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강검진 대상자라 은평 성모병원을 찾았다.

미리 앱을 깔고 예약안내를 받았다.

 

10시 예약이지만

어제 저녁을 5시에 먹었고,

 

9시부터는 금식인데,

나는 오후 8시에 에어로빅까지 한 후라

배가 너무 고파 일찍 검사를 마치고 싶었다.

 

물론 미리 대변은 준비했고

내시경은 수면이 아닌 일반으로 신청했다.

 

병원은 새로지은 지 얼마 안 되어 매우 깨끗하다.

 

병원장인가? 신부님과 몇몇 사람들이 현관에서

방문자와 직원들에게 아침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보기 좋았다.

 

수녀님 한분이 안내를 해 주셔서

본관 3층 건강증진센터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내부는 정말 대형 쇼핑몰처럼 넓고 쾌적해서 놀랐다.

 

 

 

 

검사를 마치고 결과는 이메일로 받기로 했다.

카톡으로 받을 수도 있고 우편도 가능하다.

 

검사를 마치고 나오다 보니

아침에 못보았던 정원이 너무 아름다워 잠깐 앉아서 쉬었다.

 

내시경 때문에 너무 긴장해서 피곤했지만

그래도 잘 참은 내가 대견하다.

 

 

병원 내에 있는 성당에도 잠깐 들러

앉아 있다가 나왔다.

 

병원에서 나는

많이 겸손해지고 나약해진다.

 

 

 

 

 

 

원주 친구가 바람 쐬러 가자고 해서

가까운 여주 '신륵사'로 향했다.

 

동해바다가 푸르게 펼쳐진 양양 낙산사도 좋지만

강가에 넘실대는 물결이 싱그러운 곳에 있는 신륵사도 좋다.

 

 

 

 

 

언젠가 겨울 신륵사의 눈꽃은 정말 아름다운 기억 속에 남아 있는데

여름 풍경도 멋지다.

 

아무튼,

신륵사 주차장으로 가다가

여주 전통가마의 가마에 불을 지피고 있기에

얼른 가보았다.

 

햇볕이 쨍쨍했지만 나무장작의 불길은

요원의 불길처럼 엄청났고 

그 열기 또한 대단했다.

 

무심코 가마 가까이 다가가니

피부가 시원해지면서 뭔가 아른아른하다.

 

원적외선 때문이란다.

 

 

 

가마에 불을 지피고 계신 분들은

이중투각 기법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계신 조용준 작가님과

이천에서 꽤 큰 도자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단고재' 사장님이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나의 여행운은 참 대단하다.

 

결국 며칠 뒤 가마에서 도자기를 꺼내는 날 

다시 오기로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금요일.

넉넉한 시간을 갖고 다시 여주 전통가마를 찾았다.

이미 불은 모두 꺼져 있었지만

가마는 여전히 뜨거웠다.

 

 

 

아직 남아 있는 열기때문에

작품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안을 들여다 보니 정렬된 작품들이 잘 구워져 있었다.

 

가마마다 작가의 개성이 돋보이는 다양한 도자기를 

볼 수 있었다.

 

한참을 더 기다린 후 

결국 가마주인인 작가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고

가마가 열리고 작품들이 나올때마다 흥분된 작가들의 탄성이

연신 들려왔다.

 

 

 

 

 

얼마전 광주요에 들러 그릇 몇 점을 샀는데

오늘은 가마를 여는 날,

그냥 올 수가 없다.

 

가마열기로 따끈따끈한 도자기 중

나와 친구는 마음에 드는

소품 몇개를 결국 사고야 말았다.

 

 

 

 

 

 

 

 

연명의료결정제도란?

 

연명의료결정법(2018.2.4)에 따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치료의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연명의료)을

유보(시행하지 않는 것)하거나,

중단(시행을 멈추는 것)할 수 있는 제도.

 

 

 

 

 

현대를 100세 시대라 하지만

죽음은 나이순이 아니며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엄마가 올해 노인대학에서 죽음 관련 강의를 들으시고

더 늦기 전에 '연명치료를 안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싶다'라고 하셨다.

 

마침 의정부 성모병원에 치료차 다녀오다가

가까운 포천 보건소에 들러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엄마 덕분에 나도 함께 작성해서

나의 죽음 또한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좋았다.

 


건물 뒤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아직도 코로나 때문에 선별 진료 등으로 마당이 복잡했다)

 

2층에 있는 작은 공간에서 담당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듣고

나와 엄마는 함께 의향서를 작성했다.

 

 

 

순서

 

1. 보건복지부 지정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등록기관에 신분증 지참하여 방문

2. 등록기관 상담사와 1:1 상담 진행 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일지 작성

3.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4. 연명의료정보처리 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 및 보관하여 법적 효력 인정

5. 등록증 우편 발송

 

 

상담자께서  명확하게 설명해 주셔서

엄마는 잘 들으시고 서류를 작성했다.

 

연명치료 중지 의향서는 

언제든 철회 가능하다고 한다.

 

 

 

 

연명치료를 중지하고 환자가  집에서 임종하기엔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의사가 상주하고  임종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호스피스 병원을 찾게 된다.

 

나는 오래전부터 '성모꽃마을'이란 호스피스 병원에

적은 금액이지만 후원을 하고 있다.

 

 

후원만 하고 성모꽃마을을 찾아가 보지는 못했지만

그곳 소식지를 통해 삶을 정리하고 임종을 맞이하는 심경과,

 

혹은 임종을 앞두고 쓰는 편지글을 통해

나는 그곳 환자들의 삶을 비교적 소상히 접하고 있다.

 

임종 직전에 가족 간의 화해가 이루어져 감동을 주는 분,

자리가 없어 걱정하다가 다행히 병상이 비어 입소한 분,

조금씩 차도가 있어 희망을 놓지 않는 분,

그곳 수녀님과 봉사자들의 헌신에 고마워하는 분,

자신의 어리석은 삶을 후회하고 지난 시간을 반성하는 분,

들의 글을 보았다.

 

한 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한 우주가 사라지는 일이다.

 

늘 죽음을 생각하며 삶을 이어갈 수는 없겠지만

죽음에 대해 가끔 생각해 보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면

삶이 더 단단해지고

단순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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