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국 기차는 추우면 못 간다?
2008년 1월 22일 새벽 6시 20분 나는 운남성 진핑(金平)을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꺼조를 거쳐1월 23일 새벽 5시 30분 귀주성 안순(安順)에 도착했다.
안순에서 오전 7시에 귀양(貴陽)가는 버스가 있기에 춥지만
아침으로 또우장과 찹쌀떡을 먹으며
대합실을 서성이고 있었다.
드디어 지루한 추위와 기다림끝에 7시가 되었고 표를 파는 복무원도 다 출근했는대
표를 안판다는 것이다.
왜요? 물으니
펑루(凍路) 즉 길이 얼어서 그렇단다.
그래서 길이 녹을 시간, 즉 10시가 되면 표를 판다고 한다.
분명 밤새 험한 길을 달려 운남에서 안순을 왔는데
한시간 거리인 귀양을 못간다니...그리고 분명 눈도 안왔고,
비가 온 도로가 좀 얼긴했다만 차가 못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대합실 밖에 나가 보니 택시기사가 100위엔에 귀양안가겠냐고 호객행위를 한다.
버스가 못간다는데? 했더니 작은 차는 갈 수 있단다.
도저히 믿기지 않아 기를 쓰고 10시를 기다렸는데(넘 힘들었다)
12시로 다시 미뤄졌다. 차라리 미리 말해주면 하루 쉴것을 다시 12시까지 참기로 했다.
그 사이 복무원이 물 딱 한주전자 끓여오고, 보온병 두개 갖다놓고
그 것 놓인 책상을 사진찍어 간 일이 그네들이 한 일.
안순에 도착한 후 6시간이 넘은 12시 5분전이 되자 복무원은 표를 팔기 시작했고
엄청난 새치기와 밀린 인파로 인해 북새통을 떨고 난 뒤
두대의 버스가 동시에 귀양을 향해 출발했다.
기다리며 먹은 것이라곤 찹쌀떡 한개와 뜨거운 물 몇 모금,
밤새 지친 몸과 마음은 더 지친다.
드디어 환호성을 지르는 승객을 태우고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도착한 버스는
차단 된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속수무책이다.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번의 시도 끝에 고속도로에 진입했는데
도로를 차단 해서인지 차가 뜸하다.
길은? 멀쩡하다.
적어도 내눈엔 쌓인 눈도 없고 비가 좀 얼어있지만 차가 다녀서 다 녹은 상태...
도대체 왜 길을 막고 못다니게 한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차가 쌩쌩달려 귀양에 1시 도착!
귀양커처짠(貴陽客車站)엔 사람들이 바글바글!
내가 가려는 최종 목적지인 카이리(凱里)행 버스가 2시 40분에 있다.
카이리행 버스는 3시에 출발했고
가는길은 온갖종류의 차가 뒤범벅이 되어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귀주의 지형때문에 고속도로 대부분은 고가다리가 많았는데
다리 대부분이 빙판인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선 이 정도면 빙판도 아니지만..
아무튼 3시간 거리의 카이리행은 저녁 9시가 다 되어서야 카이리에 도착했고
카이리 시내는 온통 빙판길이다.
움직이는 일도 귀찮아 터미널 가까운 物貿賓館(60위엔)에 묵기로 했는데
온풍기도 있고 전기요도 있지만
파이프가 얼어 뜨거운 물은 없다고 물병 두개를 주고 간다.
한국인이라며 매우 친절한 주인아줌마이지만 뜨거운 물이 없다는데야
나도 더 이상 조르지 못하고 이틀만에 처음 세수란 걸 하고
전기요에 감사하며 다리를 뻗고 잤다.
내일 을 기다리며...
1월 24일 아침! 10시쯤 거리로 나섰다.
이틀동안 피곤했던 터라 또 밥 구경을 못한 처지라 일단 밥 먹으러 숙소를 나서니
온 시내가 살얼음판이다.
간간히 내리는 비가 전부 얼어버린듯,
가까운 곳에 시장이 있어 가보니 채소도 온통 얼어버린걸 팔고 있다.
배추며,상추며,오이 등등 다 얼어버렸다.
뜨거운 훈둔을 시키며 요새 날씨가 어떠냐는 질문에 많이 춥다고 한다.
어제 cctv뉴스엔 분명 -3도 였는데...말끝에 펑루가 되서 버스도 안다닌단다.
깜짝놀랐지만 어제 버스타고 왔는데 무슨 버스가 안다니랴 싶어 그냥 그러냐고 하고 말았다.
다시 시내를 나와 카이리 주변의 묘족 마을을 둘러보러 터미널로 갔더니
정문에 마침 플래카드를 걸고 있었다.
내용인 즉 길이 얼어 당분간 터미널 페쇄한다는 내용이다.
모든차가 안간다는것이다.
아니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설마 오후되면 차가 다니겠지....하고 왕빠(피씨방)도 찾을겸
시내 중심가로 나섰다.
춘절을 앞둔 중심가는 다른곳에 비하면 활기차보이긴 했지만
미끄러질까 조심하며 걷는 사람들만 보였다.
점심까지 챙겨먹고 한글자판이 지원안되는 카이리 시내의 왕빠5곳을 전전한 끝에
다시 숙소로 향하던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기차역을 찾았다.(1번 버스)
기차역은 그야말로 장사진이다.
버스가 도통 안다니니 기차로 다 모인것 같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일 10시 30분 광조우(광동성 廣州)에서 출발해 귀양으로 가는
기차의 입석표를 구할 수 있었다.
자리없음 뭐 기차로 3시간 거리인데...좀 참지...
숙소로 돌아와 친절한 주인 아줌마에게 푸념을 하니 답은 펑루때문이란다.
카이리를 얼마나 기대하고 왔는데 꼼작도 못하고 있다가
내일 다시 귀양으로 가야한다니 기가막힌다.
1월 25일 아침
어제 본 뉴스에
(후난성 귀주성 등등에 60년 만에 큰 눈이 내려 길이 막히고
생필품이 떨어지고 전선이 끊어졌다고 함)
마음이 불안해져 기차표 예매를 잘한것같다고 생각하며 기차역으로 향했다.
이틀이나 고생해서 온 이곳을 아무곳도 못보고 간다는게 속상하지만
나와 인연이 안되서 그런거라고 스스로 위로를 했다.
아! 카이리 기차역은 만원이었다.
발을 어디에 두어야할지...짐들은 왜이리 많고...
한시간 기다리 끝에 드디어 k65 내가 탈 기차 티켓팅을 하기 시작하자
나도 힘을 내어 앞으로 계속 전진 전진...해서 간신히 개찰구를 벗어났다.
휴우~ 승리자의 한숨을 쉬는것도 잠깐 계단부터 꽉막혔다.
30분 기다려 계단을 통과하지마자
역무원이 확성기를 대고 느닷없이 휴게실로 들어가 쉬란다.
10시 30분 기차타러왔는데 지금 왜 쉬라고 하지? 물어보니
기차가 늦는단다 왜 늦냐니까 연착이란다.
기차가 연착될 수 있지 뭐...일단 기차를 탔으니 늦어도 저녁때쯤이면
귀양에 가 있을꺼야...
휴게실에서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승무원이 다시 방송을 하자 사람들이 웅성웅성대며 일어나더니
어디가서 라면에 과자에 먹을것들을 사오느라 분주하다.
중국사람들은 시간나면 먹는게 일이니까.. 저러다 기차오면 어쩌려고..난 기다린다.
사실 배가 안고픈것도 있고 쓸데없이 더러운 화장실 들락거리는건 더 싫고..해서
귤하나 먹고 만다.
12시가 지났다.
몇 번 기적소리가 들렸는데 우리기차가 아닌가보다.
광주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좀 시간이 지체되긴하겠지...
사람들이 다시 일어나 어딘가로 가서 국수도 사오고 볶음밥도 사오고
모양새가 밤샐태세이다.
왠지 모를 두려움에 다시 물어본다.
친절한 역무원이 오후 4시쯤 기차가 온다고 휴게실에서 식사를 해결하란다.
뭐? 오후 4시 ? 그럼 이추운 휴게실엔 왜 들여보냈어?
아! 갑자기 미칠것 같다.
의자에 멍 하고 앉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일에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뒤에서 말을 건다.
국수를 먹고 있는데 국물이 튈것 같다고 옷을 추스려준다.
돌아보니 젊은 상해처녀와 건축일을 한다는 선전의 아저씨...
말끝에 나보고 왜 밥을 안먹냐고 묻는다.
티켓팅을 했는데 도대체 어디서 밥을 사오냐고 물으니
선전아저씨가 자기가 국수한사발 들고 나타나 내게 권한다.
넘 고맙지만 난 여러끼 굶은 상태라 국수는 힘든데 성의가 넘 고마워 열심히 먹었다.
먹을것이 해결되자 본격적으로 한국인인 내게 질문이 �아졌는데
이 선전아저씨 사는곳 만큼이나 돈이 많은것 같다.
중국에 안가본곳이 없을정도...
이럭저럭 시간은 가고 4시쯤 어떤 *친 사람이 기차왔다고 소릴지르자
사람들은 먹던것 팽개치고 짐싸들고 나갔는데 거짓말이었다.
복무원이 사람들 안정시키느라 진땀을 빼고
난 너무 웃겨서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10시 30분 귀양행 k65 기차는 저녁 7시에 비로소 탈 수 있었다.
고생끝에 낙이라더니 기차만 타면 안심이 될거라 생각한 나는
10 여시간만에 탄 기차가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내가 탄 기차는 이미 만원상태이고 카이리에서 엄청난 인구가 다시 투입되자 아수라장이 되었다.
억지로 기차에 오르긴 했는데 정말 발둘곳이 없다.
바닥은 이미 먹은 음식물과 쓰레기로 엉망이고 아무리 입석이지만기차칸에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전에 카스에서 우루무치행 기차를 입석으로 탄적이 있었는데
그때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 그래도 여긴 3시간 거리니까...하고 위로하며
가방을 통로에 구겨넣고 간신히 몸을 세워본다.
같이 탄 상해아가씨는 연신 우거지상이다.
귀양에선 비행기로 상해갈거니까 여기서만 좀 참으면 되겠지 가 그녀의 심정일것이다.
10 시간 기다려 탄 기차가 꿈쩍도 안한다.
기차만 타면 모든 고생이 끝날 줄 알았던 난 너무 당황해서
기차가 왜 안가냐고 물었다.
안내방송은 커녕 승무원들이 오고가는 일도 힘들기에 옆사람들에게 물으니 연착이란다.
무슨기차가 계속 연착?
중국의 기차는 대부분 시간을 지키는경우가 많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것도 경우에 따라 다른가싶다.
7시에 탄 기차는 새벽 2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난 미칠뻔했다.
더러워서 ...
담배냄새때문에..
그리고 웃겨서..
모두 기다림에 지쳐 혼이 나간상태가 되었는데
같이 서 있던 젊은 청년이 내가 한국인인줄 알고 말을 시키기 시작했다.
주위사람들 모두 한국사람 처음 본다고 관심이 대단하다.
짧은 중국어가 안되면 필담으로 얘기했는데
주로 처음엔 어디사냐?
가족은? 나이는?직업은?월급은?
하다가
질문이 궁해지는걸 보고
이번에 내차례 라고 선언한 뒤 내 질문이 시작됐다.
중국기차는 날이 추우면 왜 안가냐?
중국버스는 길이 얼면 왜 못가냐?
집앞에 얼음은 왜 안치워서 사람들 미끄러지게 하냐?
도로가 난장판인데 경찰이나 공안은 왜 안보이냐?
차가 안가면서 표는 왜 파냐?
기차가 안가면서 왜 안내도 없이 표를 파냐?
....
엄청난 사람들로 가득찬 기차안
그리고 말했다.
중국사람은 참을성이 많은것 같다.
아무도 불평을 하지 않는걸 보면..
정말 어떤 사람도 불평하는걸 듣지 못했다.
이거 아직도 의문이다.
1월25일 오전 10시30분 기차는 휴게실에서 기다리게 하다가 저녁7시에 기차를 타게하고
1월26일 새벽 2시에 움직이기 시작해서
가다가 서고 를 반복한 끝에 점점 귀양에 가까이 가고 있었다.
새벽 5시쯤되자 모두 지쳤고 나도 지쳐 몸을 가누기 어려워졌는데
이때 큰 짐을 갖고 탄 두 부부가 내게 자기 짐에 앉으라고 도와주셨다.
잠깐 손이라도 기댈곳만 있어도 황송한 터에 자기 짐에 앉게해준 고마운 두분 정말 고맙습니다.
짐에 앉게 해준 두 부부
세수도 안하고 머리도 엉망인데 라며 사진찍는걸 마다하셨던 두 사람
하지만 내가 중국 귀주성의 기차안에서 하루 라는 제목으로
글을 쓸거라고 도와달라고 하니 선뜻 협조해주셨다.
지치고 힘든 기차에서 카메라를 대자 웃음을 머금는 젊은이..
아침이 되자 먼동이 텄지만 귀양으로 갈수록 얼음꽃이 곳곳에 보였다.
날이 추운가보다
25일 10시30분에 떠나야 하는 카이리발 귀양행 기차는다음날 26일 오전 10시 쯤 되어
귀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
3시간 거리를 무려 30시간에 걸려 온 것이다.
2. 중국의 비행기는 추우면 안 뜬다? (다음편에 계속됩니다~)