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 있고 바다도 있는 작은 도시에 살다 보니 분에 넘치게 누리는 것이 꽤 많다. 생전에 아버지께서는 자전거를 타고 먼 산에 가서 약수를 떠 오시곤 한 컵 가득 따라 주며 " 이 거봐라, 물이 얼마나 맛있니! 이런 물은 돈 주고도 못 사 먹는단다" 하셨다. 물론 시원하고 달고 맛있었지만 그 먼 길을 애써 가고 싶진 않아 그냥 사 먹거나 끓여 먹곤 했다. 이제 내가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서 떠 오는 물이 생겼다. 가는 길에 산도 보고 오는 길에 장도 보고 가끔은 출사 겸 가기도 한다.
미니멀하게 사는게 요즘 트렌드라 식상하지만 난 사실 몇 년 전부터 많은 부분 간소하고 단순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흥청망청 아끼지 않고 쓰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약수다. 나는 자주 약수로 세수하고, 약수로 밥하고, 약수로 물김치를 담그는 호사를 부린다. 덕분에 茶도 잘 안마시게 됐다. 물맛을 구별할 수 있는 혀도 갖게 되었고, 여기저기 주변 사람들에게 약수 선물도 하게 됐다. 물론 매우 좋아한다. 요즈음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약수 선물이 아주 자연스러워졌다. 환경오염에 대해 좀 더 경각심을 갖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약수 덕분이다.
노자의 上善若水를 말하지 않아도 무색, 무취, 무미의 물이 우리에게 주는 德은 생각 이상으로 많다. 올여름 유난히 비가 많이 와서 물이 오히려 해가 된 지역도 많다. 하지만 어찌보면 인간에 의한 인재라고 볼 수 있는 수해라는 생각이 들고 결국 물은 무죄다. 나는 나의 사치스러운 약수 생활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도 약수 뜨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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