도 잘 보이지

 

산에 갇히는 것 좋은 일이야

사랑하는 사람에게 빠져서

갇히는 것은 더더욱 좋은 일이야

평등의 넉넉한 들판이거나

고즈넉한 산비탈 저 위에서 나를 꼼꼼히 돌아보는 일

좋은 일이야

갇혀서 외로운 것 좋은 일이야 

 

 

산을 오르다 보면 호흡에 집중하게 되고

자신의 심장 소리에 집중하게 되기도 하고

무거운 발걸음에 집중하기도 한다.

 

숨이 벅차다가도  어쩌다 부는 바람에

잠시 몸을 맡길 때면

마음은 한없이 단순해지고 고요해진다.

 

그래서 어떤 이는 산으로 神을 만나러 오고

또 어떤이는 그리운 이를 만나러 오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을 만나러 온다.

 

 

고즈넉한 산비탈 저 위에서

나를 꼼꼼히 돌아보는 일

 참, 기쁜일이다!

 

 

 

  

 

산도 바다도 단숨에 갈 수있는 강릉에 살지만 가끔은 자연과 인간의 손길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곳도 가고싶다.

 

마음만 먹으면 집에서 차로 십분이면 넉넉히 갈 수있는 커피공장 테라로사!

 

소문을 듣고 남들은 몇 시간을 달려 오기도 하고 구석에 콕 박혀있는 이 집을 찾느라 헤매기도 하지만

나는 바로 지척에 있음에도몇 번 가보질 못했다.

 

이유는 커피때문이다. 나는 카페인에 약해서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잔다.

상태가 좀 심한 편이라 나이들고 부터는 아예 커피를 마시지 않고 있다.

 

하지만, 커피냄새가 너무 좋고 마음이 통하는 지인들과  함께 하는  분위기와 수다까진 멀리할 수 없어

커피마시는 동료들과 함께 이곳에 오면 커피얘기로 꽃을 피우는 그네들이 무척이나 부럽다.

 

아무튼 테라로사를 가기위해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날씨는 근래 드물게 덥고 햇살은 강렬하다. 가는 길에 성불사에 들러 접사도 좀 하고

일부러 천천히 시골길을 음미하며 테라로사에 도착했다.

 

  

  

 테라로사는 몇년 전 커피공장에서 시작했다. 그즈음 강릉시내가 들썩거렸다.

처음으로 커피공장이 생겼으니 말이다.

 

입소문에 의하면 이때가 참 좋았다 고 억하는 사람이 많다.

허름한 시골집을 정리해서 여러종류의 커피를 구비해 놓고 갓 볶거나 갈아낸 커피를 무한정 리필해서 한가롭게 마실 수 있던곳.

 

테라로사는 강릉 시내 문화의 거리에 분점을 내기도 했는데 오히려 난 이곳을 자주가는 편이다..

커피때문이 아니라 우습게도 난 빵을 사러  간다.

낮 12시가 되면 갓 구운 빵이 나오는데 하은이가 이곳의 곡물식빵을 무척 좋아하고,

난 여기서 만든 치즈크림빵을 좋아하는데 이 집 빵맛은 맛있기로 소문이 나있다.

 

물론 본점에선 음식도 하고 있다.

독일인 남편 에릭과 함께 자전거로 세계일주를 한 문숙씨와 오랜만에 강릉에 온 친구 張와 함께 여기서 스파게티를 먹었었다.

양식에 문외한이긴 하지만 나름 괜찮았다는 기억이 있다.

 

아무튼 내가 이 더위에 이곳을 다시 찾은 이유는 느닷없이 커피향이 생각났기도 했고

무엇보다 타샤의 정원에서 본 붉은색 화분에 담긴 꽃이 보고싶어서 였다.

보통은 토분이라고 하는데 아파트생활을 오래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흙이 그리워진다.

그렇다고 전원주택을 살 수있는 건 아니니 타샤의 정원같은 책을 보며대리만족을 하곤하는 것이 어찌보면 내 사치이기도 한 취미 중 하나인데....

 

 

 

타샤가 꾸민 정원을 보면 감탄과 부러움이섞인 존경의 감정을 숨길 수 없다.

 

 테라로사를 가기위해 강릉엘 왔다면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나와 관동대학교를 찾는것이 좋다.

 관동대 정문에서 왼쪽으로 가면

차선이 좁아지면서 한적한 시골길이 나온다.

 

학산 오독떼기 전수관을 지나

법왕사 족으로 방향을 잡으면

테라로사 안내 표지판이 친절히 서 있다.

낮은 담을 사이에 두고지금 7월인데 정말 예쁜 꽃들이 피어 있다.

 

 

 

 

    아담한 입구를 지나자 제일 먼저 눈에 띈건 마당을 환하게 만들고 있는 백합무더기...

그리고 드디어 보이는 토분에 심어진 작은 허브들..

마침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도 없고 종업원이 마당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물을 머금은 화초들이 더욱 싱싱해지고 토분색깔은 더 깊어 보인다.    건물 밖의 빛이 너무 좋아 한참을 찍다보니 내부 찍을 시간이 부족했다. 이제 막 싹을 틔운 커피 새순도 상자에 담겨 한 모퉁이에 있고.

 

저안에 들어가 못마시는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시간이 없어 할 수없이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며칠 뒤에 다시 오리라...  ...... .  며칠 뒤 난 다시 이곳에 왔다. 물론 점심식사도 하고  남들이 마시는 커피는 구경만 하기도 했다. 

 호밀빵 샌드위치

그리고  갓 구워낸 여러가지 빵

 

 

 

 

 

창가 자리는 창을 통해 울창한 밤나무 숲이 보이고명품이라고 알려진 예쁜 커피잔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테이블도 있다.

 각종 허브화분들이 놓여 있고 

여러 종류의 커피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테이블도 있다.

 

 

 

같은 커피도 예쁜 잔에 담으면 기분도 새롭고 맛도 특별해진다.

 

 

강릉엔 이곳 테라로사 말고도 커피로 유명한 보헤미안 이라는 커피집도 있다.

예향과 문향의 도시, 전통을 지키는도시의 이미지가 더 강한 강릉이지만

이 두 곳의 커피전문점은 또 다른 강릉의 모습이기도 하다.

 

 

 

 

 

 

 

 

'가끔은 여행(국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文鄕과 禮鄕의 고장 강릉!  (0) 2009.07.26
경포팔경  (0) 2009.07.26
보현사  (0) 2008.05.07
마다가스카르 이야기  (0) 2008.02.21
나에게로 돌아오는 여행  (0) 2008.02.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