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탄아흐멧에서부터 거리구경을 하며

에뮈뇌뉘까지 걸었다.

 

생각보다 멀지 않았는데 도착하고 조금 있으니 비가 온다.

 

비를 피할 겸 책방에 들어가 이것저것 구경하다 엽서 한 장을 사며 돌아보니

바로 옆집이 카페였다.

 

차이 한잔을 시켜놓고

비가 내리는 보스포르스 바다를 바라보았다.

 

낯선 지명의 바다지만 

바닷가 작은 도시에 오래 살아 본 내겐

같은 듯 다른 풍경이다.

 

이곳은 일단 규모가 너무나 큰 이스탄불의 항구.

수많은 다른 인종의 사람과

드나드는 여객선, 화물선에서 내는 고동소리와

오가는 많은 인파에 섞인 호명들.

 

바다의 시끄러운 모습은 낯선 이국만큼

생경하다.

 

바다도 많은 얼굴을 하고 있다.

아니 바다는 하나인데

그곳의 사람들이 풍경을 만들고 있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강태공의 모습은 정겹다.

 

대부분 작은 고등어류를 잡았는데

편차가 심해서 어떤 이는 매우 많이 

어떤이는 이제 몇 마리뿐이다.

 

그런들 뭐 어쩌라.

많든 적든 그날의 물통엔 기다림의 시간 속에

희망이 담겨있는듯 보였으니

그만하면 됐다.

 

다리를 가득 메운 강태공들의 모습은

이곳을 정겹게 만드는

또 다른 풍경이다.

 

 

 

 

숙소가 술탄아흐멧 근처라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 꽤 여럿이다.

 

간단히 호텔 조식을 먹고

오늘은 가까운 예레바탄 사라이의 지하궁전,

사실은 지하 저수조, 물탱크를 보러 갔다.

입장료 350리라.

 

예레바탄 사라이는 지하궁전을 뜻하는 튀르키예어로

532년 동로마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때 완공된 지하 물 저장소다.

이스탄불 시외인 베오그라드 숲 수원지에서 이곳까지 수도교로 물을 끌어왔으며

천장까지 물이 차면 7만 8천 제곱미터의 물을 저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하궁전의 내부는 로마 전역에서 가져온 대리석 기둥들로 꾸며졌는데

그중에서  옆으로 누운 메두사머리는

눈을 마주치면 돌로 변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기괴하다.

 

댄브라운의 소설 '인페르노'에 등장하는

이스탄불 관광명소 중 하나이다.

 

-이스탄불 홀리데이 참조-

 

이른 시간이라 다행히 줄이 짧았다.

규모는 어마어마하고 아직도 물이 고여있어 습하다.

조명이 좀 흐릿하기도 하고

여기에 물을 채웠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넓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모두 

메두사를 찾는다.

 

가끔씩 물방울이 떨어져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눈물기둥과 거꾸로 눕혀져 있는 메두사의 머리를 보면

그리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은 없게 된다.

 

더운 여름에 오면 더 시원할 것 같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여행을 준비하며

이스탄불 안내책 '이스탄불 홀리데이'를 읽다 보니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이슬람교의 기본교리>

마호메트가 예언자라는 것을 믿고,

하나님을 유일신으로 생각하는 이슬람교에는

기본교리,

다섯기둥이라 하여 지켜야 하는 5대 의무가 있다.

1. 신앙고백

2. 하루 5번 기도

3. 9월 라마단 금식

4. 가난한 이를 위한 헌금

5. 일생에 한번 성지순례

 

 

 

오늘 오후

해 질 무렵'

 

뜨거웠던 태양이 조금 수그러들어 아야소피아 쪽으로 산책을 갔다.

여전히 사람이 많고 복잡했지만

일요일이란 걸 감안해서 벤치에 앉아 사람구경을 했다.

 

길을 익힐 겸 트램정류장쪽으로 걷다가

쓰레기통에 버린 감자칩이며 고기류를 꺼내 골라내고 있는

일명 거지소년과 소녀를 보았다.

 

옛날엔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못 보던 일이라 까맣게 잊었다가

갑자기 그 소년 소녀를 보니 숨이 멎는 듯했다.

 

절로 발걸음이 느려지고 그 곁을 어찌 지나칠지 고민되었다.

일단 말도 안 통할 것 같고 가방엔 먹을거리도 없고,

머릿속은 복잡해지는데

주변 터키사람들은 어찌하나 싶어 둘러보았다.

 

대부분은 무심히 지나치는데

어떤 아저씨 한분이 한참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처럼 복잡한 심정인 듯 얼굴표정이 진지하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서 아무도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

 

나는 왠지 그곳을 피하고 싶어 공원으로 향했다.

이미 해는 지고 아야소피아의 야경이 시작되었다.

 

돌아가는 인파에 묻혀 숙소를 향해 걷던 중 

나는 또 다른 거지 소년을 보게 되었다.

 

이번에도 또 어찌할지 몰라

돈을 줘야 하나, 먹을 걸 사줘야 하나

그냥 가야 하나...

멈칫하다가 또 소년을 지나쳤다.

 

그러다 앞에 오던 한 청년과 눈이 마주쳤고

그 짧은 순간에도 눈에 띄게 피부색이 까맣고

뭔가 진지한 분위기를 가진 청년을 보며

'참 단정한 청년이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곤 다시 거지 소년에게 미안해서 뒤를 돌아보니

그 청년이 소년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알아듣진 못하지만

청년의 손은 가방 속에서 뭔가를 꺼내려하고 있었고

소년과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거리에 서서 그 장면을 지켜보기로 했다.

 

조금 후 청년은 아이를 데리고

바로 옆에 있는 식당입구로 왔다.

 

위 사진은 그 청년이(안경 낀 사람) 식당 웨이터에게 식사에 대해 

묻고 있는 듯했고(좀 비싼식당이었다)

소년은 옆에서 계속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다.

자기는 감자칩이 맛있다고 하면서.

 

나는 더 지켜보고 싶었고

미안하지만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참의 실랑이 끝에

소년과 청년과 웨이터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사실은,

나도 그들을 따라 식당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날이 너무 어두워져서 돌아갈 일이 걱정이라

발걸음을 돌렸다가

다시 또 식당 문 앞까지 가서 망설이길 세 번.

 

 

발길을 돌리며

모쪼록 그 소년이 맛있는 음식으로 배부르고

마음도 따뜻해지길.

 

모쪼록 그 청년은

나에게 준 감동만큼 그도 행복하길

그리고 신의 가호가 있기를... 하고

마음을 모아 본다.

 

돌아오는 길에 마주한 아야소피아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고,

즐거운 사진놀이가 한창이었으며,

 

블루모스크는 더욱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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