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보자면 안인은 나의 첫 번째 바다이다. 하지만 순서로 따져보면 안인은 나의 세번째 바다이다. 나의 첫번째 바다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난 서해의 대부도 바다이고 나의 두 번째 바다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난 경포바다다. 나의 세번째 바다 안인은 대학교 1학년 때 만났다. 춘천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가톨릭 학생회의 여름 MT를 하러 강릉에 오게 되었고 이곳 안인 공소에 짐을 풀었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안인은 바닷가의 아주 작은 마을, 그러나 넓은 바다... 그때만 해도 내가 먼 훗날 강릉댁이 될 거란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올해는 강릉에 온지 10년째 되는 해이다. 강릉에 살지만 주로 바다를 보러 갈 땐 사천이나 주문진으로 간다. 가끔씩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하조대나 낙산사를 가고... 하지만 안인을 다녀온 다음 날 새벽 나는 또 안인을 찾았다. 달뜨는 저녁을 보고 다음 날 새벽 해 뜨는 안인을 보고 왔다. 안인에서 자꾸 만나게 되는 노인이 오징어에 걸려 사진에 찍혔다. 노인은 안인을 찍는 내 시야에 자꾸 등장한다. 아니 내가 노인을 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노인에겐 슬픈 사연이 감지된다.아무런 대화도 없었지만 직감이다. 노인의 사연이 궁금해서 나는 또 안인에 갈지도 모른다. 안인은 나의 세번째 바다이다.     

 

 

 

 

 

 

 

'가끔은 여행(국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年末과 年始 즈음에- 향일암 일출!  (0) 2009.12.17
스틸 그룹전에 참가합니다!  (0) 2009.12.04
벌써 가을인 감!  (0) 2009.10.07
선덕여왕릉  (0) 2009.08.17
강릉 단오제  (0) 2009.07.26

 

 

 

 

 

 

 

 

동네 저수지 근처에 성불사라는 절이 있다.

한옥을 절로 사용하고 있어서 제법 운치가 있고 비구니 스님들만 계셔서 그런지 꽃밭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서 가끔 들르곤 했는데 오늘 내가 카메라를 들고 갔더니 널어놓은 고추를 걷으시던 비구니 스님이 하시는 말씀,

< 저기 팔자 좋은 사람 같은데 사진은 나 일 다 끝나면 찍으시죠! >하신다.

주위에 나 밖에 없으니 나를 두고 하는 소리 같은데 난 스님을 찍을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보아 온 그 스님은 왠지 말솜씨가 밉상이었고 생김이나 분위기도 편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감을 찍으러 갔을 뿐인데....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스님 찍으려는 게 아닌데요 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참았다.

다름 아닌 <팔자 좋은 사람 같다>는 표현 때문이다. 저 심술궂은 스님이 날 보고 팔자 좋은 사람이란다.

일과 끝나고 햇살이 없어질까 허둥지둥하며 왔건만 스님 보기엔 내가 팔자가 좋아 보였나 보다.

 

갑자기 난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난 팔자 좋은 사람이다. 야호~       

'가끔은 여행(국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틸 그룹전에 참가합니다!  (0) 2009.12.04
강릉에서 만난 첫번째 바다, 안인  (0) 2009.10.13
선덕여왕릉  (0) 2009.08.17
강릉 단오제  (0) 2009.07.26
文鄕과 禮鄕의 고장 강릉!  (0) 2009.07.26

 

 

 

 

 

 

 

 

 

 

 

 

보현사를 가다가 들국화를 보았다. 가을이다!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카메라를 꺼냈다. 너무 순수해서사진빨이 잘 안받는 꽃, 한참을 들여다 보다겨우 한컷 눌렀다. 찰칵!! 지나는 스님 말씀, 이제보니사진찍는 것도 도(道) 닦는것과 같네~    

 

 

 

 

 

 

 

'사진 > 컬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보다 나비  (0) 2009.10.25
가을은 황금빛으로 물든다!  (0) 2009.10.18
말 걸기  (0) 2009.06.16
흙벽과 제비꽃  (0) 2009.06.09
복숭아꽃  (0) 2009.05.14



 

 

 

카메라를 보더니

얼른 손을 올려 얼굴을 가리려 했지만

눈은 웃고 있었어요.

 

저도 미소를 지으며

셔터를 눌렀습니다.

 

미소는

만국 공통어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