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 피천득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

쯔비벨무스터 찻잔을 사고 오랜 시간을 그냥 보냈다.

겨우 내  보살펴 주었더니

바이올렛이

각각 분홍과 보랏빛으로

꽃망울을 터뜨렸기에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잔을 데우고

느릿느릿 기어드는 오후의 햇살을 음미하며

차를 마셨다.

쯔비벨과 나의 바이올렛이 함께 했다.

맛있다.

 

허무도 이 순간을 어쩌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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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 상원사

 

 

 

 

 

 

상원사에

눈 내리던 날.

 

저 멀리 산자락

완만한 곡선

 

해탈의 길로 

풍경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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