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사 답사는 요사채 뒤쪽 산자락에 자리잡은 영산암까지 다녀와야 제맛을 알게 된다. 영산암은 유명한 암자인데 누가 일러주는 사람이 없어 그냥 지나쳐버리는 이들이 많아 안타깝다. 영산암은 안에 들어가지 않고 낮은 돌담 너머로 안마당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뜻깊은 답사가 될 수 있다.

영산암은 낡고 낡은 누마루인 우화루밑으로 대문이 나 있고 안에 들어서면 서너채의 승방이 분방하게 배치되어 있다. 안마당은 굴곡과 표정이 많아 봉정사 대웅전이나 극락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일부러 가산을 만들고 괴석과 굽은 향나무를 심고 여름꽃도 갖가지, 관상수도 갖가지다. 뭔가 부산스럽고 분주하면서도 질서와 묘미를 찾으려고 한 흔적이 역력하다.

나는 이렇게 감정의 표정이 많이 담긴 마당을 본적이 없다. 그렇다고 이것이 요사스럽거나 번잡스럽게 느껴지지 않으니 그것이 신기할 뿐이다. 수도처인 영산암 앞마당은 일상의 편안함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산사편 中)

*2018년 6월 30일 바레인에서 열린 제42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봉정사, 부석사, 통도사 7곳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을 21개 회원국 중 20개국의 지지를 얻어 결정했다. 세계유산의 심사기준에는 10가지 항목이 있는데 그 핵심은 인류의 문화유산으로서 '뛰어난 보편적 가치'로 우리 산사가 인정받은 것이다.(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산사순례 中)

 

*7세기에서 9세기에 창건 된 이들 7개 사찰은 신앙과 수행, 일상생활을 중심으로 한 한국불교의 역사적인 발전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한국 선불교의 특징인 자급자족이 가능한 사찰관리, 승려교육, 수행과 교리 학습뿐만 아니라 한국불교의 무형적 역사적 측면도 확인할 수 있다. 경내에는 한국의 다양한 불교신앙이 수용되어 있으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다수의 구조물과 전각, 유물, 문서 등은 한국불교의 포용적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산사는 조선시대 억압과 전란으로 많은 손상을 입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신성한 장소로서 신앙과 일상적인 종교적 실천이 살아 있다. (봉정사 사찰 안내문 中)

 

* 산사는 산이름과 사찰 이름을 병기하여 산과의 유기적 관계를 드러낸다. 영축산 통도사, 봉황산 부석사, 천등산 봉정사, 속리산 법주사, 태화산 마곡사, 조계산 선암사, 두륜산 대흥사 등 산사가 위치한 산의 이름을 사찰 앞에 먼저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한국 산사의 특징이다.

 

1. 대흥사(전남 해남군 대흥사길 400)

대흥사는 전라남도 해남군에 있는 사찰로 9세기 후반에 선종사원으로 창건되었다. 대흥사는 북원인 대웅전 구역을 시작으로 금당천 너머 남원인 천불전 구역, 별원인 표충사 구역, 대광명전 구역으로 절의 영역이 확대된 산사이다.

사찰 본연의 석가신앙과 표충사의 호국 신앙을 계승하고 선교 교학 전통의 중심을 이룬 것이 특징이다.

 

 

2. 선암사(전남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

선암사는 전라남도 순천시 조계산에 있는 사찰로 9세기 후반에 선종사원으로 창건되었다. 숲으로 둘러싸인 넓은 터에 석가 신앙의 대웅전과 마당 중심의 가람 구조를 갖추었다. 이와 같은 가람 구조가 넓은 터에 네 겹으로 중첩되어 이루어지면서 각각의 용도가 잘 구분되는 산사이다. 선 수행과 함께 발달한 차밭의 경영이 특징이다.

 

 

 

3. 봉정사(안동시 서후면 봉정사길 222)

봉정사는 경상북도 안동시에 있는 사찰로 7세기 후반에 능인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능인대사가 터를 정하기 위해 종이 봉황을 접어 날렸는데 지금의 자리에 머물렀다고 하며 사찰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전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인 극락전이 있으며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건축양식을 고루 갖춘 전통사찰이다.

 

 

 

4. 부석사(경북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

부석사는 경상북도 영주시에 있는 사찰로 7세기 후반에 해동 화엄종의 종조인 의상대사가 왕명으로 창건한 화엄종의 수사찰로 우리나라 화엄사상의 발원지이다.

부석사로 불리게 됨은 무량수전 서쪽에 큰 바위 하나가 있는데 이 바위는 서로 붙어있지 않고 떠 있어서 '뜬 돌'이라 한 데서 연유한다. 

무량수전은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물의 하나이며 조사당 벽화는 목조건물에 그려진 벽화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5. 통도사(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로 108)

통도사는 경상남도 양산시에 위치한 사찰로 7세기 중반에 자장율사가 창건하였다. 삼원체제로 분립된 통도사의 가람배치는 7세기 산지 승원의 특징뿐 아니라 수행과 신앙의 시대적 변천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통도사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금강계단을 비롯하여 4만여점에 이르는 성보 유물과 600여 점에 달하는 불화, 글씨, 등을 보존하고 있는 '불보의 종찰'이자 '민족문화유산의 보고'이다.

 

 

6. 공주 마곡사(충청남도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로 966)

마곡사는 충청남도 공주시에 있는 사찰로 9세기 후반에 선종사원으로 창건되었다. 마곡사는 마곡천을 사이에 두고 북원과 남원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구조를 지녔는데, 북원은 석가 신앙 및 화엄 신앙 영역인 대웅보전과 대광보전, 14세기 건립된 티베트식 상륜부를 갖춘 오층 석탑이 자리하고 있으며 남원은 영산전과 선 수행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또한 고방 등의 생활공간이 잘 보존되어 있다.

 

 

 

7. 속리산 법주사(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법주사로 405)

법주사는 충청북도 보은군에 있는 사찰로 미륵신앙의 전당인 산호전을 중심으로 8세기 중반에 창건되었다. 현재 산호전 자리에 미륵대불이 조성되어 있으며 이는 석가 신앙의 대웅보전과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직교하도록 구성되었다. 

경내에는 한국 유일의 목탑형식 건물인 팔상전과 중층 법당을 대표하는 목조 건축물인 대웅보전이 있으며 넓은 산지에 마당을 중심으로 야외 예불 공간이 펼쳐져 있다.

 

봉정사는 결코 큰 절이 아니다. 그러니 정연한 건물 배치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단정하고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산사가 되었다.

봉정사의 절집 진입로는 만세루인 덕휘루 아래로 난 돌계단으로 되어 있다. 정성을 다해 가지런히 쌓았으면서도 천연의 멋을 다치지 않았다. 

우리는 누마루 아래로 난 돌계단을 따라 고개를 숙이고서야 안마당으로 들어서게 되니 성역에 들어가는 겸손을 저절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봉정사 대웅전 앞마당에는 석탑이나 석등같은 일체의 장식물이 없고 반듯한 축대에 반듯한 돌계단이라는 정면성이 강조되어 있다. 이 단순성과 표정의 절제로 우리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말간 느낌의 절마당을 맛보게 된다.

 

이에 반하여 바로 곁에 있는 극락전의 앞마당은 중정에 귀여운 삼층석탑이 자리잡고 극락전 돌계단 양 옆으로 화단이 있어 정겨운 공간이 연출되고 그 앞으로는 거칠 것 없이 시원한 전망이 열려 있어 대웅전 앞마당 같은 엄숙과 위압이 없다. 이 대조적인 두 공간의 병존이 우리로 하여금 봉정사의 가람배치에 경탄을 금하지 못하게 하며 우리나라 산사의 대표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찬사를 보내게 하는 것이다.(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순례에서)

안동 봉정사 극락전 이 건물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정면 3칸, 측면 4칸의 맞배지붕 주심포 건물로 고려시대 건물이지만 삼국시대의 건축양식을 내포하고 있다. 1972년에 실시한 보수공사 때 밝혀진 내용에 의하면 건립 후 첫 수리라는 고려 공민왕 12년이며 그 뒤 조선 인조, 순조 9년 3차에 걸친 수리가 있었다. 원래 '대장전'이라 불렀으나 뒤에 '극락전'이라 이름을 바꿨다. 기둥의 배흘림, 공포의 단조로운 짜임새, 내부 가구의 고격함이 이 건물의 특징이다..

틀 기단 위에 자연석 초석을 배열했으며 전면과 후면 중앙칸에 판문을 달고 양쪽에는 살창을 내었는데 전면의 판문과 살창은 1972년 보수공사때 고증을 통하여 고형으로 복원했다. 법당의 중앙 뒤쪽에 2개의 기둥을 세워 불단 벽을 만들고 그 안에 불단을 설치하였다.(안내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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