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16. 화 

 

지난주엔 토요일까지 행사가 있어서 이번주는 화요일부터 평창살이를 시작한다. 집에서 이런저런 뒷정리를 하고 평창에 도착하니 9시가 다 되었다. 늘 그렇듯 텃밭을 한번 둘러보고 오늘 10시에 있을 요가수업을 준비했다. 강당을 청소하고 방석 등을 준비하고 비 때문에 습해서 난방도 조금 했다. 10시에 시작해서 12시쯤 끝났다. 나는 집에서 가져온 약밥을 내어놓고 방에 들어가 낮잠삼매경에 빠졌다. 요가를 하고 나면 왜 이리 졸린지... 쿨쿨 자는 회원도 있지만 나는 차마 잘 수 없어 참다가 낮잠을 2시간쯤 잤다. 이렇게 길게 낮잠을 잔 것도 꽤 오랜만이다. 너무 잤는지 어안이 벙벙한 느낌.

 

어제가 초복이었지만 평창살이에서는 오늘 오후 장작불에 닭백숙을 끓이기로 했다. 선생님이 장작불을 잘 피워주셔서 순조롭게 백숙을 먹을 수 있었다. 나는 닭고기는 다리하나면 충분하기에 나머지는 살을 발라 복실이에게 주었다. 복실이는 내가 나타나자 냄새를 어찌 맡았는지 날뛰기 시작했다. 하도 날뛰어서 반만 그릇에 담고 나중에 좀 진정됐을 때 더 주었다.

 

오늘 설거지는 한선생이 했고 나는 얼른 정리를 해 드렸다. 오늘 내가 만든 꽈리고추찜이 맛있었는지 장선생이 칭찬일색이다. 식사 후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규칙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나는 규칙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들의 얘기에 끼지 않았다. 사람마다 생각은 참 다르다.

 

 

 

2024. 7.13. 토. 갬

 

어제 늦게 잤음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눈이 떠졌다. 밤엔 문을 열고 자다가 추워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잤다. 평창의 밤과 새벽은 쌀쌀하다.

 

옷을 챙겨 입고 산책을 갔다. 비가 안 와서 오랜만에 잣공장 근처 '느므즈므 둘레길'로 접어들었다. 콸콸대며 흐르는 강과 새들의 노랫소리, 해오라기와 재두루미, 까마귀, 비둘기, 종종 마주치는 호박밭주인, 진돗개와 산책하는 견주, 이어폰을 끼고 아침 달리기를 하는 소녀. 이들이 내가 산책길에 만나는 사람들이다. 아, 부부색소폰집의 토끼도 있다. 물론 우리 숙소의 복실이와 가끔 만나는 길고양이도 있고.

 

새벽의 산내음과 물소리, 맑은 공기는 아주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 비가 잦아 산 어디선가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면 나는 가져간 작은 카메라로 먼 산을 응시하며 시간을 보낸다. 렌즈로 보는 것보다 멍하니 바라보는 일이 더 많긴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양배추밭에서 일하고 있던 베트남 노동자들을 만났다. 마침 길가에 나와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가니 명랑한 인사가 이어진다. 어쩜 이렇게 붙임성이 좋담. 나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들이 먹고 있던 음식을 들여다 본다. 이건 닭고기? 돼지고기? 토마토? 안 통하는 언어지만 애써 설명하더니 토마토를 먹어보라고 한다.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 만나면 조리법을 꼭 물어봐야겠다.

 

 

오전 9시엔 마들렌 만들기 실습이다. 마들렌은 카페에서나 먹어보고 좀 달아서 즐기지는 않았다. 사무장이 토요일이라 쉬는 까닭에 우리와 함께했다.

레시피대로 계량을 하고 오븐에 굽고 봉투에 담아 성공적으로 오늘 미션을 완성했다. 예전에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이어서 제과제빵에 도전하려 했었기에 마들렌 만들기는 그리 어렵진 않았다. 

 

 

 

이제 평창살이가 한주 남았다. 집으로 올 때 그동안 가져간 짐을 대충 정리해서 가져왔다. 담주에 한꺼번에 가져가기가 좀 버거울 것 같아서이다. 한 달 반이 좀 긴 듯도 하고 짧은 듯도 하다. 

 

2024. 7.12. 금. 더움

 

귀농귀촌 선도농가방문 날이다. 오늘 갈 곳은 용평에 있는 큰도사마을의 농가이다. 요가샘과 함께 용평을 가며 동네가 아담하고 아늑하다는 느낌을 주고받았다. 집은 10여 년 전에 새로 지었다고 하는데 집 주변에 사과나무를 심고 고추밭을 아주 깔끔하게 정리해 두었다. 주인이 매우 꼼꼼한 사람인가 보다. 벌써 김장용으로 심었다는 고추는 가지가 휘어지게 달려있고 탄저병 예방을 위해 고추밭 안으론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집안에 들어가 주인의 귀농이유가 건강상의 이유였음을 알았다. 지금은 완치되었고 마을 이장도 하며 바쁘게 살고 있다고 한다. 그 와중에 며느리까지 와서 다소 분주했지만 주인 내외의 건강한 농촌살림과 실감 나는 농촌살이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안주인은 에너지가 넘치고 쾌활한 이미지라면 바깥주인은 꼼꼼해서 영농일기를 쓰는 등 하루도 빠짐없이 메모와 일기를 쓰고 사진으로 남긴다고 했다.

 

오후엔 고선생의 안내로 아로마 테라피를 경험하러 홍천에 갔다. 가는 길에 네비가 은두령으로 안내해 좀 험한 산길을 갔지만 처음 해보는 아로마 테라피는 매우 흥미로웠다. 며칠 전 춘천의 한 요가샘과 통화하는 자리에 함께 있었는데 그 요가샘이 싱잉볼은 물론 많은 힐링용 도구를 가져와 모임을 이끌었다.

 

 

* 아로마테라피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각자의 아로마로 향기 깊게 마시기

2. 안대를 하고 요가매트에 눕기

3. 누워서 싱잉볼 진동과 음악 듣기

4. 음악을 듣고 느낌이나 떠오르는 모양을 그림으로 그리기

5. 자기가 그린 그림 응시하기

6. 자신의 그림과 비슷한 사람과 짝짓기

7. 짝과 눈 마주치기

8. 짝과 함께 원안에 들어가고 나머지 사람들이 감싸주기

9. 소감발표

 

나는 싱잉볼 진동과 함께하는 신기? 한 경험을 했고 유난히 밝은 빛무리가 가득한 경험을 했다. 내 짝은 8살짜리 꼬마여자애였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테라피가 끝나고 나는 요가샘이 가져온 도구를 함께 정리해 드리고 고선생 학교에 가서 마무리를 했다. 고선생은 혼자 행사를 진행하려니 꽤 힘들었나 보다. 선물로 유리잔을 주어서 가져왔다.

 

돌아오는 길, 밤이 깊었지만 정신은 또렷했다. 밤공기는 시원하고 맑고 청량했다. 좋은 경험을 해서인지 머리도 맑고 마음은 차분했다. 숙소에 돌아와 씻고 정리하니 자정이 되어간다. 평창살이는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다. 더 고요해져야겠다.

 

 

 

2024.7.10. 수

 

오늘도 산책을 했다. 오는 길에 항상 들러보는 꽃밭이 이쁜 집. 그 옆집에 노각나무 꽃이 만발했다. 처음엔 동백꽃과 너무 흡사해서 이 여름에 동백꽃일리는 없고 답답해서 동네 어른들께 물었지만 이 꽃 이름을 알지 못했다. 요가샘도 모른다고 해서 결국 챗에 물었더니 자세하게 답해주었다. 이젠 네이버가 아니라 챗이 나의 스승이 되려나 보다.

 

아무튼 새벽산책을 다녀올 때마다 내가 집에서 가져다 놓은 워터코인 수조에 노각꽃 몇 송이를 가져다 놓으니 너무 멋지다. 평창살이의 최고는 새벽 강변산책과 꽃구경이다.

 

10시에 요가수업이 있어서 동네어른들과 요가와 명상을 했다. 항상 느끼지만 요가샘의 명상은 참 평화롭다. 아직 굳은 몸이 풀리지 않고 집중도 잘 안되지만 이제 그냥저냥 익숙해지고 있어 다행이다. 얼마 남지 않은 평창살이를 마치고 가장 아쉬워할 것은 요가수업일 것 같다. 

 

 

 

오후엔 귀농귀촌 관련 이장님의 강의가 있었다. 여기서 잠깐 이장님을 소개하자면... 이장님은 이제 마흔쯤 되는 젊은 분이다. 아이돌 뺨치는 외모와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가끔씩 아재개그 같은 허당끼로 사람들을 웃긴다. 직업이 건설업자이고 구들마을 옥수수밭 너머에 멋진 집을 짓고 산다. 옥수수가 자라기 전엔 구들마을에서 이장님 댁이 너무 잘 보여 뭐하는지 다 보일 정도였다. 우리 구들마을 사무장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보인다. 

 

지난번에 이어 땅 구입과 주택마련 및 집 짓기에 대한 실무를 주로 알려주셨다. 이곳에 만일 땅을 구입하거나 주택을 사거나 혹은 집을 지을 계획이라면 꼭 이장님에게 조언과 실제 답사를 거쳐야 할 것 같다. 구 선생은 이날 구들마을 주변에 전셋집 계약을 마쳐 평창주민이 됐다고 한다. 

 

2024. 7.11. 목. 더움

 

개별탐방활동날이다. 난 평창에 땅을 사거나 주택을 구입할 계획이 없지만 보고서를 내야 하니까 일단 평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부동산을 들러볼까 하다가 평창하나로마트에 들렀다. 처음엔 물을 사려했는데 이곳이 로컬푸드를 운영하는 곳이라 이것저것 둘러보다 보니 신선한 야채가 가득이라 감자, 가지, 미니 단호박, 결국 메밀가루와 된장까지 사고 말았다. 된장은 좀 비쌌지만 맛있어서 다음에 또 살 생각이다. 지난번 들렀던 샘터 메밀칼국수집에 들러 맛있는 점심을 먹고 이젠 단골 삼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평창에 와서 정말 많이 먹게 되는 메밀로 만든 음식은 주로 칼국수와 전병과 전, 메밀차 등이다. 거기에 옹심이는 어찌나 맛있는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마침 비가 그치고 햇살이 뜨겁지만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니 시골집들이 옹기종기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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