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수국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수국이 필 무렵 여러 가지 일이 생겨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했고

아쉬움을 달래려 베란다에 수국 화분을 들이기도 해서 갈증이 좀 덜했다고나 할까?

 

친구와 충주로 복숭아를 사러가는 길에

'수국 여울 찻집'을 들렀다.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얼마 전 내가 가끔 찾아보는 유튜버 '독일카씨'가 적극 권하기에

꼭 한번 찾아보고 싶었다.

 

위치는 작년에 갔던 '충주 활옥동굴' 근방이라 찾기 쉬웠다.

길 옆 작은 주차장에 주차하고

찻집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정원의 수국을 둘러 보았다.

 

이미 철이 지나 수국이 거의 없었고,

팝콘 수국 몇 송이만 달랑 있어서 아쉬웠다.

대신 목수국이 한창이었다.

 

 

 

2층 찻집엔 주인이 없어서 난감했지만

곧 오시려니 하고 선풍기를 틀고 잠시 쉬고 있는데

주인이 그제야 들어 오시곤 깜짝 놀란다.

 

통창으론 충주호가 보이고

주인이 직접 찍었다는 수국 사진과

조각품들이 알맞은 자리에 놓여 있었다.

 

주인은 스스럼없이 대화를 이어가셨고

이곳을 지키고 가꾸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얘기하셨다.

 

싸드때문에 중국에서 전 재산을 날리고 많이 힘들었는데

이곳에서 꽃을 가꾸며 아픔을 달랬다고 한다.

 

그 안타까움이 내게도 느껴져서

많은 부분 공감도 되고

정말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후손에게 물려줄 준비를 하고 계시고

주변 마을 농가와 함께 상생할 큰 계획도 갖고 계셨는데

쉽지 않아 힘들다고 하신다.

 

나도 한때 정원과 꽃 가꾸기에 올인했던 10여 년의 세월이 있기에

자연스레 주인과 대화가 통했다.

거의 2시간을 이야기꽃을 피우다

자리를 나서니

직접 정원에 있는 수국과 꽃과 나무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

 

내가 잘 모르는 분재에 대해서도 어찌나 친절히 설명해 주시던지

다음에도 시간이 허락하면 수국을 핑계로 방문하고 싶어졌다.

 

 

 

 

 

 

 

한때는 동대문 시장이나 경동시장, 남대문 시장, 세운상가 등을 꽤나 드나들었었다.

하지만, 정말 없는 게 없다는 서울의 이 큰 시장 구경은

강릉으로 이사한 후 

차츰 멀어졌다.

 

며칠 전 다시 시장 구경에 재미가 들려 더운 날씨임에도 제일평화시장에 다녀왔다.

하도 오래되어 이젠 어리둥절할 정도로 변모한 모습과 발전된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품질의 향상이 피부로 느껴졌다.

 

이번엔 제일평화시장만 보기로 맘을 먹었는데

마음에 드는 옷도 많고, 가격도 적당해서 유혹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발걸음을 돌릴 수 있었다. 휴~~

 

 

 

하지만,

 

결국 샤넬에서 제작하고 제니가 입고 나와 더 유명해진

명화 프린트 원피스의 유혹에 빠져

명화 프린트면 3마를 사고 말았다.

 

집에 가져와서 평소 입던 고무줄 치마와 치수를 재어 보니

1마만 가지고도 고무줄 치마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날,

원주 중앙시장 자유상가 '은영수선'집에 가서 고무줄 치마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주인은 어려서부터 양장을 배워

수선도 하지만 치마도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한다.

비용은 2만 원.

 

 

 

다음날 찾으러 가니

내 맘에 쏙 들게 만들어졌다.

 

입어 보니 흠잡을 곳이 없다.

 

 

 

엄마 집에 갔다가 새벽에 일어나 산책하려고 나서니

동생이 따라나선다.

이왕이면 멋진 곳으로 가자 해서

비둘기낭에 갔다.

 

비둘기낭은 너무 멋진 장소로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했다.

선덕여왕에서 나왔을 땐 금방 알아보고 즐거워했다.

 

 

한탄강 일원인 비둘기낭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 지질공원이다.

 

마침 이른 새벽이고 장마철이라

아무도 없이 한적했다.

폭포가 전부 내 것이었다.

 

 

아쉽게도 물이 너무 많아

내려가는 길을 막아서 가까이 갈 수 없었다는 거.

 

근래 들어 한탄강 주변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 갔던 한탄강이 아니다.

 

주변에 각종 오락시설이며 카페, 음식점

래프팅장, 야영장.

잔도길까지.

 

 

장마 때문에 물이 많이 불어서

강은 매우 위험해 보였다.

 

물 흐름이 어찌나 거센지

때로 현기증이 날 때도 있다.

 

어른이 된 지금 보아도 한탄강은 멋지다.

한참을 보다가

중국의 황하가 생각이 났다.

 

하지만,

한탄강은 장마 때만 흐리고 평소엔 푸르고 맑다.

 

한탄강이 지질공원이 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아 참 다행이다.

잘 보존했으면 좋겠다.

 

 

비둘기낭 주변엔 새로 다리가 놓였고

그 밑을 흐르는 도도한 물줄기에 압도되어

나는 다리가 떨려 서둘러 돌아왔다.

 

내친김에 동생이 삼부연폭포도 가자고 해서

GO! GO!

 

역시 아무도 없다.

물이 불어 여기 폭포도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삼부연폭포.

돌아가신 아버지와 두 번 왔었고,

지금은 다 큰 조카가 꼬맹이였을 때도 왔었던

작은 추억들이 있는 곳이다.

 

주변에 있는 충현탑은

이미 오래전 세상을 떠난 성당 오빠와 오랜 친구들과

한겨울 눈을 맞으며 함께 다녀온 곳이다.

 

너무 이른 나이에 예기치 못한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착한 성당 오빠 때문에

우리들은 한참 힘들었었다.

 

하늘이 하는 일을 우리 인간은 잘 모른다.

안다한들 어찌할 수도 없다.

 

오래전 일이라 잊고 지냈는데

삼부연폭포를 가다가 충렬탑 이정표를 보니

문뜩 옛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폭포는 우렁찬 굉음을 내며 한없이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 엄청난 모습에 다른 생각은 할 겨를이 없다.

 

때로 거대한 자연을 마주하면 할 말을 잃고,

그저 가만히 바라볼 뿐.

 

 

物我一體,

흉내를 내본다.

 

 

전시 : 예술의 도시, 파리

작가 : 에릭 바튀

기간 : 6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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