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9. 화. 가끔 비

 

장마라고는 하지만 비가 계속 퍼붓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이곳 평창은 여름날씨로는 정말 최고다. 해발 700에 가까워 아침저녁은 춥기도 하고 낮에는 해가 제법 뜨겁다. 농부들은 새벽에 일찍 밭을 돌보고 대부분 낮엔 쉰다. 대부분 산지지형이라 어느 정도 경사가 있고 흙에 돌이 섞여 비가 와도 배수가 잘된다. 남쪽은 연일 침수 뉴스가 나온다. 산지라 좋은 점도 있다.

 

오늘은 우루루동물농장 체험이다. 처음엔 다 큰 어른들이 무슨 동물농장? 하고 의아해했는데 막상 도착하고 동물들을 보며 먹이를 주다 보니 좋은 점도 많았다. 주로 엄마와 아이들이 많이 온다는데 직접 먹이를 주거나 몸을 쓰담쓰담해 보면서 동물과 가까워지고 마음도 따듯해진다고 한다. 더러는 정서적으로 동물을 가까이하며 교감하는 행동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입장료는 8000원이다.

 

처음 본것은 닭장, 오골계가 타조알을 품고 있다는 재미있는 사연도 듣고 닭도 멋진 외모를 지녔다는 걸 알았다.

 

 

미니토끼들이 손바닥에 먹이를 두니 맛있게 오물오물거린다. 손에 침하나 안 묻히고 먹이만 쏙쏙~~ 너무 귀여웠다.

 

 

흰 공작새는 우리에 들어가니 날개를 파르르 떨며 가까이 오지 말라고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서 먹이는 잘도 먹더라는 ㅎㅎ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앵무새! 앵무새가 너무 예쁘기도 했고 손바닥을 쪼며 먹이를 달라는 신호도 귀여웠다. 머리에 먹이를 두자 머리 위에서 먹이를 쪼아대던 앵무새. 길러보고 싶지만 똥은 어찌해야 할지...ㅋ

 

오후에 고선생이 왔다. 강사를 평창역에 안내하고 돌아가다가 들렀다고 한다. 함께 저녁을 먹고 요가샘집에 가서 명상을 했다. 하지만 명상이라기보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로 자정까지 이야기에 심취했다. 요가와 명상이야기, 자동차 운전 이야기, 선생님이 번역한 책 이야기 등. 그중 단연 압권은 요가샘의 운전과 사고이야기다. 요가샘은 이제 운전면허를 딴지 3년밖에 안 됐다. 지난번 진부 농가방문 때 선생님차를 탔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선생님 운전이 너무 서툴러 돌아올 땐 내가 운전했다.

 

선생님의 운전사고이력은 웃어선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어찌나 재미있던지... 사고가 많아서 운전자 보험이 300만 원대라고 한다. ㅋㅋ. 얼마 전 렌트하고 있는 지금 차를 긁어서 아들에게 잔소리를 또 들었다고 한다.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다친 적도 없고 상해를 입힌 적도 없으니 참 다행이다. 생사에 초연한듯한 삶이  엿보였다. 새벽  2시가 넘어 숙소에 돌아왔다. 밤이 깊었지만 정신은 더욱 또렷하고 맑다. 

 

2024.7.5. 맑고 더움

 

개별탐방활동날이다. 아직 귀촌이나 귀농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나는 잠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이 기회에 평창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것 또한 진심이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봉평 하나로마트에 들러 생필품을 몇 개 샀다. 늘 그렇지만 뭔가 부족한 하나로마트. 작은 마을의 마트라는 걸 감안해야 한다. 작은 봉지의 메밀가루를 샀다. 다시 길을 나섰다. 네이버부동산에서 어제부터 찾아본 지역을 가볼까? 길가에 흔한 부동산 사무실을 둘러볼까? 하다가 일단 대화까지 가게 되었는데 어이쿠! 장날이다. 지난번에도 우연히 이곳을 들렀을 때 장날이었는데, 난 장날과 인연이 깊은가 보다. 아무튼 장구경을 하고 점심을 먹으려고 지난번에 맛있었던 옹심이칼국수집을 찾았는데 사람이 너무 많다. 장구경을 더 하다가 마늘도 사고 꽃집에서 채송화도 사고 메밀전집을 구경하다 보니 식당에 자리가 났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그런지 썰물처럼 빠져나간 가게에서 호젓하게 맛있는 옹심이 칼국수를 먹자니 옹심이 먹을 날도 얼마 안 남은듯해서 아쉬웠다. 오늘따라 더 진하고 쫀득한 옹심이칼국수를 먹고 시장골목을 지나치다 먼저 찜해둔 장화를 샀다. 비가 오락가락하니 계속 발이 젖고 아침 산책 때 신으면 좋을 것 같아서다. 좀 더 일찍 샀으면 좋았을 것을...

 

 

2024. 7.4. 더움

 

오늘은 고추장 담그기 체험활동이다. 10시에 봉황마을회관 강당에 갔더니 강사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구 선생이 한 팀이었는데 얼마나 정확한지 고춧가루, 메주가루, 조청 등을  전자저울의 눈금에 정확하게 계량했다. 고추장 재료를 모두 섞은 후 각자의 병에 담아 기념으로 가져왔다. 재작년 강봉석명인의 즉석고추장 밀키트를 사서 담근 고추장이 아직 조금 남았지만 이제 고추장 만들기도 쉬운 방법이 나왔으니 매해 도전해 봐야겠다. 맛도 좋고 언제든 필요할 때 담그면 되니 이렇게 편할 줄이야!

 

아침산책길에 소나기를 만났다. 다행히 우산을 가져갔는데 비는 또 금세 그쳤다. 강을 따라 걷다가 숙소로 오는 길이면 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꽃밭이 있다. 오늘도 지금 한창인 그 집 마당의 접시꽃에 마음이 사로잡혔다. 물론 더 다양한 빛깔의 접시꽃이 있지만 이렇게나 선명하게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고 있는 접시꽃을 보자니 그 화려함에 자꾸 눈길이 간다.

 

 

2024. 7월 3일. 수. 비

 

계속 비가 온다. 많이 오진 않지만 소나기처럼 오다가 잠깐식 쉬고 또 쏟아지고를 반복한다. 아침 산책에도 우산을 들고 다녀왔다. 그래도 비 맞으며 하는 우중 산책은 운치 있고 좋다.

 

돌아와서 구 선생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궁이에 불을 때려고 하니 도와주신다. 무뚝뚝할 정도로 과묵하고 조용한 분인데 이럴 때 보면 자상해 보이기도 한다. 어제일 때문에 나름 생각이 깊어진 듯하다. 아무튼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불을 때는데 일단 솔잎과 잔나뭇가지를 넣고 신문지와 마른 장작을 얼기설기 넣은 후 눈이 빨개지도록 부채질을 했다. 며칠 전 불을 못 피우고 중단하는 모녀를 봐서 나는 손에 물집이 잡혀도 계속 부채질을 했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을 보며 불멍을 하자니 초등학교 때  윤실이네 집에서 소죽 쑤기 위해 때던 왕겨아궁이가 생각났다. 내가 매일 윤실이네 집에 가서 풍로를 돌리며 불을 지폈는데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지금 윤실이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너무 오래전 일이다.

 

아무튼 아궁이에 3시간 동안 불을 지폈는데도 내 작은 방은 따뜻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멈추고 기다려봤지만 결국 방안에 온기는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방안에 널어 둔 빨래가 뽀송하게 마르고 문을 닫고 잤는데도 공기가 쾌적하고 습기가 없다. 참 구들의 힘이란 대단하다. 이 장마철에 장작 몇 개로 뽀송뽀송한 방을 만들어 주다니. 덕분에 깊이 잠들 수 있었다.

 

비가 많이 와서 종일 영농활동이 취소됐다.

 

덕분에 고선생과 요가선생님과 점심을 먹고 평온 AI박물관에서 김태성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작은 전시관이었지만 이곳 평창으로 둥지를 옮겨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와 짧지만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고선생은 며칠 뒤 학교에 강사로 초빙하기로 하고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모빌이라는 장르를 통해 재미있는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 작품의 제목이 '용서와 위로에 대한 간청'이다. 물론 특정 종교를 갖고 있진 않다고 했다.  예수 옆에 있는 부처작품도 제목은 같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