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岗 song gang 송강

 

또 비가 온다.

비를 맞는 것 보다는 비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 나는 더 즐겁다.

바다도 그러하다. 나는 바다 가까이 살지만 바다에 가까이 다가가기 보다는

멀리서 바다를 바라보는 일이 더 즐겁다.

 

송강은 그런곳이었다.

산 허리에 돌을 높이 쌓아 우뚝 세워놓은 망루를 보면

그 높은곳을 오르기 보다는

아래에서 그 망루를 바라보는 일이 더 즐겁다.

송강의 띠아오로우(碉楼 diao lou)는 아래에서 바라보는 일이 더 즐거운 곳이다.

 

 

 

 

 위를 올려다 보니 꽤 멀어 보인다.

우산을 쓰고 걷기 시작했다.

조용한 산길을 걷자니 강원도 어느 산길을 걷는 기분이다.

중간에 소떼를 만났다. 낯설기는 서로 마찬가지 인지

소도 나도 제자리에 멈춘다.

서로를 한참 바라보다

각자 갈 길을 갔다.

 

  망루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꽤 규모가 커보인다.

하지만 오랜 세월 그냥 방치되어 있어서 그런지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반가웠던것은 망루가 있는 사원에서

기도하고 있는 할머니 두 분을 만난것이다.

여행에서 늘 보아 온 장족들 처럼 이 두분도 어찌나 열심히 기도를 하던지

밖에서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기도를 마치시고 나온신 두 분은

가지고 온 과자를 안주삼아 이과두주(술)를 마시기 시작하셨다.

 

거친 손과 남루한 옷차림새와 깊은 주름이

이 분들의 삶을 짐작하게 했지만,

기도를 끝내고 한잔 하시며 여행자에게 과자를 건네는 소박한 인정은

두분을 더욱 가깝게 느껴지게 했다.

 

 

 

 대부분의 시골 할머니들이 그렇듯

한어(중국어)를 잘 못하시는 두 분과 웃음으로 대화하는 동안

손녀가 나타나 통역을 한다.

 

망루를 보러 이 산을 오를때만 하더라도 

이 산의 높이와 추적대며 내리는 비때문에

마음이 가라앉아 있던 내게

이분들의 미소와 소박함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행안내>

마얼캉(馬爾康)에서 송강까지 택시20위엔으로 20분 정도 소요.

꽤 높은 망루가 인상적인 장족마을.

 

 

 

-티베트에 도착한 날부터 내내 마음이 조급했다. 과연 조장을 볼 수 있을는지... 꼭 봤으면 하는 바람 아닌 바람.

이유는 삶과 죽음, 또는 고통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던 때라 그랬었나보다 라고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나는 조장을 꼭 보고 싶었다.

여러 군데 수소문한 결과 드리궁틸 사원에서 매달? 월요일에 조장이 치러진다는 정보를 접하곤 일행 몇몇과 함께 새벽 4시에 지프차를 탔다.

 

아직도 나는 그날 새벽의 매서운 추위가 살 속에 스며드는 음산함을 또렷이 기억한다.

캄캄한 속에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앞을 볼 수 없는 외딴 길을 차는 기우뚱 거리며 불안한 내 마음만큼이나 흔들렸던 것이다.

가끔씩 길이 무너져 있어서 길 아닌 길로 접어들고 긴장 속에서도 내 의식은 잠깐씩 선 잠 속 어딘가를 헤매고 있었다.    

 

 

 

  

비는 오지만 날이 훤해질 무렵 산을 오르는 차 안에서 바라본 풍경은 평화롭고 조용하기만 한 전원(田園).

이런 곳 어디에서 조장이 치러진단 말인가? 운전기사는 산꼭대기의 사원을 가리키며 저곳으로 간다고 일러준다. 

 

사원에 도착하자 벌써 5구의 시체가 마당에 뉘어 있었다.

고도가 높은 곳이라 나는 숨이 막혔고 심장은 조장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두근거렸다.

 

사원 마당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라마들의 독경이 한 시간 정도 이어지고

비가 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당의 주검들은 흰 천 하나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조장은 사원의 위쪽 조장터에서 이루어지는데 나는 가장 끝에서 아주 느린 걸음으로 그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천진난만한 아이들 무리의 성가신 간섭을 받으며 걷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독수리들의 눈과 마주칠 때면 

공포를 맛보곤 했다.      

 

 

 

내가 조장터에 도착했을 땐 이미 독경이 끝나고 무수히 많은 독수리들이 보는 앞에서 주검들이 잘리고 있었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일을 하는 라마의 흰 옷과 흩어지는 살점과 보는 이들의 경직된 표정들이

이 낯선 장례풍경의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작게 잘라진 주검은 일제히 날아 오른 독수리에 의해 순식간에 먹혀 사라지고

단단한 뼈는 다시 또 바수어져 독수리들에 의해 남김없이 사라져 버릴 때까지

나는 솟구치는 울음을 주체할 수 없어 울고 또 울었다. 

 

 

 

  (티벳 조장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며 원할경우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신루하이(新陸海-아롱남쵸) 호수는 제가 본 호수중 티베트의 남쵸와 함께 가장 인상적인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루하이 호수를 보기 위해 정말 큰 고생과 위험을 감수했지만,

그래서 그런가요? 사진 속의 신루하이는 더 아름답고 고요해 보입니다.

 

신루하이 호수는 작아산 아래에 있는데 저는 간즈라는 곳에서 이곳을 찾아갔습니다.

 

간즈에서 마니간거에 가서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갔는데

호수에 도착하니 가는 차편이 이미 끊어졌다고 합니다.

일단 호수를 둘러보기로 하고 10분여를 걸으니玉빛의 호수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변의 산세는 험하고 가파르지만 호수는 너무나 고요하고 차분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호수의 돌에 새긴 옴마니 반메훔 같은 마니석들입니다.

글자의 아름다움도 그러하려니와 옥빛과 잘 어울리는 글자색 또한 저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돌아가는 차편이 없다기에 내심 마음은 무척 무거웠지만 이 호수의 마니석을 보는 동안은 모든 시름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춘추전국시대 조나라에 완벽(完璧)이라는 보석이 있었답니다. 변화씨라는 사람이 찾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흠도 없고 티도 없는 완전한 옥(玉)이라지요. 변화씨가 그 옥을 왕에게 바치자 이 완벽의 가치를 모르는 왕은 변화씨의 팔을 자르는 형벌을 내리고 변화씨는 그만 불구가 되었습니다. 나중에서야 변화씨의 이 옥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완전한 옥! 즉 완벽이 되었지요..

 

신루하이 호수에서 갑자기 생각난 完璧이라는 옥은이 호수처럼 아마 푸르디 푸른 빛이었을 것 같습니다.

 

 

푸른 옥빛의 물과 아름다운 마니석의 완벽한 조화가 무척이나 인상적인 신루하이 호수는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겨질 것입니다.

 

호수를 둘러보고 마니간거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나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지나가는 차를 세워보기로 했습니다.

 

두서너 번 실패를 하고 낙심하던 차에 광동의 부자(父子)를 만나 무사히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이 사람들은 사진 여행 중이었기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차를 타고 가다가 좋은 풍경이 보이면 여지없이 서서 사진을 찍는 등등요....

 

이럴 때 딱 어울리는 말이 轉禍爲福(전화위복)! 

 

 

탕커(唐克)에 도착하던날 도

 날씨가 안 좋았습니다.

이번 여행에는 비가 늘 따라 다닙니다.

비오는 건 괜찮지만 비가 오면 날이 추워서 돌아다니기 불편해집니다.

더구나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는 더 그렇겠죠...

 

아! 비오는 날은 거리가 더 처량맞고 더 구질구질해 보이는가 봅니다.

탕커에 내리자 이처럼 황량한 마을에 과연 무엇이 있을까 ...?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을 끝에 있는 이 숙소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2층 창 밖으로 넓고 푸른 초원이 보인다는게

 얼마나 신나는 일이던지요...

 

120원을 내고 무조건 이 창이 있는 방을 찜했습니다. 딱 하루만요...

(다음날은 30원짜리 방으로 옮겼습니다.)

 

침대에 누워 창밖의 초원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거리로 나가보니 이곳 장족들이

오토바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곳곳에서 오토바이의 굉음을 울리며 좁은 시내를 질주하는 그들은

정녕 왕년에 초원을 질주하며

말을 부리던 유목민의 피가 흐르는 

아빠장족의 후예들 입니다. 

 

 

 

 

날이 추워서인지 사람들은 모두 얼굴을 가린 채 다닙니다.

 

물론 여자들은 화려한 천을 두르는게

훨씬 아름답고 남자들도 그렇지만,

대개는 그네들도 유행이 있는지

요즘 새로나온 목도리는 좀 새련되 보이기까지 합니다. 

 

  

숙소로 돌아오다가

 장족들이 주로 머무는 건물에서

만도린을 연주하고 있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이 사진을 보니 우중충한  탕커의 공기를 가르던

음악이 들리는 듯 합니다.

 

그 소리는 애절한 듯 하기도 하고 속삭이는듯 하기도 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내내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이들의 음악에 마음이 끌려

결국은 장족노래가 담긴 DVD를 샀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가끔씩 이 노래들을 들으면

과거의 시간 너머에 있는 그들의 거리를 걷는 듯한 

행복한 착각에 빠져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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